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식 블로그

기술보다 경험을 쌓아가는 미국 학교의 음악 활동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기술보다 경험을 쌓아가는 미국 학교의 음악 활동

대한민국 교육부 2015. 5. 19. 17:06


기술보다 경험을 쌓아가는 

미국 학교의 음악 활동


악기를 시작한 지 몇 달 안 된 학생이 오케스트라 무대에서 연주하는 모습, 상상이 되시나요? 


미국의 공립학교는 원한다면 보통 초등 4학년부터 오케스트라 활동을 시작해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교내 활동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상급학교로 갈수록 잘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학년에 새 악기를 시작해도 되도록 초보자(Beginner) 단계를 갖추고 있죠. 매 학기 두 세 차례 열리는 교내 공연과 교육구 합동 공연은 연주를 즐겨오던 학생들에게 성취감과 동기 부여를 안겨줍니다. 


완성된 무대를 목표로 억지 연습을 하기보다 서툴고 매끄럽지 않아도 배워가는 과정 그대로를 보여주는 오케스트라 공연에 관객들은 큰 박수를 보냅니다.


▲미국 한 초등학교의 오케스트라 교내 공연. 

전교생과 학부모가 모인 자리에서 한 학기 동안 연습한 곡을 연주한다.



♣ 초보자도 실력 좋은 연주자도 수준에 맞는 오케스트라 선택


미국 학교 오케스트라는 이미 연주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지원하는 곳이 아닌, 어느 수준의 학생이나 지원할 수 있는 열린 활동입니다. 물론 초급, 중급, 상급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상급반으로 올라가기 위해 쫓기듯 연습하거나 단기간 몰입교육을 하는 학생은 드뭅니다. 교육구 관계자의 말로는 “1년 6개월 정도 꾸준히 연습해온 학생이라면 상급반에만 있는 오디션에 큰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다”고 하니까요.


때문에 4학년이 되어 첫 악기를 시작하는 학생이 아주 많습니다. 중학생이 되었다고 해서 초등학생 때부터 해오던 악기를 계속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관심 가는 악기로 교체해 다시 시작해도 되도록 역시나 초급반을 개설하고 있죠. 좀 더 빨리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어하는 학생은 개인 레슨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일주일에 1~2회 교과 수업 중에 받는 오케스트라 연습으로 서서히 실력을 쌓아나가는 분위기입니다.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제공하는 연습을 위한 일정표. 

연주 활동의 목표, 어려운 부분을 어떻게 연습했는지 등을 물으며 꾸준한 연습을 돕는다.


교내 오케스트라는 바이올린·첼로와 같은 현악기와, 플룻·클라리넷 등 관악기로 나누어 각기 연습합니다. 한 학기에 4~6곡을 연습하는데 학기말에는 전교생과 학부모를 관객으로 무대에서 연주하는 행운을 갖게 되죠.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리타 시의 뉴홀 교육구의 경우 1년에 두 차례 정도 교육구 내 오케스트라가 한 무대에 모여 대공연도 엽니다. 교육구 내 여러 학교를 한 분의 지도자가 맡아서 가르치기 때문에 각기 다른 학교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여도 불협화음은 없습니다. 많은 인원이 모이는 무대라 내 아이를 찾기조차 힘들지만 객석은 가족들로 꽉 찹니다.


공연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는 그룹은 단연 초급반 공연입니다. 다장조의 간단한 곡에 이제 막 악기를 접한 학생들이지만 다함께 마음을 맞춰 연주하는 모습에 가장 큰 박수를 보냅니다. 매끄럽지 않은 연주에 웃음 짓는 관객도 있지만, 지휘자는 한 학기만에 음을 내고 합주를 하게 된 아이들의 노력에 '대단하다'는 감탄을 쏟아냅니다. 



