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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먼저, 수원 화성에서 배워요! 본문
* 여러분이라면 어떤 문화재를 소개하겠습니까?
얼마 전, 대만을 여행했을 때의 일입니다. 유명한 화련 지역을 둘러보기 위해 기차를 타고 가는 중, 홍콩에서 온 두 명의 여행객과 동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택시관광까지 함께하였는데, 우연히 우리나라에 관한 이야기까지 화제가 미쳤습니다. 두 친구는 지난 12월에 한국을 방문했으며, 주로 서울에 머물렀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것을 떠올리지 못하더군요. 그리고 다음에 한국을 방문하면 어디를 가면 좋은지 저에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홍콩인 친구.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여러분이라면 그 친구들에게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저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상당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장난스럽게 ‘강남’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날 방문한 젊은이들의 거리 ‘시먼딩’을 떠올리면서 말이지요. 돌아오는 길에 그들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불현듯 떠오른 것이 수원 화성이었습니다.
*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수원 화성은 1997년 유네스코로부터 창덕궁과 함께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 5학년 학생과 학부모에게 수원 화성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아이는 정조와 정약용, 거중기를 이야기하더군요. 근처의 경기도 박물관을 다녀왔다는 학생은 거중기와 녹로의 원리에 대하여 설명하며 대단히 과학적으로 지어진 성곽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용연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방화수류정의 모습>
새 학기 학교 총회에 참석한 학부모는 좀 더 다양한 답변을 늘어놓았습니다. ‘정조의 효심’, ‘기존 세력에 대한 견제’,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어울린 건축물의 미적 가치’ 등 유형적 자산 말고도 무형적 가치에도 관심을 두었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을 지도하며 공부한 내용인 듯합니다. 그중에서 제 귀를 솔깃하게 만든 것은 오히려 제게 물어온 다음의 질문이었습니다.
“선생님, 화성의 북문에서 서문까지의 거리가 북문에서 동문까지의 그것보다 가까운 이유를 아세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나마 놀라기도 했지만, 문득 과거에 받았던 연수를 떠오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화홍문에서 바라본 수원 화성의 정문 장안문의 모습>
* 애민정신이 깃든 수원 화성 이야기
지난 1월, 화성행궁 옆의 수원 화성 박물관에서는 많은 선생님을 대상으로 수원 화성 연수가 있었습니다. 당시, 강사님은 보름 전 학부모가 제게 했던 질문을 똑같이 했었습니다.
“수원 화성 조감도에서 장안 문(북문)의 위치가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형식은 달랐지만 분명 같은 내용입니다. 우동희 강사님은 수원 화성이 중국의 축성 방식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비슷한 면이 많지만, 애민정신에서 비롯된 이러한 불규칙성은 중국의 그것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독특한 점이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장안문을 지으려던 곳에서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을 강제 이주시키지 않고 임금을 맞이하는 정문이라고 할 수 있는 그것을 옮겨지었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결정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과거 몇몇 왕조의 조기 멸망은 백성을 생각지 않은 무리한 부역에서 기인하였습니다. 굳이 진시황을 예로 들지 않아도 말이지요. 정조는 화성 축성에 동원된 백성에게 품삯을 지급하여 농번기 가정 경제에 어려움이 따르지 않도록 배려해줌으로써 불만을 최소화하였습니다. 공사비 대부분이 인건비와 재료 운반비로 쓰였다는 사료와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몰렸다는 사실은 이를 입증하기에 충분합니다.
더구나 정조의 명에 의해 채제공과 정약용이 중심이 되어 철저한 계획에 따라 성을 쌓아 공사 기간을 대폭 줄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는 백성이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이들은 기간 단축이 부실한 축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사 실명제까지 실행하는 치밀함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거중기, 녹로, 수레 등의 고안과 활용을 통해 백성의 고충을 덜어준 사실은 익히 알려진 내용입니다.
<방화수류정 하단. 여러분은 이 사진에서 무엇을 생각했나요?>
* 정조의 화성 건설이 우리에게 주는 교육 메시지
수원 화성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과학성, 예술성만으로도 한국 건축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뛰어난 구조물입니다. 채제공의 치밀함, 정약용의 박학다식함을 성곽 곳곳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더욱이 백성을 먼저 생각한 정조의 애민정신에서, 다음과 같은 교육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 학생 하나하나를 배려하는 학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 우리 교육은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에 불고 있는 새로운 바람은 학생이 중심이 되는 자발성과 자율성을 토대로 한 소통, 공감, 배려의 문화입니다. 화성을 쌓기 위한 치밀한 계획에서 알 수 있듯, 선생님은 교수학습활동 과정 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하여 학생을 효과적으로 지도해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교수법의 적용 및 수준별 활동 전개는 맞춤형 학습을 위한 시발점으로, 화성 건설에서 백성의 어려움을 덜고자 고안한 각종 도구의 개발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둘. 학생이 중심인 자율적인 학교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학습뿐만 아니라 생활면에서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치활동을 중심으로 학생 주도의 학교 문화를 조성하여 그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여 자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이에 본인의 행동에 대하여 기꺼이 책임질 수 있는 자치법정 등의 시스템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노임을 지급하여 자발적인 백성의 참여를 유도하고, 공사기간을 단축하되 부실을 막고자 실명제를 실행한 정조의 생각과 비슷해 보입니다.
<학급헌법 선포식. 요즘 학교에서는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 수원 화성, 이렇게 소개합니다!
정조는 왕이 중심인 나라에서 당시로는 상상할 수 없는 혁신적인 변화를 꾀했습니다. 이러한 변혁의 결정체가 수원 화성이었고요. 이형국 교감 선생님은 성곽 둘레길 체험을 통해 팔달산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끼며 자연치유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수원 화성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거니는 것도 좋지만, 정조는 물론 정약용, 채제공의 위민정신을 되새기며 돌아본다면 더욱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도 강조하였습니다. 더불어 경기도박물관에서 수원 축성의 과학적 비밀을, 화성박물관에서 건축의 과정을 미리 살펴봄으로써 더욱 유익한 체험이 되기를 바라셨습니다.
<이형국 교감 선생님께서 추천하는 코스>
남문-봉수대-창룡문-연무대-방화수류정-화홍문-장안문-화서문-서장대-효원의 종으로 이어지는 둘레길
대만에서 만난 홍콩 여행객 두 명은 현재 페이스북 친구로 온라인을 통해 계속 친분을 쌓고 있습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조만간 한국을 다시 한 번 방문한다는 두 대학생 친구에게 꼭 가보아야 할 곳을 다시 한 번 추천할 기회가 생긴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수원에 있는 화성을 가장 먼저 둘러보라고요.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대를 앞서 간 정조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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