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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소식

진화하는 교육정책

대한민국 교육부 2009. 9. 18. 16:19
 “사랑합니다.”

8월 7일 오전 11시 강원도 속초시 청학동 속초초등학교(교장 박상부) 3학년 4반 교실. ‘엄마품 멘토링’ 수업이 시작되자 1학년 가을이와 민규, 복희가 머리 위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인사했다. 이어 이경옥 멘토(37)가 아이들을 한 명씩 껴안으며 말했다. 

“형아들과 뭐 하며 놀았어?” 
“할머니와 이틀 동안 재밌었니?”  

이 학교는 7월 1일부터 학부모 멘토 3명이 학생 멘티들을 상대로 방과 후 보육, 숙제 돕기, 독서·인성 지도를 하고 있다. 일주일에 3차례 1시간 20분씩 수업한다. 박물관으로 현장학습도 자주 다닌다. 

이날 수업 주제는 ‘꾸며주는 말 익히기’. “‘사과’ 하면 떠오르는 낱말이 뭘까?” 이씨가 묻자 아이들은 “백설공주!” “빨개요.” “군침 돌아요.” 등 신나게 답을 쏟아냈다. 이씨는 사과를 주어로 문장을 만들어 칠판에 썼다. ‘할머니께서 백설공주 이야기를 하신 후 빨갛고 맛있는 사과를 주셨다.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사과’에는 빨간색 분필로, ‘빨갛고 맛있는’엔 노란색 분필로 밑줄을 그었다. 이 대목을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로 바꿔 문장을 만들도록 했다. 발표가 끝난 후 칭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맛있는’ ‘빨갛고’ 대신 들어갈 다른 단어를 찾았다. 사과의 색깔과 맛, 무게, 모양 순으로 주제를 좁혀 차근차근 공부했다. 아이들이 창작한 이야기에 맞춰 그림도 그렸다. 2교시는 도서관 수업. 학교 앞 속초도서관에서 그림동화책을 빌린 후 ‘꾸며주는 말 찾기’ 놀이를 했다. 

4학년 유정현 군, 1학년 수인 양의 엄마인 이씨는 “할머니와 같이 사는 아이들이 엄마 품 같은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업 시작 전과 후에 아이들을 껴안으며 칭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씨는 “‘오늘 너무 잘했어’ ‘선생님 진짜 감동했어’ ‘길 건널 때 조심해’ 같은 인사말을 건네면 아이들 표정이 환해진다.”며 웃었다. 

 

학생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교육제도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학부모가 참여하는 공교육

같은 시간 본관 회의실. 김인복 멘토(35)가 2학년 학생 3명에게 수학 받아올림과 받아내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2교시엔 교재를 기초로 한글 공부를 했다. 사범대를 졸업한 김씨는 교사자격증이 있으나 임용고사는 보지 않았다. 전업주부인 김씨는 “학생 수준에 맞춰 수업해야 한다는 게 처음엔 부담스러웠다.”면서도 “덧셈·뺄셈이나 한글 단어 하나 모르는 아이가 있더라. 공부 의욕이 없는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줘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전교생 687명 중 급식 지원 학생이 121명에 이를 만큼 저소득층 자녀가 많다. 학교 측은 기초생활수급자나 편부·편모 가정 자녀, 기초학력 부진 학생 중 멘티 10명을 선발했다. 방과후학교 보육교실인 ‘울타리 공부방’이나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더 굿 미팅(The Good Meeting)’ 프로그램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이미숙 연구부장은 “아이들이 대화 상대가 없어 자신감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도 많은 상태”라며 “엄마처럼 돌봐주고, 선생님처럼 공부를 가르쳐줄 학부모들로 선발했다.”고 말했다. 

엄마품 멘토링제는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가정 자녀들에게 학부모 멘토를 연결해주는 교육지원 프로그램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올해 전국 747개 초등학교에 52억9,400만 원을 지원한다. 보육교실에 다니기 어렵거나 다닐 필요가 없는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효과가 있다. 방과후학교팀 정윤경 사무관은 “전국적으로 2,400여 명의 학부모 멘토가 참여한다.”며 “멘티 부모들의 보육 부담을 덜고,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과 학습능력 향상도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멘토들의 교육 참여라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최근의 교육정책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교육의 3주체인 학부모들을 적극적으로 공교육에 끌어들이는 정책이다.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제도 연장선상에 있다. 

