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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외국에는 못가지만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면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10. 07:00

나는 지금 7월의 푸른 나무 그늘이 끝없이 이어진 길을 걸어올라, 서울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위치한 남산 도서관에 와 있다. 오늘은 책을 읽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건물 안에 있는,
서울시 교육정보원이 주관하는 <지구촌민속교육박물관> 전시관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2006년도에 문을 연 이 전시관 2층은 세계의 종교, 문화 유물이 전시되어 있고, 3층은 세계의 의, 식, 주에 관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한 달 전에 내가 남산을 방문했을 땐, 하필 도서관이 문 닫을 시간이라 입장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정작 오늘 내가 교과부 기자 명함을 걸고, 취재할 준비를 단단히 한 채 들어갔을 때, 관람하는 사람이 없어 조금 뻘쭘하였다. 별로 크진 않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전시 유물에서 진지함이 느껴진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가장 멀리 가본 곳이 제주도이다. 그러나 언제나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여행하고 싶은 열망이 간절하기에, 다른 나라의 문화나 종교,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읽고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아직 나처럼 한 번도 외국에 나가보지 못했지만, 세계 여행과 그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남기고 싶은 꿈을 꾸는 자! 내 또래의 학생들에게 이 박물관을 추천하고 싶다. 먼저 3층에 있는 의, 식, 주 문화 전시장을 소개하련다. 새의 화려한 깃털과 눈에 띄는 알록달록한 천으로 온몸을 감싼 마네킹 세 개는 <페루의 무사상>이다. 사실 마네킹에 옷을 입혀 놓은 것이라, 꼭 패션쇼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근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나는 토가족 어린이의 의상이 눈에 띄었다.

페루의 무사상

페루의 무사상


토가족 어린이 옷

브라질의 화려한 남자의상


이 옷도 중국집 식당에 붙어 있을 법한 의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마네킹을 보지 말고 그 옛날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자. 중국에서 800만 명 정도 차지하는 소수 민족인 토가족의 어린이 의상은, 동그란 원형 모자 가운데 만두 모양의 털뭉치가 붙어 있고, 부드러운 털과 고운 동그라미 무늬가 그려진 비단옷에 가죽 구두를 신고 있다. 브라질 남자의 태양처럼 빛나는 화려한 의상도 인상적이다. 속세를 떠나 산속에서 수련하는 선비처럼 보이는 우리나라 전통 의상 마네킹도 빠지지 않는다. 옷을 짓는 재봉틀의 역사와 직조기 사진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형형색색의 모자와 가방과 해먹이 전시되어 있는데, 특히 해먹은 동아줄처럼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모양이 꼭 작은 배 같다. 하지만, 너무 작고 틈 때문에 물이 샐 것 같은데, 어떻게 그 위에 누워 잠을 잤을까? 중학교 1학년인데도 나같이 덩치가 큰 아이는 해먹에서 쉴 엄두를 못 낼 것이다. 아니면 옛날 사람들은 꽤 날씬하고 체구가 작았을지도 모른다. 이제 2층의 종교 문화 전시관을 들어가며 나는 생각에 잠긴다. 이 세상에는 242개나 되는 무수히 많은 나라가 있는데, 큰 나라부터 작은 부족까지 인간이 가진 종교는 얼마나 다양할까?

내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이슬람교, 부두교 등 다양한데, 인간의 삶에 이 신비스러운 종교문화의 힘은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았을까? 십자군 전쟁,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 경주의 불국사와 석굴암, 조선 시대의 선비 정신도 다 종교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만약 종교문화가 없었다면, 지금은 미신처럼 느껴지는 수많은 문화재 유물을 보는 것도, 종교적 사건, 역사적 혁명도 불가능했을 것이고, 어쩌면 우리는 정신세계의 수위가, 한참 낮아진 곳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학 이전에 종교가 이 세상의 발달을 주도했던 때가 있었으므로!

우리나라의 전통 정승과 아프리카의 신비한 나무 조각들은 서로 다르면서 닮은 모습이다. 우리나라 정승은 무서운 얼굴을 부각한 반면, 아프리카는 몸 전체를 강조한다. 특히, 우리나라 삼국시대에 꽃을 피웠던 불교의 동상들은 금속 동상, 나무 동상, 돌로 된 석상 등 여러 가지 다양하다. 오랜 세월에 때가 타고 녹슬었지만, 금방이라도 눈을 뜰 것 같은 역동적인 느낌이다.

