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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으로 학교폭력을 잠재울 수 있을까? '엘 시스테마'

대한민국 교육부 2012. 4. 30. 07:00




예술교육으로 학교폭력을 잠재울 수 있을까?

- 마약과 권총대신 바이올린을! 예술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

 

마약 운반책으로 일하는 어린 아이들, 사소한 싸움에도 총기를 난사하는 갱들이 사는 뒷골목...

이것이 바로 35년 전 베네수엘라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조화일까?


베네수엘라 아이들이 마약과 총기, 음란 비디오 대신, 바이올린, 트럼펫, 플루트를 집어들고 연주하기 시작했다.

가난하고 꿈이 없었던 아이들이,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세계 최고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더블베이스 연주자로 성장했다.

 

어린 학생들이 현실의 사회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꿈과 희망과 의지를 가지고 공부해나가도록 돕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전 세계적인 사회개혁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마법같은 프로젝트, 바로 <엘 시스테마 El Sistema>다.

 

베네수엘라를 클래식 강국으로, <엘 시스테마>


 

사실,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시스템’ 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에서는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뜻하는 고유명사로 통한다.  엘 시스테마의 정식 명칭은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이다.

(FESNOJIV; Fundacion del Estado para el Sistema Nacional de las Orquestas Juveniles e Infantiles de Venezuela)’.

 

경제학자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e Antonio Abreu) 박사가 1975년에 설립한 엘 시스테마의 시작은 미약했다. 그러나 35년이 지난 현재의 결과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빈민층 청소년 11명의 단원으로 출발한 엘 시스테마가, 37년이 지난 현재에는 190여 개 센터, 26만여 명이 가입된 조직으로 성장한 것.

 

이러한 놀라운 결과는 오케스트라의 취지에 공감한 베네수엘라 정부세계 각국의 음악인, 민간 기업의 후원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현재의 엘 시스테마는 미취학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베네수엘라의 대표적 음악교육 시스템으로 매우 성공적으로 정착했을 뿐 아니라, 남미 전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사회 개혁 프로그램으로 확산된 상태다.

 

종전의 음악교육과 엘 시스테마가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사회적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엘 시스테마는 마약과 폭력, 포르노, 총기 사고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베네수엘라 빈민가의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범죄를 예방할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을 제시하고, 협동·이해·질서·소속감·책임감 등의 가치를 심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엘 시스테마의 설립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는 2008년 제 10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빈곤층 청소년 교육 및 사회복지 개선을 위해 사회적 시스템을 창안하고 운영에 헌신한 그의 삶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한국형 엘 시스테마의 도입

 

앞서 잠깐 언급했듯 엘 시스테마는 세계 각국의 사회 개혁 프로그램으로 확산된 상태이며, 한국에서도 현재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정부기관 뿐 아니라, 서울, 경기, 광주 등 지역자치구에서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기업 및 재단에서도 뜻있는 사회참여의 일환으로써 한국형 엘 시스테마에 대한 후원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교육과학기술부 ‘학생 오케스트라 운영학교’ 선정


 

지난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는 문화관광체육부와 공동으로 학생들의 오케스트라 교육 지원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초등학교 36개교, 중학교 22개교, 고등학교 7개교 등 전국 65개교를 `학생오케스트라 운영학교'로 선정했다. 베네수엘라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준 `엘 시스테마' 프로젝트를 본뜬 교육격차 해소사업을 국내 초·중·고교에도 본격적으로 도입한 셈이다.

 

지정 학교에는 5월부터 오케스트라단이 운영될 수 있도록 연습실 정비, 악기구입, 교사연수 등 명목으로 학교당 1억원 이내의 운영비가 제공되며 1∼2명의 예술교육 인턴교사 채용 비용도 지원했다. 또 교사연수·자료 개발, 컨설팅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우수한 음대 교수와 현직 교사 등으로 구성된 `학생오케스트라 사업단'도 운영했다. 오케스트라 단원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자녀 여부, 흥미도와 잠재적 음악성 등을 고려해 선발하도록 했다. 선정된 학교 중 80%는 농산어촌, 도시 변두리, 도서지역 등 시설이 열악한 학교였다.

 

현재, <학생오케스트라>이 만들어진 학교에서는 80명의 정단원과 부단원을 포함해 교사와 학부모 등 모두 100명 이상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학교와 학생 측의 긍정적인 변화와 피드백들이 끊임없이 이어진 것은 물론이다. 문화예술 환경이 열악한 지역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고 인성교육 효과도 크다는 판단을 내린 교육과학기술부는 2012년에는 학생오케스트라사업을 300개교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예술교육이 학교폭력의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음에 대한 기대, 그리고 주5일제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체육활동뿐만 아니라 음악활동도 늘리겠다는 취지도 담겨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생오케스트라는 전면적인 주5일 수업제가 도입된 상황에서 토요일 예술교육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올해 150곳의 학교를 추가 선정해 하반기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학교에는 총 140억 원가량이 지원될 예정이다.

 

한국형 엘시스테마가 빚어낸 아름다운 하모니

-녹명 초등학교 31명 오케스트라 단원, 타이페이로 해외공연가요!


 

녹명초등학교는 '부산광역시'에 위치한 전교생 38명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다.

예전엔 주위가 온통 파밭이었고, 지금은 화전산단이 조성되면서 공장건물이 늘어나고 있다. 가까이에 학원도, 문화시설도 보기 힘들어 교육환경은 열악하고 살림살이가 넉넉지 못한 학생도 매우 많다고 노인숙 교장은 말했다.

 

그런 녹명초등교 학생 31명이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되어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음악제에 당당히 참가하게 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학교 전교생들이 모두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녹명윈드오케스트라(1학년 학생 등 7명은 불참)는 대만에서 열리는 국제 음악제인 '타이완 클리닉'에 초청돼 비행기를 타고 오는 19~22일 타이페이를 방문한다.

 

녹명윈드오케스트라 박은승 담당교사는 "가정형편도 어렵고 교육환경도 열악한 아이들에게 예술체험을 선물하려고 교장 선생님이 주도하고 교과부의 학교오케스트라지원사업을 받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게 지난해 4월인데 1년 만에 해외공연 기회가 와서 모두가 설레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엘 시스테마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며 그 어떤 존재도 될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가장 불행하다. 합창단오케스트라는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 숭고한 정체성을 심어주고 가족과 공동체를 위한 역할모델을 제공한다."

 

스스로의 특별함을 인식하도록 하고, 본인이 추구하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실질적인 방법을 배워가는 것, 교육이 감당해야 할 아주 중요한 순기능이 아닐 수 없다. 아무쪼록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아름다운 기적이, 대한민국에도, 또 지금 꿈을 향해 매진하는 전 세계의 모든 학생에게도 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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