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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향교에서 인성을 배워요

대한민국 교육부 2014. 8. 15. 11:00

학교폭력, 대화단절, 인성교육으로 해결!
향교에서 인성을 배워요
진주향교 I 유교 I 인성교육 I 충과 효

작년 여름 공사 중인 진주 향교를 방문하여 선비 정신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제가 나온 초등학교 바로 뒤에 큰 향교가 있어 여름이면 거기서 공부하기도 했다는 얘기를 해 줬습니다. 내심 부러웠던 막내는 진주중학교에서 여름방학에 향교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3일간 진행한다니 바로 신청했다고 합니다. 물어보지도 않고 본인이 냉큼 신청한 걸 보면 어지간히 가고 싶었나 봅니다. 

진주향교교육관에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학기 중에는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을 위한 견학 프로그램과 일반인을 위한 경남유교대학이 운영됩니다. 여름방학에는 매년 1,000여 명의 중학생이 다녀간답니다. 가장 가치관의 혼란기를 겪는 중학생의 학교폭력, 가족 간 대화 단절 등의 문제전통 유교 교리를 통해 풀어보고자 기획했다 합니다. 12월에는 수능을 마친 고3 학생 2,000여 명을 위해 사춘기에서 어른이 되는 준비를 도와준다고 합니다. 

진주향교 국장님이십니다. 진주향교의 역사와 한문을 담당해 주셨습니다. 막내에게 시켰더니 수업 듣는 학생이라 촬영이 원활하지 못해 제가 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흔쾌히 취재 허락해 주시고 인터뷰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막내는 모든 선생님께서 한복을 입으신 게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합니다. 단정한 모습으로 수업에 임해야 하는 의무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진주향교 명륜당의 모습입니다. 원래 한 기수를 20여 명 내외로 하여 한복을 입고 여기서 공부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프로그램 참가 희망자가 너무 많고 무더위에 지칠 것을 염려하여 부득이하게 실내 교육관에서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진주중학교는 54명이 참가하였습니다. 서당에 나오는 학동처럼 한복을 입고 싶었던 막내는 적잖이 실망했습니다.   

첫날, 입교식을 하고 향교의 역사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공자의 위패를 모셔놓은 사당 내부도 볼 수 있었습니다. 미남은 아닙니다. 성인의 모습이라기보다 엄한 할아버지 같으셨습니다. 작년에 둘러본 것이 많이 도움되었다며 막내는 우쭐해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즉석 퀴즈를 많이 내셨는데 평소 공부한 내용이라 술술 잘 대답해서 칭찬받았다고 합니다. 임진왜란에 관해 얘기하시며 선생님께서 많이 격해지셨다고 합니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침략의 교두보가 될 수밖에 없었고 진주대첩의 슬픈 역사를 되살리니 절로 화가 나신듯합니다. 그러나 막내는 과거 일본이 잘못했다고 전체 일본인을 미워해서는 안 되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당돌한 반론에 화를 내실 법도 한데 수업 태도가 좋다고 칭찬해 주셨다고 합니다. 

둘째 날, 기본예절에 대해 배웠습니다. 선생님께서 이렇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시니 학생들도 머리가 책상에 닿을 듯 숙입니다. 오전 8시 30분 등교라 방학인 걸 고려하면 이른 시간, 이곳은 교통 편도 불편하여 버스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야 합니다.

 

사자소학(四字小學)을 공부했습니다. 막내는 집에 와서 배운 삼강오륜(三綱五倫)에 관해 얘기해 줬습니다. 아는 것은 스스로 정리가 부족해도 얘기하길 좋아합니다. 첫째, 둘째는 본인이 직접 지목되지 않으면 발표하길 꺼립니다. 형제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며 큰소리치다 형한테 혼날 뻔했습니다. "그래, 너 말 잘했다. 장유유서(長幼有序)라 했거늘 형한테 대느니?" 오히려 다 아는 걸 가르치려 든다며 핀잔만 들었습니다. 기죽은 막내에게 엄마인 저라도 들어주고 격려해 줘야 했습니다.

 

효(孝)에 대해서 배웠다고 합니다. 왕상의 잉어, 맹종의 죽순, 순임금의 거문고 등 고사를 통해 지극한 효를 얘기해 주시더랍니다. 요즘은 효보다는 자식에게 모든 걸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하시더랍니다.

