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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의 비밀은 특별한 유전자?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박태환의 비밀은 특별한 유전자?

비회원 2011. 7. 29. 07:00

▲박태환 선수

“파울 비더만은 얼마나 우람한지 고래 같고요, 마이클 펠프스는 늘씬한 갈치라고나 할까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다시 한 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박태환 선수의 말이다.
대한민국 수영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400m 자유형에서 아시아 최초의 금메달리스트인 박태환이 이 같은 말을 한 데는 이유가 있다.

자유형 400m 세계 기록 보유자인 비더만은 신장 193㎝에 우람한 근육형의 몸매를 지녔다. 수영 황제로 불리는 마이클 펠프스 역시 193㎝의 큰 키를 지니고 있다. 또 이번 대회의 400m 레이스에서 박태환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한 중국의 쑨양은 198㎝나 된다. 이에 비해 박태환은 183㎝에 불과(?)하다.

일반인과 비교하면 큰 키이지만 자유형 200/400m의 세계적인 선수들은 신장이 대부분 190㎝ 이상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왜소한 편이다. 

신장이 크면 팔이 길고 손도 크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가 훨씬 유리하다. 턴을 할 때도 키가 크면 남들보다 그만큼 앞으로 나오는 거리가 길다.

박태환이 비더만과 펠프스를 덩치 큰 고래나 기다란 갈치에 비유한 것은 이 같은 자신의 신체적 불리함에 대한 투정 섞인 푸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호에 빨리 반응해 총알 같은 스타트
 

▲박태환 선수

하지만 그 대신 유리한 점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은 총알처럼 빠른 스타트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키가 작은 만큼 시작을 알리는 신호에 빨리 반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박태환은 체구 약점을 극복한 감각적인 영법과 스트로크, 위기에 강한 레이스 운영, 탁월한 폐활량으로 인한 막판 스퍼트 능력 등의 장점으로 세계 정상급에 올라섰다.

그럼 과연 이것 외에 박태환의 또 다른 비밀은 없을까. 이를테면 뛰어난 운동선수에게만 존재하는 특별한 유전자 같은 거 말이다.

운동능력을 좌우하는 유전자를 처음 발표한 이는 1998년 영국 런던대의 몽고메리 교수팀이었다. 이 연구팀이 발견한 운동 유전자지구력 및 속도/근육량과 관련된 ACE(안지오텐신변환효소) 유전자였다.

ACE 유전자는 효소 활성이 낮은 I형과 효소 활성이 높은 D형의 두 가지 타입으로 존재하는데, 염색체가 쌍으로 존재하므로 인간은 II, ID, DD의 3가지 유전자 중 하나를 갖게 된다.

몽고메리 교수팀이 7천m 이상의 높은 산을 등반한 경험이 있는 산악등반가 25명과 건강한 일반인 1천900명에 대해 ACE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 일반인들은 II형 25%, ID형 50%, DD형 25%의 분포를 보였다. 그러나 강한 지구력을 요하는 산악등반가의 경우 DD형보다 II형이 5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I형은 지구력, D형은 속도 및 근육량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 후 다른 연구진이 167명의 실력 있는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ACE 유전자 유형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아령 선수는 I형을 압도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역도 및 보디빌딩처럼 짧은 순간 큰 힘을 요하는 선수들은 D형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6배나 강한 지구력 나타낸 유전자 돌연변이
 

그런데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연구진은 운동 능력과 관련된 ‘IL-15Rα’라는 유전자 기능을 새로이 확인하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에 의하면 IL-15Rα가 결핍된 실험쥐의 경우 정상 쥐보다 무려 6배나 긴 시간 동안 쳇바퀴를 달린다는 것.

시험관에서 배양된 세포를 대상으로 한 기존의 연구들에서 IL-15Rα가 근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살아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이 유전자를 연구한 실험은 이번이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 IL-15Rα 유전자가 결핍된 쥐의 근육에는 미토콘드리아와 근섬유가 더 많았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연구진은 IL-15Rα의 결핍이 실험쥐의 근육을 강인하게 한 것인지 아니면 쥐의 마음을 초초하게 만들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유전자가 결핍된 실험쥐의 근육에는 정상 쥐에 비해 미토콘드리아 및 근섬유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유전자가 결핍된 쥐의 경우 비축된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아 먼 거리를 달려도 지치지 않았던 것이다.
 

또 연구진은 이 유전자가 인간의 지구력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의 유전자 라이브러리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장거리 사이클 선수나 조정 선수들처럼 지구력을 요하는 운동선수의 경우 단거리를 뛰는 스프린터들보다 IL-15Rα의 돌연변이가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이 유전자를 차단하는 약물을 사용할 경우 누구나 장거리 선수들처럼 엄청난 지구력을 갖게 될 수 있을까? 

이 연구를 진행한 펜실베이니아 대학 연구진에 의하면 그에 대한 응용은 순탄치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IL-15Rα 유전자는 근육 말고도 인체의 많은 조직에 발현되어 있으므로 예기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뛰어난 운동선수와 같은 지구력을 갖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로서는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훈련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훈련량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박태환처럼 말이다.

 글 I  이성규 객원편집기자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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