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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DMZ 민물고기의 사계절, 우리나라의 생명력 넘치는 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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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DMZ 민물고기의 사계절, 우리나라의 생명력 넘치는 강

대한민국 교육부 2009. 6. 17. 02:01
출처 1000일의 약속 | River일기
원문 http://blog.naver.com/badailki/150044923948 CCL
  
80년대 후반 웅진출판사에서 기획한 자연학습도감 제작을 맡아 전국의 바다를 비롯하여 강과 계곡을 구석구석 뒤지고 다닐 때가 있었다. 특히 그 당시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민물고기에 대한 생태가 초유의 관심사였다. 따라서 나름대로의 지식을 쌓기 위해 관계 서적을 뒤져 보았으나 변변한 도감이 없었고 겨우 구할 수 있었던 것이 최기철 박사가 쓴 「한국의 민물고기」(1989)와 「민물고기 이야기」(1991)였다. 이 두 권의 책들은 아직도 곁에 두고 수시로 펼쳐 보다보니 거의 헤질 정도로 낡아있다. 그 중 민물고기 이야기는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 담수어에 대한 생각을 180°로 바뀌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우리나라는 반도 국가이지만 북쪽으로 두만강과 압록강이 큰 대륙으로부터 경계를 자연스럽게 이뤄내 외래어종의 유입이 막히는 효과로 인해 1차 담수어(담수에서 태어나고 자라 생을 다하는 물고기)중 거의 40%가 전 세계 우리나라에만 살고 있는 특산종이라는 것과 함께 민물고기의 보고라는 사실을 깨달게 되었다. 민물고기란 그저 천렵이나 작살질의 대상인 별가치가 없는 존재에서 귀하디귀한 자연유산으로의 인식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아무튼 그 당시 책의 내용 중에서 전상린 교수가 신종으로 가는돌고기 발견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이 고기에 대한 생태, 언제, 어디서 알을 낳고 암,수가 어디서, 어떻게 만나는지 그리고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면 어떻게 변해서 어미고기와 같은 모양을 가지게 되며, 돌고기와 감돌고기와의 관계 등 전혀 밝혀지지 않은 생활사를 궁금해 하면서 이 숙제를 풀어낼 사람들은 우리의 어린 과학자들의 몫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때부터 이러한 베일을 거두어내는데 있어 우리 다이버들이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점쳐 보았다. 왜냐하면 자연생태계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서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그야말로 끈질긴 관찰만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중세계 관찰은 잘 알다시피 많은 제약이 따르며 특히 스틸사진으로 주요 장면포착과 스토리 표현은 더욱 힘들다보니, 우선 도감작업이 선행되었고 그 후 자세한 생활사는 아무래도 각 방송국의 자연다큐멘터리 프로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이번에 새롭게 밝혀진 꺽지의 산란과 가는돌고기의 탁란(托卵, deposition)관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아울러 제목에 ‘세계최초'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흔히 미디어세계에서 관심 유발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주 쓰이기는 하지만, 가는돌고기 역시 꺽지와 함께 우리나라 특산종인 관계로 전혀 과장이 아니기에 본지도 기꺼이 인용해보았다.   우선 원래의 촬영목적은 외부의 영향을 거의 안 받는 민통선 안에서 꺽지의 일생 중 산란과 부화의 전 과정을 담는 것이었다. 장소는 21사단 관할인 양구의 수입천 상류로 잡았고 비디오카메라 역시 무인작동을 할 수 있게 설치한 후 그야말로 숨죽여가며 24시간 교대로 지켜보는 과정이 되풀이 되었다. 그때까지 알려진 꺽지의 생활사는 5~6월에 산란하며 부화는 길어야 2주내에 끝나고 가시고기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 부성애가 큰 특징이었다. 
    
