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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나는 할머니의 항암치료제!

대한민국 교육부 2013. 7. 26. 13:00

저는 어렸을 때의 추억 때문인지, 아니면 느껴지는 친밀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조부모님 댁에 가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8개월 전만해도 틈만 나면 부모님께 조부모님 댁에 가자고 조르기도 했지만, 중학교에 입학한 이상 그러기가 힘들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공부와 금방 찾아오는 시험 기간, 그리고 개인적인 학습 등 많은 일들로 인하여 저는 굉장히 바빠졌습니다. 이번에 중학교 1학년 학기말 고사를 마치고 저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할머니와 할아버지 댁으로 향했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차를 타고 약 1시간 후, 조부모님 댁에 도착했습니다. 재빠르게 달려가기 전에,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한 번 큰 소리로 불러보았습니다. 댁에 들리겠다고 전화로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말씀드려서 그랬는지, 문은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신발을 벗고 바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는 저를 보고 활짝 웃으셨습니다.

 

어려서 심어진 사랑이 제 마음에 자라고 있어요

저는 어려서 부모님보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훨씬 좋아했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두 분의 사랑을 듬뿍 받았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당시 부모님의 맞벌이로 제가 집에 혼자 있어야했기 때문에, 그 시간에 조부모님께서 저를 돌봐 주신 것입니다. 배고프다 하면 제가 잘 먹었던 반찬들을 다 기억하셔서 항상 조리해주시고, 밖에 나가고 싶다 하면 일을 하시다가도 활짝 웃으시면서 함께 나가주셨습니다. 사실 말하자면, 어렸을 때 부모님과 지냈던 시간과 조부모님과 지냈던 시간이 거의 비슷했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사랑의 관계가 더욱 두터워졌나봐요.

 

옆 사진중국에서 맞은 여름방학동안 조부모님과 함께 했던 사진인데요, 초등학교 2학년 때 1년 동안 중국의 운남성에 있는 쿤밍시에 가서 잠시 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머니와 둘이서 지내다가, 나중에는 바쁘시던 아버지가 시간을 내셔서 중국에 오셨습니다. 중국의 초등학생들사이에서 중국어로 생활하면서 조금 힘들었는데 사랑하는 분들이 함께 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또한 할머니께서 주시는 두둑한 용돈은 제가 중국 친구들과 싱글벙글할 수 있었던 자랑거리였고요,  


뿐만 아니라 제가 배운 중국어 실력을 칭찬해 주시고, 조금 배웠던 쿵푸를 잘 한다고 "우리 손자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주셨던 것이 기억이 많이 납니다. 중국에서 여행을 다니거나 물건을 살 때면 제가 할머니 할아버지 대신 중국어로 통역을 해 드리기도 했고요. 어린 제가 할머니 할아버지께 무언가를 해 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제 자신이 무척 자랑스럽고 뿌듯했습니다.  이 때를 계기로 저와 조부모님 사이가 더욱 친밀해졌던 것 같습니다.


암투병을 시작하신 할머니, 힘내세요

그런데 작년 어느 날, 제가 학교를 갔다 와 보니, 부모님의 표정이 굉장히 좋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처음에 여쭈어 보았더니, 별 일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잠시 방을 나가시는 동안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할머니께서 아프신데 병명이 "암"이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TV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이 실제로 일어나다니... 실감이 나지 않으면서도 굉장히 슬펐습니다. 작년에는 그나마 시간이 조금 있어서 조부모님 댁에 가 투병 중으로 힘드신 할머니와 할머니를 간호해 주시는 할아버지를 도와드리고 말동무가 되어 드렸지만, 올해는 그럴 기회가 굉장히 적었습니다.


혼자서 병간호로 고생하시는 할아버지, 힘내세요

조부모님 댁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오신 작은 할아버지께서도 와 계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밥을 사 주신다고 하셔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항상 저를 보면 제 키가 컸다고 좋아하십니다. 제가 자라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인가 봅니다. 사진처럼 저는 할아버지와 키가 비슷합니다. 그런데 키가 큰 것에 대한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즐거우신지, 음식점까지 계속 저의 손을 잡고 가셨습니다.

가는 동안 내내 할아버지 혼자서 '암 투병 중인 할머니를 간호하시는 데 얼마나 힘드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할아버지가 너무 힘드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제가 잘 먹으면 너무 좋아하십니다. 먹는 내내 할아버지께서는 살을 발라서 제 숟가락에 올려 주셨습니다. 고마우신 할아버지! 아마도 할머니가 제 옆에 계셨다면 할머니께서 제 숟가락에 북어 살을 올려 주셨을텐데요. 두 분 모두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나는? 할머니의 항암치료제!

