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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동생 미워하는 형? 칭찬과 꾸중의 기술

대한민국 교육부 2009. 11. 23. 16:08
간결하게 꾸중하고 구체적으로 칭찬하자

쏟아지는 빗속에 친구가 있다. 애처롭기만 한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다. 커다란 우산을 같이 쓰거나 친구와 함께 조용히 비를 맞는 것. 이처럼 친구가 되는 것은 공감하는 일이다.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꾸중과 칭찬이란 도구 또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감으로 가는 지혜의 도구이다. 

 글|조인숙 충청북도교육청 학교정책과 장학사
 
‘어제는 ○○가 받아쓰기 100점을 받아왔다. 엄마, 아빠는 잘했다고 ○○가 좋아하는 만화책을 사주셨다. 저녁 식탁에서도 ○○한테만 맛있는 반찬을 먹으라고 하신다. 지난번 내가 받아쓰기 100점을 받았을 때는 말로만 잘 했다고 했는데……. 엄마, 아빠는 ○○만 좋아하신다. 심부름 시킬 때는 나만 시키고, ○○는 어리다고 안 시키고, ○○가 맛있는 것 먹자고 하면 잘 사주시고, 내가 사달라고 하면 살 빼야한다고 꾸중하시고……. ○○가 밉다. 엄마, 아빠도 밉다.’
 
위는  10살짜리 형이 8살짜리 동생을 미워하며 쓴 일기이다. 얼마나 사랑받고 싶은지에 대한 형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10살짜리 형이 8살짜리 동생을 부러워하는 위의 이야기뿐 아니라, 얼마 전 우리를 아프게 했던 ‘편애 때문에…’ 집에 방화해 부모를 숨지게 한 28살 장남의 뉴스 또한 칭찬과 꾸중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게 한다.
 

   순수한 관심과 인격존중이 꾸중의 원리 
 

꾸중은 인격이라는 주장이 있다. 꾸중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꾸중하는 사람의 삶의 방식과 인격의 힘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인격적 만남이라는 차원에서 꾸중 원리의 첫째는 진정성의 원리이다. 우리의 마음에 소중한 분으로 간직된 사람들. 그 중에는 우리를 꾸중했던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 분은 나의 성장에 진심으로 관심을 갖는구나!’, ‘나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꾸중을 하시는 거야.’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다. 

진정성은 이처럼 온 정성을 쏟아 상대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성실성, 상대방과 대화를 하며 느끼는 내면의 느낌과 외부 표현을 일치시키는 일치성, 상대방에 대해 신뢰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상대에게 표출되는 감정의 강도보다 그 꾸중이 정말 상대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그 감정이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순수한 관심에 기인한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두번째 꾸중의 원리는 인격존중이다. 다음은 예전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온 이야기로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얘, 상길아. 고기 한 근 다오.”
“박 서방, 고기 한 근 주시게.”
“이 놈아, 같은 한 근인데 어째서 이 사람 것은 크고 내 것은 작으냐?”
“손님 고기는 상길이가 자른 것이고, 이 어른 고기는 박 서방이 잘랐으니까요.”

고기 한 근에 얽힌 우리의 옛 푸줏간 이야기처럼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일은 사람살이의 기본이다. 꾸중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인격은 존중되어야 한다. 인격을 무시하는 꾸중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인격적 꾸중을 위해서는 인신공격, 다른 사람과 비교, 외모·성격 등 개성을 꾸짖는 것은 금물이다. 또한 비밀스럽게 꾸중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황희 정승과 농부의 이야기 또한 인격 존중의 원리에 아주 잘 맞는 일화이다. 

셋째, 개별화의 원리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형제자매도 성격이 다르고 꾸중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 따라서 꾸중하는 사람의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꾸중을 듣는 상대의 특성이나 기분 상태에 맞지 않는 꾸중을 하면 바람직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 꾸중을 할 때 상대의 개성과 심리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꾸중을 꾸중답게 하기 위해서는 평소 관찰을 통해 꾸중하는 상대의 성격을 잘 파악해야 한다. 꾸중할 상황과 꾸중할 상대의 기분이나 심리상태가 어떨지 잘 살펴 꾸중하는 방법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왜 혼나는지, 무엇을 고쳐야 할지 정확하게 
 

넷째, 적합성의 원리다. 우리는 주변에서 억울하게 꾸중 당하는 사례, 특히 집단생활을 하는 곳에서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묻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자신이 잘못 행동한 것이 아닌데 꾸중을 받게 되었을 때 반성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따라서 꾸중하기 전에 사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필요가 있다. 잘못된 행동이 나온 배경이 무엇인지, 교정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가져야만 정확한 꾸중을 할 수 있다. 꾸중의 적합성을 확인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꾸중하는 이유를 대는 일이다. 무엇 때문에 꾸중을 하는지 설명을 해주는 방법이다. 

