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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어린이 오케스트라 교육이 일구고 있는 기적

비회원 2011. 7. 27. 07:00
베네수엘라
기적의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엘 시스테마’ 가 올해부터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초·중등학교 65개 교를 학생오케스트라 운영학교로 선정하고 악기 구입비 등으로 학교당 1억여 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무상 음악교육을 통해 25만 명의 청소년들에게 클래식을 가르치며 교육적 효과를 얻고 있는 베네수엘라. 한국판 ‘엘 시스테마’의 성공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 가운데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이미 베네수엘라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엘 시스테마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이다. 정식 명칭은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 빈민층 청소년 11명의 단원으로 출발해 35년이 지난 2010년 현재 190여 개 센터, 26만여 명이 가입하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범죄를 예방할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을 제시하고 있다.


01. 유희영 교사의 지휘에 따라 연주를 시작하는 동평초 어린이 오케스트라

클래식 선율이 교실 벽을 타고 흐른다.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색소폰…. 갖가지 악기 소리가 조금은 서툰듯하지만 서서히 자기 소리를 찾아가며 조화롭게 섞인다. 음악이 연주되는 곳은 부산 동평초등학교(교장 홍남희) 관현악실교실 3개를 합쳐놓은 공간에 100여 명의 학생이 빼곡히 앉아 있다. 연주 삼매경에 빠진 이들은 부산에서는 알아주는 어린이 오케스트라. 2009년에는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와 함께 공연을 하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연습곡은 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이는 앤더슨의 ‘고장난 시계(The Syncopated Clock).’ 박자를 놓칠까 숨죽이고 다른 악기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악기를 가지고 소리를 내는 놀이 수준이 아니에요. 더블베이스와 팀파니까지 갖춘 풀 오케스트라 편성인데 학교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규모죠. 4~6학년 학생 4명 중 1명이 참여하고 있어요.” (유희영 음악교사·지휘자)

몇 안 되는 악기들로 짜 맞춘 합주단이 아니다.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 플루트, 클라리넷, 트럼펫, 트롬본, 바리톤, 튜바, 호른, 색소폰, 타악기로 이뤄진 단원 105명의 풀 편성 오케스트라다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큼 동평초의 브랜드가 된 어린이 오케스트라. 지난해 부임한 홍남희 교장은 교육적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한다.
 
“이곳 아이들은 1학년 때부터 매일 클래식을 들어왔는데 아이들 얼굴이 차분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어요. 악기를 배우는 끈기와 집중력은 학력 향상과도 연계돼 좋은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지요.” 이곳 학생들은 사설 음악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케스트라가 구성된 후 사교육비도 확실히 줄었다는 평이다.


 

 '학교 오는 즐거움' 오케스트라로 전해
 

02. 03. 악기를 배우면서 누구나 악보를 읽고 연주할 수 있게 됐다.

 
동평초가 오케스트라에 눈을 뜬 건 지난 2003년. 
몇 년 전만 해도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자녀가 전교생의 절반에 가까웠다. 우산조차 펴지지 않는 좁은 골목길, 10평 남짓한 집에 4~5명이 함께 생활하는 가정도 이곳에서는 낯선 일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보살핌조차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기대하기란 힘든 일이었다.
 
당시 초빙교장이던 고종렬 교장은 음악이 아이들 정서를 치유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60여 명의 학생을 시작으로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처음엔 집과 학교에서 소외된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학교에 오는 즐거움을 알리고자 시작된 소규모 합주단이었다.
 
초창기엔 강당조차 마련이 안 돼 복도에서 운동장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보름이 지나자 아이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더니 두 달 만에 악보를 보고 클래식 음악을 연주해 냈다. 학교가 즐거워지고 ‘문제아’ 행동을 보였던 아이들에게서 욕설이 사라졌다. 전교 어린이회 임원과 각 급 반장이 오케스트라 단원 중에서 배출되고 학생들의 학업성적도 향상됐다. 시립교향악단도 연주하기 까다롭다는 베토벤의 「운명」을 편곡 없이 연주해 냈을 때는 다들 ‘기적’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유희영 교사는 “음악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수업시간에 5분을 못 견디던 한 아이는 타악기를 배우면서 스스로 1~2시간을 기다리고, 매사에 열정적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올해로 9년째. 그간 변화도 많았다. 당시 부산광역시교육감이었던 설동근 현 교과부 제1차관이 음악소리에 반해 방음시설을 갖춘 관현악실을 마련해 주었고, 악기도 조금씩 늘어 1인이 1악기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 수학 문제를 하나라도 더 풀어달라고 했던 학부모들도 달라졌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자랑스러워하고 학교에 신뢰를 보냈다.
 