교과부는 7월부터 방과후학교 행정업무를 도울 코디네이터를 학교에 배치했다. 전국적으로 4,000명이 하루 4시간가량 교사를 지원하고 강사인력풀 관리, 학부모 상담 등을 맡게 된다. “학부모들이 학교행정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교과부는 설명했다. 

‘우리 아이 함께 키우는 운동’ 프로젝트도 관심거리다. 내 자녀에 쏠린 관심을 주변으로 넓히자는 것이다. 박진상 학부모정책팀장은 “다소 이기적인 자녀교육관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사회분위기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9월부터 전국 340여 초·중·고에서 학부모 자원봉사 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 예산은 16억 원. 언어장애 학부모 자녀들에게 동화책 읽어주기 시간을 갖거나 맞벌이 가정 자녀를 위한 에듀케어, 다문화가정 자녀 말동무 해주기, 안전귀가 순찰단 활동 등을 하는 학부모 동아리에 3백~5백만 원을 지원한다. 



사회 양극화 방지 위한  사교육 경감대책

학원의 마케팅에 대응하는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전방위적이다
.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시장은 20조9,000억 원에 이른다. ‘부익부 빈익빈’은 사교육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사교육비 지출액 조사 결과 월 소득 700만 원 이상인 계층은 사교육비가 월 47만4,000원인 반면 100만 원 미만 계층은 5만4,000원을 썼다. 무려 8.8배나 된다. 

사교육 양극화가 사회 양극화로 이어질 것임은 불문가지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면 교육부터 개혁해야 하는 것이다. 해법은 뭘까. 핵심은 단연 대학입시다. 정부가 입학사정관제 지원을 늘리는 이유다. 올해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 15개교, 계속지원대학 23개교, 신규지원대학 9개교에는 총 236억 원이 지원된다. 올해 입시에선 2만838명이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에 간다. 이를 위해 입학사정관제 홈페이지(http://uao.kcue.or.kr)를 개통했고, 9월초 콜센터를 개설한다. 

정부가 마련한 ‘공교육 경쟁력 향상을 위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공교육 내실화 ▲선진형 입시제도 정착 ▲사교육 대체서비스 강화 ▲학원 운영의 효율적 관리를 뼈대로 한다. 교과부 노경원 사교육대책팀장은 “내년부턴 사교육비 부담을 학부모들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양성에 기반한 교육제도 도입

교육과정 자율과 함께 단위학교의 권한이 확대된다. 내년부터 학교장에게 교원 정원의 20%까지 교사초빙권을 준다. 교원전보권도 강화한다. 외부 전문가 수혈은 원활해진다. 산업, 예·체능 분야 전문가나 수학·과학·외국어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가 교단에 서는 길이 열린다. 현재 282곳인 자율학교가 내년엔 2,500여 곳으로 크게 늘어난다. 

교원능력개발평가제는 내년 3월 전면 시행된다. 교사의 수업과 교장, 교감의 학교운영에 대해 상급자나 동료 교원이 평가하고, 학생의 수업만족도와 학부모의 자녀 학교생활 만족도를 조사해 시행한다. 평가영역별로 이미 26개 지표를 만들었다.  

한강중 학생들이 교과교실 수업을 준비하는 모습. 정부는 새로운 교육제도를 통해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 팀장은 “교과교실제가 학교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학생은 한 자리에, 교사는 이동하면서 수업을 했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The Bed of Procrustes)’ 같다고나 할까. 키가 침대 길이보다 크면 다리를 잘라버리고, 짧으면 다리를 침대길이에 맞게 늘려 죽이는 식이다.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이나 수준차, 교과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 교과교실제 도입은 교육의 틀을 바꿀 것이다. 수준별·맞춤형 이동수업은 공교육의 질을 높일 것이다.”

교과교실제는 내년 3월 전국 5,267개 중고교 중 12.3%인 647곳에서 시행된다. 이를 위해 8월 중 교육과정 혁신학교 45개 중·고교를 비롯해 수학·과학 특성화 고교 99곳, 영어 특성화 중고교 124곳, 수준별 수업형 중·고교 379곳을 각각 선정했다. 학교선진화과 예혜란 사무관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바꿀 수 있도록 교수·학습법 연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육개발원 교과교실지원센터가 학교 컨설팅을 맡게 된다. 특히 2012년 이후 개교되는 학교부턴 교과교실제가 전면 적용된다. 

노 팀장은 “교육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며 “학생과 학생이 ‘윈-윈’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자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키우면 ‘입시 = 제로섬게임’이란 등식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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