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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세상, 그들만의 신조어

대한민국 교육부 2014. 6. 24. 20:13


그들만의 세상, 그들만의 신조어


글│김서규 경기 유신고등학교 교사


 


나이가 지긋하신 선생님들도 자신의 십대를 돌아보면 ‘땡땡이친다(수업을 무단으로 빼먹다)’, ‘따봉!(최고야! 좋구나!)’, ‘골빈당원(소견머리가 부족한 사람)’같은 은어를 사용한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삼십대 교사들은 짱(최고다), 생까다(모른 체하다), 꼽사리(억지로 끼어들기)를 쓰던 시절이 생각날 것이다. 이십대 교사들은 여병추(여기 병신 하나 추가요),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하면)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그러나 방송에 젊은 연예인이 나와서 ‘얼척없다(어이없다)’ 하거나, ‘걘 장미단추(멀리서 보면 미인, 가까이서 보면 추녀)에게 금사빠했어(금세 사랑에 빠졌어).’나 ‘어제 엄마크리(엄마 화내시고)하고 파덜어택(아빠 꾸지람하셔서) 존나(매우) 빛의 속도로 GG했어(게임 끊고 나갔어).’ 하는 말을 들으면 ‘나는 젊은데 벌써 십대와 세대차이가 생겼나?’ 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십대들의 생활상 가치관을 반영하는 은어

십대들끼리 쓰는 말은 몇 갈래다. 속어는 사적인 자리에서 ‘구라(뻥, 거짓말)친다.’ 같은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신조어는 레알(real을 소리나는 대로 읽은 것이며 ‘진짜로’ 의 뜻)같은 외국어에서 오는 말이며 가끔 표준어가 되기도 한다. 통신체는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전달해서 핸드폰의 요금(알)을 아끼려고 ‘ㅅㄱ(수고해라)’, ‘ㅇㅇ(응, 그래), ‘ㅈㅅ(죄송)’, ‘ㅈㄹ(지랄)’, ‘절친(절친한 친구, 혹은 베프(Best friend)), ‘즐~(KIN, 꺼져의 뜻)’, ‘cu(see you)’, ‘oic(oh, I see)’, ‘11(컴퓨터를 잠시 떠난다)’, ‘22(컴퓨터 앞에 다시 돌아왔다)’처럼 줄임말을 쓰는 것이다. 인터넷 유행어는 검열삭제(19금 내용을 봄), 쉴드(shield)친다(공격당하는 친구를 편듦)처럼 인터넷 사용자들끼리 만들어낸 말이며, 어휘수가 가장 많다. 십대들의 은어는 그들의 생활상과 가치관을 반영하기 때문에 자못 흥미롭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컴퓨터, 게임   제곧내(ㅈㄱㄴ, 냉무): 제목이 곧 내용(별 내용이 없다는 뜻), 짤방(움짤): 게시판에서 관심을 받지 못할까봐 엽기사진을 추가해서 잘림을 방지(움직이는 짤방), 상메: 카톡상 메시지, 개드립: 말도 안 되는 말, 맞삭: 서로 관계 삭제, 자삭: 자진삭제, 퇴갤(입갤): 갤러리 퇴장(입장), 트인낭: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 지지(GG): ‘Give up Game’ 혹은 ‘Good Game’, 만렙: 滿Level 즉 게임의 최대 레벨, 본캐(부캐): 본래 캐릭터(제 2캐릭터), 쩔: 고랩이 저랩을 위해 경험치를 상승시킴, 팀킬: 같은 팀을 공격, 현질: 현금으로 아이템을 구입, 종특: 종족특성, 크립: 중립 몹(몬스터), 엑박: 엑스자 모양으로 표시된 그림파일

 

학교   문식답: 수학의 문제-식-답, 기포: 기말고사 포기, 제물포: 쟤(물리교사) 때문에 물리 포기했어(선생님 탓할 때 사용), 특공대: 특별히 공부도 못하면서 대가리만 큰 아이, 슈퍼썬데이: 고3이 한 달에 1번 노는 일요일, 디비: 담배, 꼬댕이: 공부도 놀이도 못하는 아이, 쪼댕이: 조그만 게 댕댕거리는(입담이 센) 아이, 십장생: 십대부터 장래를 생각해야 한다, 강전: 강제전학, 불금: 불타는 금요일

 

사람·용모  관종: 관심받고 싶어하는 종자, 흰빨검: 얼굴은 희게, 입술은 빨갛게, 눈에 검은 써클렌즈를 낀 여학생을 비하함, 까탈레나: 까칠하지만 친하고 싶은 아이, 여미(남미): 여자(남자)에 미친 아이, 단무지: 단순 무식 지랄하는 아이, 갈비: 갈수록 비호감, 초글링: 초딩+저글링으로 유치한 아이, 사캐: 사진보다 실물이 뛰어난 아이, 안여멸(안여돼): 안경 쓰고 여드름 나고 멸치(돼지같은)같은 아이, 듣보잡: 듣도 보도 못한 잡것

 

생활·감정   메롱스럽다: 난감하고 뻘쭘하다, 관광(역관광)당하다: 강제로 창피당하다(타인을 창피주려다 되레 창피당하다), 갑툭튀: 갑자기 툭 튀어나오다, 안습(안쓰): 눈물남(눈물이 쓰나미처럼 몰려옴), 넘사벽: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같이 수준 높은 대상, 대륙·천조국·열도·반도: 중국·미국·일본·한국, 병맛: 병신같은 맛, 무지개매너(비매): 무지하게 예의없는 개매너, 부금: BGM(Background Music, 배경음악)을 소리나는 대로 읽음, 열폭: 열등감 폭발, 오유: 오늘의 유머, 아오안: 아웃오브 안중, 즉 관심 밖 이라는 의미

 

사고·개념구성의 깊이 얕아지고, 세대 간의 단절 일으켜


왜 이런 십대들만의 언어가 생겼을까? 

자기계층에만 소통되는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서 은어를 만드는 것은 심마니든 경매꾼이든 예부터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정보사회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상황이 무수히 생기고 단기간에 많은 정보를 주고받을 필요성 때문에 신조어와 약어가 더욱 늘어난 것 같다. 그러므로 이상하고 불순하게만 여길 일이 아니고 십대들에게 다가온 21세기의 변화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문제점도 있다. 은어와 축약어가 전달속도는 빠르지만 전달내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기 때문에 십대들의 언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사고나 개념구성의 깊이가 얕아지고, 세대 간 단절이 쉽게 오고, 비속어 쪽으로 기울어 버릴 가능성도 있다. 요즘 가뜩이나 전국적으로 십대들이 비속어를 너무 많이 쓰고 있지 않은가! 교사들도 손을 마냥 놓고 있을 수 없다. 건전한 국어교육을 강화하고, 비속어 금지를 적극 지도하고, 좋은 언어를 솔선해서 사용하고, 멋진 표현을 익히게 하면, 십대에 신조어를 사용하던 시기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고, 품위 있고 정확한 언어를 멋지게 사용하는 성인기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것이다. 


출처: 행복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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