부모님 댁으로 간 후, 다 함께 수박을 먹었습니다. 조부모님 댁에 들르기 전에 산 수박인데 지름이 제 머리의 두 배 정도 되었습니다. 안에는 진한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고요, 검정색 씨가 간간히 미소를 짓는 달달한 수박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웃으며 먹다 보니, 어느새 수박의 반이 순식간에 없어졌습니다. 할머니께 수박을 먹여 드리는데 제 마음이 이상하게 울음이 나올 듯 울렁거렸습니다. '할머니 제발 아프지 말고 빨리 나으세요.' 마음 속으로 여러 번 외쳤습니다. 어렸을 적에 할머니가 제게 밥을 먹여주시던 기억이 생각났습니다. 이제는 제가 할머니를 먹여드려야할 때가 왔나봅니다. 할머니께서 해바라기처럼 환하게 웃으십니다. 웃으실 때마다 더 건강해 지시겠죠?

 

오랜만에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난 만큼, 두 분을 도와 제가 방을 닦았습니다. 방 구석구석 세심히, 그리고 열심히 닦았습니다. 어릴 때 할머니께서 방을 닦으시는 모습을 볼 때는 그리 어렵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힘들었습니다. 우리 집은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자주 도와 주십니다. 이제는 남자들도 가사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설거지와 방 청소를 미리 미리 조금 씩이라도 해 보라고 아버지께서는 자주 말씀하셨지만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방을 닦아 보았는데 힘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시간을 내어서 부모님을 도와서 방 청소는 제가 해보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할머니, 일 좀 그만 하세요

어머니가 요리를 하시는데 할머니께서 나서십니다. 손자 음식을 직접해 주시겠다고요. 아프신 할머니인데요, 일 좀 그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할머니가 하시는 일을 돕기로 했습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할머니께서 만들고 계시던 생선 조림에 필요한 마늘을 씻어 드렸습니다. 설거지도 시도해 보려고 했는데, 할머니께서 괜찮다고 말리셔서 요리를 도와드리는 것 만으로 끝냈습니다. 할머니의 얼굴을 한 번 보니, 점점 활짝 웃으시는 것이 보였습니다. 제가 할머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종합 비타민"이 된거 맞죠? 다음에 할머니 댁에 올 때는 제가 설거지도 모두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제가 어려서는 할아버지께서 등산을 좋아하셔서 할머니와 함께 셋이서 산에 종종 가곤 했습니다. 어린아이가 할아버지와 똑같은 모습으로 뒷짐을 지고 산길을 걷는 저의 어릴 적 사진을 볼 때면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늘 저를 자랑하고 다니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정말 자랑스런 손자로 자라고 싶습니다.

 

브로치들은 제가 어버이 날 부모님 것과 함께 산 것들인데요, 원래는 어버이 날에 조부모님 댁으로 가서 할머니와 할아버지 옷에 달아드리려고 했지만, 그러질 못하여 오늘 제가 직접 달아드렸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분 다 브로치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늘 밝은 미소 그대로 계세요

할머니는 정말 대단하십니다. 작년에 암 수술을 하시고 암이 전이되어 현재 매주 항암치료를 받으시는 데도 얼굴이 항상 밝으십니다. 부정적인 말씀은 절대 안하십니다. 아래 사진도 활짝 웃고 계시죠? 아마도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늘 웃으시는 것 같습니다. 혼자 계실 때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암 투병이 정말 정말 힘들다고 들었는데 자식과 손자를 위해서 늘 웃으시고 좋은 말씀만 하시는 할머니가 평생 웃음 가득한 모습으로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일 많이 고생하시는 할아버지도 늘 웃으시면 좋겠습니다. 할머니께서 드시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한밤중에라도 사러 나가시는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생각하시는 마음이 정말 크신 것 같습니다. 


할머니를 꼬옥 안아드렸습니다. 어려서는 제가 참 많이 할머니의 품에 안겼는데 이제는 제가 할머니를 안아드리니까 마치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더 커서 더 큰 가슴으로 할머니를 꼭 안아드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할머니가 오래 사셔야 합니다. 정말 오래 오래 사셔야 해요. 어려서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제가 커서 어른이 되면 효도할 거라고 약속드렸습니다. 그런 기회를 제게 꼭 주셔야 합니다. 

우리 할머니 굉장히 환하시죠?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밝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신가 봅니다. 여기 저기 함께 등산하고 여행가시고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그리워서요. 조부모님께 제가 멋지게 성장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드려서 저를 마음껏 자랑하시게 하고 싶습니다. 이 기사도 할머니 할아버지께 보여드리면 돋보기를 쓰시고 읽으시다가 아마도 두 분이 우실지도 모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해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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