유 교사는 “사교육의 투입 없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대규모 오케스트라 활동이 공교육의 울타리 안에서 실현됐다.”고 전한다.




 월  3~5만원으로 수준급 음악지도 받아
 

04. 오케스트라 속 작은 동아리로 파트별 실내악단을 만들어 ‘교실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매주 화·금요일 아침시간마다 진행한다. 05. 유희영 교사가 오케스트라 악기 구성에 따라 편곡한 악보집

악기 연주는 부산시향의 단원 8명이 직접 가르친다. 
부산시향 부수석, 마산시향 수석 등 수준급 실력파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방과후학교 강사로 나서면서 학생들은 질 높은 음악 교습을 매월 3~5만 원이면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는 무료. 현재 전체 단원의 30%가 무료로 교습 받고 있다.
 
부산시향을 정년퇴직한 정번일 씨. 그는 매일 오전 11시면 학교에 나와 2시간 동안 현악기를 조율하고 강사로도 나선다.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에 반해 10년 째 활동 중이다.
“아이들이 나를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음악을 즐기는 아이들이 늘어나면 문화적 저변이 넓어지는 효과도 거두게 되는 것이지요.”
 
방과후학교 수강인원은 156명. 매주 2회씩 운영되며 1~3학년 때 수업을 받고, 4학년 이후에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한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다보니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아침, 점심 20분간 스스로 연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전체 합주시간을 갖는다.

유 교사는 “악기 구성이 변하면 편곡을 한다. 2007년 편곡해 악보를 발간하고, 매월 2~3곡씩 연습하고 있다. 이제 모든 아이들이 악보를 볼 줄 안다.”고 말한다. 
오케스트라를 거점으로 음악적 저변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오케스트라 속 작은 동아리로 파트별 실내악단을 만들어 ‘교실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매주 화, 금요일 아침시간마다 진행한다.

매주 토요일에는 남부교육청 지원으로 토요 아카데미를 열고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 대상 금관 앙상블 교육도 진행한다. 지난해는 학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저녁시간에 동평초 음악축제를 열고 10월 가족음악회도 열었다. 오케스트라를 거점으로 교육공동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별난 아이' 음악으로 치료
 


06. 수업시간에 5분을 못 견디던 아이들이 악기를 배우면서 인내와 끈기를 배우고 매사 열정적으로 변했다.

학교 종소리는 다양한 종류의 음악이 대신한다. 수업이 끝나면 사물놀이, 클래식, 국악 등이 울려 퍼진다. 학생들도 이젠 모르는 악기가 없을 정도라고. 홍 교장 또한 알토색소폰을 배우게 됐을 정도다.
2년째 클라리넷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예찬 군(6학년)은 “많은 곡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고 무엇보다 클래식이 매력적이다.”고 말한다. 1년째 첼로를 배우고 있는 김지원 양(4학년) 또한 그동안 다니던 음악학원을 끊었다. 여러 악기 소리도 오히려 더욱 잘 듣게 됐다고.
 
동평초에 일어난 기적의 변화, 학생오케스트라를 운영하게 될 학교에서는 주목할 만하다. 홍 교장은 “무엇보다 이벤트성으로 끝나지 말고 5년 이상 꾸준히 할 것”을 강조한다. 그 외에도 악기구입비 지원, 수리·운영 및 지도자 초빙, 외부강사 등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동평초는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이동하는데 필요한 비용, 악기 수리, 질 높은 외부강사 등은 지역사회 ‘교육기부’를 통해 해결했다. 또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위해서는 유 교사와 같이 음악전공자를 초빙해야 하는데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앞으로도 ‘음악의 힘’을 교육에 반영하고 싶다는 홍 교장. 올해 교과부 창의경영학교로 선정됨에 따라 1~3학년 학생을 위한 피아노실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는 아이, 교실에서 산만한 ‘별난 아이’들을 음악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주희 기자
 교과부 웹진  꿈나래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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