나는 최근에 TV쇼에서 보았던 천수관음 동상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눈을 부릅뜨고 일어나 마구 손을 움직일 것 같다. 머리 위에 머리가 달린 부처님 상도 인상적이고, 유명한 손오공 상과 귀담에나 나올 것 같은 하얀색 나무에 잔뜩 매달린 여러 가지색 천이 좀 섬뜩하다.
 

우리나라의 장승과 아프리카의 장승

천수관음상

         
여기까지는 신비로운 불교적 냄새가 강했다면, 세계의 가면들을 함께 모아 놓은 자리는 눈이 호화롭다. 꼭 마법의 박물관에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유령처럼 무서운 가면, 새부리 모양 가면, 우리나라의 전통 탈, 신의 모습을 본따 만든 가네샤 가면, 가면이지만 너무 화려해 장식품으로 쓰였을 것 같은 아름다운 유럽의 가면, 종이로 만든 얇은 가면, 모양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가면 등, 여러 나라, 여러 민족의 가면이 한데 어우러져 내가 제일 최고의 가면이지? 하고 거만을 떠는 것 같다. 이 가면만으로도 세상은 넓고 정말 인간들은 여러 가지 종교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여기서 잠깐, 특이한 가면의 유래를 짚고 넘어가려 한다. 이탈리아에 새부리 모양 탈은 과거 흑사병이 유럽에 몰아쳤을 때, 의사들은 감염되지 않고 흑사병을 진료하기 위해, 얼굴을 다 가릴 수 있는 새부리 모양 가면을 쓰고 다녔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여러 민족과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성인식을 할 때, 비밀 결사 단체에 들어가 여러 가지 자연종교의식을 치르는데 가면을 썼고, 비밀 결사 단체의 높은 자리까지 오르면, 가면을 만드는 일을 하였다고 한다.

또 원시인들이 사냥할 때는 동물로 하여금 동족인 줄로 착각하게 하려고, 동물 모양 가면을 쓰고 사냥에 임했다고 하며, 사냥한 동물을 가지고 와서 똑같은 가면을 쓰고는 축제를 열었다고 한다.

아메리카 북동부의 민족들 사이에서는 나쁜 것을 쫓아내고 병을 낮게 하는 액막이 의식에 가면이 쓰였다고 한다. 또 석기 시대에도 죽은 자의 얼굴에 가면을 씌우는 풍습과 이집트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도 장례식에 주로 쓰였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또한, 전투용 투구처럼 얼굴을 보호하기 위한 가면까지 가면의 종류와 쓰임새는 매우 다양했다.


인간은 왜 그렇게 가면에 집착했을까?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더 아름답게, 강하게 보이려는 욕망과 인간을 벗어나 다른 것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밖으로 튀어나온 결과가 아닐까?  
 
                                                                 
이상한 표정과 몸짓을 하고 있고, 이름도 한번 들어보지 못한 민족에서 섬긴 나무 동상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언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는 것 같다. 강렬한 인상과 힘 있는 자세에서 무언가 상징적인 모습이 또렷하게 나타난다. 종교 문화 전시실을 관람하면서 진지하게 굳어 있던 나의 표정이 세계의 인형들의 모습을 보고 풀려간다. 혹시 신비한 부족의 아이들은 이런 모양의 나무 조각을 가지고 놀았을까? 떡방아를 찧는 엄마와 그 옆에 있는 아이 조각, 아이가 어른에게 업혀 있는 조각 등 보기만 해도 정겹다. 

사람의 뼈로 만든 갑옷

나도 어릴 때, 동생과 인형을 제단에 바치고, 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잡고 '탁! 탁!' 소리 나게 치며 주문을 외우며, 부채를 시원하게 부치는 제사 놀이를 잘했는데, 여기서 지팡이와 부채를 전시하고 있다니!

뱀 모양, 사람 모양, 여러 가지 모양의 지팡이와 조개 껍질, 짚단으로 만든 부채가 벽에 거꾸로 생선처럼 매달려 있다. 인간의 폭력적인 체험이 잘 나타나는 무시무시한 무기 중에, 꼭 나무껍질을 이어 만든 것 같은 갑옷이 사실은 사람의 뼈로 만든 거란다! 무서운 칼들과 뿔 달리고 악마가 그려진 갑옷들,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방패들까지! 무시무시한 무기들을 끝으로, 오늘 지구촌민속박물관의 작은 세계 일주를 마친다. 서울에 사는 학생들이라면 방학 중에 한 번쯤은 꼭 와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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