 

향교 내 모든 현판이며 글이 한자로 되어 있고, 수업 중에도 사자성어가 많이 나와서 평소 한문 공부를 소홀히 한 것이 후회된다고 합니다. 문맹이 된 듯 답답한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우리의 많은 문화유산이 한자로 되어 있어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도 한문은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먹고 돌아서면 배고픈 남자 중학생이 가장 기다린 간식 시간입니다. 시키지 않아도 하나씩 가져와서 먹고 뒷정리까지 말끔하게 합니다. 맨 앞에 앉은 막내와 친구. 정말 성실히 수업에 임했음을 증명하는 사진이라며 누나와 형에게 꼭 보여주겠답니다. 늘 본인은 어설픈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 억울하답니다. 

셋째 날, 진주중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격려 목적으로 오셨습니다. 하필 자리를 많이 비운 이른 시간에 오셔서 민망했습니다. 충(忠)이란 마음의 중심을 따르는 것으로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순신, 유관순, 윤봉길만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바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학생의 본분은 열심히 공부하여 장차 사회에 쓸모있는 인재가 되는 것이다. 명문대를 나오고 높은 자리에 올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 와 닿았습니다. 제가 학창 시절에도 듣던 말이지만 다시 들으니 새롭습니다.

 

중간에 떠드는 학생이 있다거나 주목을 시켜야 할 때 선생님께서는 손가락을 펴셨습니다. 그럼 모두 입을 다물고, 지적된 사람은 손가락 개수를 맞춰야 했습니다. 가장 떠드는 친구를 반장으로 뽑았다고 합니다. 덕분에 이 친구 자주 일어섰다 앉았다 했습니다.

 

진주중학교를 나오고 진주중학교에서 근무했던 선생님이라 너희는 나의 후배이니 더 엄하게 대하겠다 겁을 주셨습니다. 홍삼 젤리도 준비해 오셔서 퀴즈도 자주 내셨습니다. 첫 문제를 제가 맞췄습니다. 안타깝게도 자꾸 오답을 내길래 슬며시 손을 들었더니 "맨 뒤에 앉은 예쁜 여학생이 맞췄습니다. 이리 나와서 선물 받아가세요." 하셨습니다. "학생 아닌데요."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어른이 맞히는 건 반칙이라고 했습니다. "얘들아, 나도 오늘은 수업 들으러 왔으니 학생이란다."

 

포은 정몽주의 단심가(丹心歌)를 한자로 외웠습니다. 먼저 외운 사람은 휴식 시간을 줬습니다. 학창 시절 고전 문학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나서 새로웠습니다.

 

일찍 나온 막내와 막내 친구에게 인성교육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사실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 실천하지 않았던 덕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첫날 향교 둘러보기를 제외하고 실내에서 교육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내년에도 참가하고 싶고,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애들이 집중하지 않고 떠들어서 잘 안 들릴 때가 있었는데 더 따끔하게 혼내셨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옛것을 배워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인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색다른 환경에서 한복 입은 연세 많으신 선생님에게서 다시 들으니 새롭고 친구가 한 말처럼 결국은 실천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멋진 졸업식을 기대했지만, 수료증 나눠 주는 것으로 마쳤습니다. 진주향교다운 졸업식이었습니다. 막내는 상장도 하나 받아왔습니다. "엄마가 못 보셔서 그렇지 첫째, 둘째 날 제가 맹활약했다니까요. 질문하면 선생님께서 얘기하지 않으신 향토사와 진주 향교에 대해 덧붙여 설명도 했다니까요." 종이 한 장에 기분이 아주 좋아진 막내입니다. 

 

한여름 훅훅한 기운을 느끼며 10여 분을 걸어 시내로 들어와 버스를 타는데도 신이 나서 조잘댑니다. 요즘 중학생이 무섭다지만 그래 봤자 열 몇 살 어린애일 뿐인데 어른이 선을 그은 것은 아닌가 반성했습니다. 향교에 앉혀 놓으니 참으로 얌전한 도령들인데 말입니다. 아이들은 탓하기에 앞서 어른으로 해야 할 도리를 잘하고 있나 반성했습니다. 아이들 말처럼 알면서 실천하지 않은 가르침을 되새겨 봤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참 어른이 되어야겠구나!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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