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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에 돌아온 '영등포 슈바이처'

대한민국 교육부 2013. 12. 20. 11:00

쌀쌀한 초겨울, 청명한 날씨. 서울고등학교에는 또 하나의 동상이 세워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등교할 때 주로 지나는 한솔문의 오른쪽 화단에 '선우경식 원장' 이라고 쓰인 흉상입니다. 낯익은 이름이어서 곰곰 생각해보니 몇 년 전 신문에서 보고 감동했던 분입니다. 영등포에 있는 요셉의원에서 노숙자 등 어려운 분들을 위해 의료봉사 하시다가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영등포의 슈바이처' '노숙자의 슈바이처'라는 별명이 있는 분입니다. 그리고 11월 25일 오후 3시, 많은 수의 할아버지께서 학교에 오시고 동상 앞과 강당에서 기념식 하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동상 제막식>

이날 동상 제막식을 하신 분들은 '고 선우경식 원장'의 고등학교 동창들이라고 합니다. 제15회 졸업생(대표: 강대신 서울고 총동창회 고문)이신데 1963년에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하셨다고 하네요. 연세가 70에 가까운 분들이 자랑스러운 친구를 기념하여 동상을 세우고, 후배들이 이분의 선행을 본받아 '어디에서나 없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합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숭고한 사랑과 헌신적인 봉사정신을 기리고, 자라나는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게 하려고 세우게 됐고, 건립비용은 15회 동기회에서 모금하여 충당하였다고 합니다. 이 동상 외에도 교정에는 '강재구 소령(8회 졸업생) 동상'과 김원규 초대 교장 선생님 동상이 있습니다.

<고 선우경식 원장의 삶>

선우경식 원장선생님은 1945년 평양에서 태어나서 월남하셨고,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 미국 킹스브룩 주이쉬 메디컬센터에서 일반 내과를 전공하고 성 프란치스코의원과 방지거병원 등에서 근무하셨습니다. 이후 신림동에서 사랑의 집 진료소를 운영하다가 1987년 영등포역 근처 골목 '요셉의원'을 개원하고 21년간 운영하시다가 2008년 돌아가셨습니다.

 

환자를 위해 평생을 살아온 선우경식 원장선생님은 위암에 걸려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병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향한 고인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고, 거동이 힘들고 뇌출혈로 쓰러지기 직전까지 환자를 돌보다 결국 운명하셨습니다. 그때 연세가 63세였고 결혼은 하지 않았으며, 평생 43만 명의 환자를 무료로 진료하셨다고 합니다.

 

<요셉의원>

요셉의원지금도 영등포에서 진료하고 있습니다. 요셉의원을 찾는 분들은 가난하고 소외되고 힘없는 분들입니다. 노숙인, 행려병자, 알코올 의존증환자, 외국인 근로자 등이고 모두 무료진료입니다. 선우경식 원장이 비운 자리를 고인의 뜻을 이어받은 자원봉사자들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요셉의원이 문을 여는 시간은 다른 병원과 다르게 저녁 시간입니다. 왜냐하면, 의사, 간호사, 약사, 회사원 등의 선생님들이 낮에 자신의 일터에서 진료하고 일과가 끝난 뒤에 이곳에 와서 봉사하시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선우경식 원장님은 생전에 대학병원 교수도 마다하고 한 달에 100만 원 정도의 생활비만 받으며 진료하셨다고 하는데, 그 숭고한 정신이 이어져 지금은 100명 넘는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께서 자원봉사로 진료하시고, 정기후원자도 2,0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20년 넘게 봉사하시는 치과의사 선생님은 "대한민국에서 치과를 개원했다는 것은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혜택을 사회에 돌려주는 면에서도 자원봉사가 의미가 있다."는 취지로 말씀하십니다. 

봉사하는 삶의 중요성

선우경식 원장 한 분의 사랑과 봉사가 기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봤습니다. 숭고한 희생과 봉사 정신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감동하게 하고 또 모범적인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따라 하게 한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몇 년 전 기사가 생각나네요.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셨을 때 고인이 장기기증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장기기증을 결심하게 해서 수많은 사람이 따라 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선행이 작은 눈 뭉치가 되고 그것이 굴러가면서 점점 커져서 커다란 기적을 만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선우경식 선배님을 보면서 많은 다짐을 했습니다. 제 꿈인 경제학자가 되어서 많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또 그들을 돕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마음속에 깊이 새겼습니다.

 

사실 저는 나 혼자서 또는 소수가 노력하면 얼마나 힘이 될까 우울해한 적이 있는데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2월을 맞으며 제가 노력하기로 한 것이 있는데요, "우아한 단어들을 사용해야 겠다."는 것입니다. 저 혼자라도 노력하며 따르는 친구들이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인정해주는 친구의 중요성

친구의 선행을 기억해서 모교에 동상을 세워주는 15회 동기회를 보며 인정해주는 친구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 경우는 또 있는데, 우리 학교 교정에는 강재구 소령 동상도 있는데요. 강재구 소령은 부하들을 훈련하는 중 부하 중 한 명이 실수로 수류탄을 떨어뜨려 모두가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의 몸으로 수류탄을 덮어 부하들의 생명을 구한 분입니다. 이 동상도 제8회 동기회가 만들어서 세웠다고 하네요. 동상이 중요한 건 아니지요. 동상을 만들며 그 친구를 기억하는 친구들이 있어 고맙고, 후배들에게 자신의 친구를 자랑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후배들이 본받기 바라는 마음과 함께요. 

  

저도 친구의 선행과 장점을 기억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 친구 중 하나는 의사가 되어 아프리카에 의료 봉사를 하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친구를 도와 선행할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가난한 환자는 내게 하느님의 선물이었다."라는 고백의 의미

선우경식 원장의 고백입니다. 저는 아직 이 말의 의미를 실제로 느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가슴이 뭉클하네요. 예수님의 말씀 중 '작고 가난한 한 사람에게 한 것이 바로 나에게 한 것이다.'라는 것과 상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소외되고 부족하게 보이는 사람이라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인간이기 때문에 모두가 귀중하다는 말이 연상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서, 저도 선배님들처럼 '어디서나 없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자라야겠다는 책임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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