관찰된 바에 의하면 산란하기 적당한 바위를 수컷이 찾아낸 후 주변의 장애물을 부지런히 치우고 암컷을 불러들인다. 이때 색이 황갈색계통에서 검은색으로 변색이 이루어지는데 혼인색으로 볼 수 없는 것이 그때 그때 수컷의 상태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구애활동 역시 아가미 뚜껑 벌리기, 몸 흔들기, 등지느러미 가시세우기, 꼬리치기, 변색, 암컷의 옆구리 쪼기 등 아주 다양하다. 그리고 수컷의 능력에 따라 자손의 수도 차이가 난다. 아주 강한 놈은 여러 마리의 암컷을 계속 불러들여 바위천장에 알을 붙이게 한 후 사정하여 수정하는데 최대 1000개까지 붙이는가 하면 애처롭게 몇 십 개의 알을 낳아 지키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꺽지의 수정이 끝난 후 수컷이 본격적으로 알을 지키기 시작한 바로 다음날, 꺽지가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 가는돌고기가 산란장에 모여들었다. 순간적으로 꺽지알을 잡아 먹으러 온 것으로 착각하여 쫓아버릴까라는 생각을 가졌으나 이상행동이 관찰되었다. 여러 마리의 가는돌고기가 꺽지의 암컷같이 배를 천장에 대고 바삐 비벼대는가 했더니 색깔이 틀린 알들이 겹으로 붙기 시작하였다.

순간 이게 말로만 듣던 탁란 장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모니터를 지켜보던 취재진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나중에는 수컷 꺽지가 지키고 있는데도 용감하게 탁란이 이뤄졌다. 그 후의 장면은 자연세계에도 숭고한 희생과 얼음같이 차가운 매정함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처절해 보이기까지 한 수컷 꺽지의 부성애와 산란 후 거들떠보지도 않는 가는돌고기의 모습은 우리 인간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쨌든 수정 후 10일 정도가 지나면 부화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촬영시기에는 이상기온으로 수온상승이 더디게 이루어져 무려 3주가 훨씬 지난 후에나 부화하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 부화시점은 시간 경과보다는 주변 수온이 20°C 이상까지 올라가야만 이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경우 수컷이 평소보다 몇 배의 에너지 소비가 이뤄져서 그런지 부화된 가는돌고기 새끼를 가차 없이 잡아먹는 예상외의 장면이 목격되었다.
     
신기한 점은 꺽지의 산란과 수정이 이뤄진 것을 가는돌고기가 냄새로 감지한 후 바로 뒤이어 탁란하고 부화시기 역시 꺽지에 비해 하루정도 일찍 이뤄지게 해서 생존율을 높이게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꺽지알이 다 부화된 후에도 그대로 알 상태로 남아 있다면 더 이상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순식간에 다른 물고기의 밥이 된다는 것을 자연히 터득한 것으로 여겨지며 그 동안 어미 노릇을 해준 꺽지에게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아주 약삭빠르게 발달된 것 같아 얄밉기도 하지만 아주 지혜로운 물고기라는 점을 감출 수 없었다.

부화 후에도 꺽지 새끼는 천장에서 바로 바닥으로 내려와 아비의 보호를 받으며 난황이 다 소비될 때까지 1주일 정도 더 머물다 떠나가지만 가는돌고기는 부화 후 바로 쏜살같이 둥지를 벗어나 버렸다.

이번 YTN 다큐멘터리 제작팀과 함께 관찰한 신비한 자연생태계 모습에서 또 하나의 어려운 숙제를 풀어냈다는 자긍심과 함께 스틸카메라로는 동행취재의 한계극복이 너무 힘들다는 아쉬움도 함께 남았다. 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그동안의 연구 자료와 이번 촬영된 동영상을 함께 묶어 청평 내수면 연구소의 이완옥 박사가 학계에 정식으로 발표한다고 하니 오래전 예상하고 꿈꾸어 왔던 우리 다이버의 역할이 매우 커질 거라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글/사진 자료 : 수중세계




 ※이 포스트는 '1000일의 약속' 블로그에서 스크랩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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