다섯째, 일관성의 원리다. 동일한 행동에 동일한 꾸중을 하라는 것으로 꾸중하는 내용의 일관성, 꾸중하는 강도의 일관성 모두를 포함한다. 동일한 행동에 대하여 어떤 때는 꾸중을 하고, 어떤 때는 지나치고, 누구에게는 꾸중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냥 넘어간다면 꾸중하는 이의 진심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의심은 마음의 문만 더 굳건히 닫을 뿐이다.    

여섯째, 간결성의 원리다. 꾸중은 일종의 벌이다. 꾸중하는 말이 길고 복잡해지면 짜증스러워진다. 꾸중은 짧고 분명해야 한다. 꾸중의 초점이 분명해야 한다. “너는 애가 왜 그러니? 공부도 안 하고, 시키는 일도 안하고, 못된 짓만 골라서 하고, 도대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잖아.”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고치라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한 번에 한 가지만 꾸중하자.   

일곱째, 감정 조절의 원리다. 꾸중에 관해 충고하는 대부분의 글들이 감정에 사로잡히지 말고 냉정하게 꾸중하라고 주문한다. 감정을 실은 꾸중은 자칫 화풀이로 변질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꾸중에 감정이 섞이지 않으면 이미 꾸중이라고 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감정을 떨쳐낼까’가 아니라 ‘어떻게 효과적으로 감정을 표현할까’ 하는 문제다. 꾸중의 최종 목적이 상대방의 성장을 촉진하는 일이라면 꾸중하는 사람의 감정 표현도 이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꾸중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발달시켜야 한다.

여덟째, 대안 제시의 원리다. 꾸중의 목적을 좀 더 구체화하면 잘못된 행동을 고치고 대신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이끄는 일이다. 상대의 잘못된 행동을 대치할 수 있는 바람직한 행동이 무엇인지 찾아내어 이를 말로 표현하는 기술에 익숙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런 경우에 어떻게 행동할까?”라고 물음으로써 스스로 자기 행동을 반성하고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상대에게 적절한 칭찬만이 효과적 
 

이제 꾸중의 단짝, 칭찬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자. 칭찬이 좋다고 해서 모든 칭찬이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꾸중과 마찬가지로 무엇을 어떻게 칭찬하느냐에 따라 칭찬의 효과는 달라진다. 

칭찬의 원리로는 첫째가 개별화의 원리다. 칭찬은 칭찬받는 상대에게 적절한 것이어야 한다. 상대의 특성이나 발달 수준에 맞추어 칭찬의 내용과 방법이 조절되어야 한다.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착하다’처럼 평가적 칭찬과 ‘정리를 잘 했네’와 같은 묘사적 칭찬이다. 유의할 점은 많은 경우 평가적 칭찬보다는 묘사적 칭찬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충분한 대화의 기회가 부족한 상대에게는 존재를 인정해주는 평가적 칭찬 또한 많이 필요하다. 

둘째, 충분성의 원리다. 일단 칭찬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상대가 만족스럽다고 느낄 만큼 아낌없이 충분하게 칭찬한다. 칭찬을 하기는 하는데 그 양에 있어서나 강도에 있어서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면 칭찬의 효과는 떨어진다. 데일 카네기는 진정한 인정과 아낌없는 칭찬을 받고 싶은 것은 인간의 공통적인 마음이라고 하면서 “상대방이 나에게 해주기를 원하는 것처럼 나도 상대방에게 베푼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뚜렷한 초점이나 목표 없이 칭찬을 남발하게 되면 일종의 자극 포만이 생겨서 칭찬의 가치와 효과가 현격히 떨어진다. 무엇을 칭찬할 것인지 칭찬의 표적을 잘 찾아낸 후 칭찬을 할 때는 아낌없이 충분하게 칭찬하도록 한다. 

셋째, 구체성의 원리다. 칭찬할 만한 행동은 어떤 것인지, 드러낼 필요가 있는 좋은 특성은 어떤 것인지 항상 관심을 기울이고 관찰해야 한다. 세심한 관찰을 통해 칭찬거리가 명확해지면 구체적으로 이를 표현할 수 있다.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거짓 칭찬이나 과찬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넷째, 창의성의 원리다. 칭찬거리는 칭찬하는 사람의 안목에 달려있는데 여기에 요청되는 것이 창의성이다. 창의적 칭찬은 칭찬거리가 객관적으로 거기 있는 것이 아니라 칭찬하는 사람이 찾아내는 것이다. 물론 어느 사회에서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좋은 특성, 잘한 행동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칭찬해야 할 내용의 전부는 아니다.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은 상대방에게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숨어 있는 가능성을 찾아내거나 상대방의 특성이나 행동을 전혀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이 외에 타이밍의 원리, 일관성의 원리, 진정성의 원리는 꾸중의 원리이면서 또한 칭찬의 중요 원리이다. 그러나 모든 원리에 앞서 꾸중을 꾸중답게 칭찬을 칭찬답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다. 상대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자 하는 애정, 이해하고자하는 노력이 없이는 꾸중과 칭찬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원리, 기술에 앞서 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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