♣ 얼마나 활동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경험했느냐가 목적


그리고 또 하나, 교육구 공연에서는 실력이 출중한 학생들에게는 단독 무대도 마련해줍니다. 중학교부터는 디즈니랜드처럼 대외 공연을 하는 경험도 누리고, 학교 오케스트라 상급반 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오디션을 통해 교육구 내 우수자들만 뽑은 아너스 오케스트라(Honors Ochestra) 활동을 하며 수준에 맞는 연습을 할 수가 있습니다. 어느 수준이든 공교육 안에서 길게는 12년 동안 꾸준히 악기 연습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죠.


고등학교 밴드는 공식 대회를 갖기도 하며 스포츠 경기 때 치어리더와 함께 응원에 톡톡한 몫을 합니다. 대회를 위한 연습은 캠프 형태의 합숙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단체 활동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성과 친화력 등 다방면의 인성을 함양시키는 기회가 됩니다.


▲또 하나의 음악 활동인 코러스. 노래를 좋아하는 학생 누구나 활동할 수 있으며

 초, 중, 고 학생 모두 모여 하모니를 이루는 공연도 열린다. 산타 클라리타 시 한 교육구의 공연 모습.


또 하나의 음악 활동인 코러스 역시 노래를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라도 활동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내 코러스는 오디션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어 다른 학급 친구, 선배와 후배까지 두루 넓게 사귈 수 있는 사회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처음 듣는 노래라면 동영상이나 음악 파일을 찾아 들으면서 나름대로 멜로디를 익혀갑니다. 공연 기회도 다양한데, 교내 크리스마스 공연과 졸업식 공연을 비롯해 초·중·고생이 한 무대에 모여 하모니를 이루는 웅장한 공연과 외부 공연 기회도 갖습니다. 물론 고음이 잘 올라가지 않기도 하고, 서로 박자가 맞지 않기도 하고, 가벼운 안무조차 제대로 못 맞추는 등 아마추어 기색이 역력하지만 관객들은 잘 하는 노래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즐기는 학생들의 모습에 더 만족합니다.


▲교육구 내 모든 초등학교가 모여 이룬 합동 공연. 지역 사회 도움과 학부모 자원봉사 등으로 무대를 만든다.



♣ 교육구와 지역 사회의 지원이 꾸준한 연계를 가능하게

외부 공연 때는 흰색 상의에 청바지와 같은 간단한 복장을 요구하지만, 교과 과정 중에 있는 교내 공연 때는 학생들 등교 복장 그대로 무대에 섭니다. 학부모에게 뭔가 보여주기 위해 다듬고 매만지는 공연이 아니라 학생들의 활동성을 먼저 생각하는 일면이기도 합니다.


초등생 코러스 단원들이 소프라노와 알토 파트로만 나누어 연습했다면 중·고생 코러스 단원들은 보다 세분화된 화음을 연습해 공연 당일 한 무대 위에서 감동적인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코러스 역시 한 두 소절 독창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중·고생은 중창 무대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공교육 안에서 오케스트라 활동이 가능한 것은 교육구는 물론 지역 사회의 지원이 뒷받침되는 덕분입니다. 교육구에서는 한정된 수량이지만 추첨을 통해 악기를 무료 대여해주고 있습니다. 악보 교재와 악보 스탠드도 무료로 제공합니다. 또 오케스트라 공연 때마다 학부모들이 자원봉사를 자청해 공연 진행을 돕고 있으며, 중학생들은 학생 스스로가 공연장 안내 등 현장 자원봉사를 합니다.


▲학교 오케스트라와 코러스는 학기말 교내 공연과 교육구 공연을 갖는다. 

공연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 연습하지 않고 그간 연습해온 실력을 즐기는 자리다.


어찌 보면 미국 학교의 오케스트라나 코러스 활동은 음악적 기술과 재능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이나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 준비에 중점을 두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몇 년간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다거나 수상 경력과 같은 이력 자체를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활동을 통해 스스로 느끼고 배운 것이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학생들 역시 사회적인 마인드와 공동체에 기여하는 봉사 정신을 배우고 발휘하며 음악적 소양을 지역 공동체에 환원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갑니다.


빨리 잘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악기가 싫어지고 음악이 지겨워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맘껏 즐기는 마음을 키우는 것, 학생들에게 보다 의미 있는 음악 활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