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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공부머리 키우는 여섯 가지 기능(上)

대한민국 교육부 2016. 8. 5. 11:57

공부머리 키우는 여섯 가지 기능(上)

●  글_ 노규식 청소년소아정신과 의사


 
내게 찾아온 어머니들이 종종 이런 말씀을 하신다. “우리 애가 머리는 나쁘지 않은데 공부머리가 없어서….” 공부머리. 필자도 어려서부터 들어본 말이다. 근데 정말 ‘공부머리’란 뭘까? 공부머리라는 정확한 학술적 용어는 없다. 그래서 공부머리를 ‘공부 잘하는 데에 필요한 두뇌의 역량’이라고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 보았다. 공부머리가 좋으면 그만큼 공부를 잘하게 될 것이니까. 사실 지능은 성적에 15~22% 정도(연구자마다 차이가 있다)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거꾸로 말하면 성적의 78~85%는 지능 외의 것들이 작용하는 것이다.

전교 1등 아이들의 ‘공부머리’ 비밀
미국 하버드 대학의 린 멜츠(Lynn Meltz) 박사 연구진은 공부를 잘하는 데에 필요한 두뇌의 기능을 6가지로 언급하였다. 계획하기, 조직화하기, 우선순위 정하기, 유연하게 생각 전환하기, 점검하기, 기억하기가 이에 해당된다. 지능보다도 이상의 6가지 능력이 성적을 잘 받는 데에 더 관련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6가지 기능을 전두엽의 실행기능이라고 한다.이 주장은 평소 나의 경험하고도 잘 맞아떨어졌다. 과거에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던 학생들을 섭외해서 그들의 공부 비법을 알아보는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적이 있다. 내가 맡은 역할은 이들이 두뇌가 얼마나 발달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나서 면담도 해보고 검사도 해보았다. 신기한 것은 이들의 지능지수(IQ)가 높기는 하지만 최상위는 아닌 우수한 수준, 상위 10% 정도였다는 것이다. 반면, 이들의 전두엽 실행기능들은 상위 1%에 속하고 있었다. 성적과 관련이 깊은 것이 지능보다는 전두엽의 실행기능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더욱 신기한 것은,

이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는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공부 방법들이 있었는데, 이것들은 대부분 자신의 전두엽 실행기능 중 가장 뛰어난 역량을 활용하는 방법들이었다.

이런 예는 나의 진료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성적은 밑바닥인 학생들을 보면 지능이 높은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전두엽의 실행기능은 대부분 바닥권이었다. 이들에게 전두엽 실행기능, 그러니까 앞에서 린 멜츠 박사가 이야기한 6가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공부 습관을 갖게 해주면 이들의 성적에 많은 향상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공부머리는 있으며, 이것은 지능이 아니라 전두엽의 실행기능이라고 하는 6가지 능력과 연관이 깊다.
  
어릴 때부터 일상생활 계획하기

어떻게 하면 이런 중요한 능력을 어려서부터 키워나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앞으로 하나씩 찾아보고자 하는데, 첫 번째 답은 생활습관(특히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을 잡으면 된다는 것이다. 전두엽의 실행기능 중 첫 번째로 언급되는 계획하기는 사람의 두뇌 활동에 있어서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학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습관(엄밀히 말하면 습관이라기보다는 기능이다)을 갖는 것은 어려서부터 할수록 유리하다. 계획은 공부할 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뇌는 모든 과제를 수행할 때 계획을 세운다. 장을 보는 것이 그렇고,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갈 때에도, 여행을 갈 때에도 계획을 세운다. 일상생활에서도 계획을 잘 세우는 사람은 공부할 때에도 계획을 잘 세울 수 있다. 그러니, 어린 나이부터 일상생활을 계획적으로 하는 연습을 하면 결국 공부머리를 키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일상생활을 계획적으로 하려면 그보다 먼저 생활의 정리 정돈부터 연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 미만의 아이들이라면 계획성은 일상생활의 정리 정돈과 관련이 깊다. 아침에 자기가 해야 할 방 정리, 세수와 양치질, 옷 갈아입기, 학교 준비물, 가방 챙기기를 순서대로 할 수 있는 연습을 하는 것은 결과를 예측하고 자신의 다음 행동들을 기억하고 수행하는 좋은 연습과정이다. 이것을 가볍게 생각하고 부모가 다 해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또, 처음 하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주고 연습하는 과정 없이 지시만 하고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나무라는 일도 바람직하지 않다.
좋은 방법은 책상, 방문, 부엌 냉장고, 화장실 등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의 순서, 예상 시작 시간을 적어 놓은 종이들을 붙여 놓고 아이 스스로 그것들을 확인해 가며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이때에도 아이가 그림을 그리기를 좋아한다면 그 과정을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게 해주고, 말하기를 좋아하고 설명을 듣기를 좋아한다면 목록형으로 할 일들을 나타내 주는 것이 좋다. 아이 스스로가 어떤 형식을 좋아하는지 결정하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는 것도 피해야 할 실수이다. 이렇게 하면 몇 시에 일어나야 할지, 식사는 몇 시까지 마쳐야 할지, 집을 몇 시에 나서야 할지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아이의 머릿속에도 남아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아이가 자기 책상을 정리할 수 있도록 연습시켜주고 옷과 방 정리를 시키는 것은 이런 면에서 매우 도움이 된다. 이런 과정이 진행되면 점차로 숙제를 하는 시간, 쉬는 시간, 잠자는 시간 등의 일상생활 계획을 세우고 지키는 힘이 붙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능력이나 습관에 상관없이 너무 높은 기준을 적용해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어 오히려 강박적인 아이로 만드는 부모도 많은 것 같다. 항상 아이의 눈높이를 맞추면서도 한발이 아닌 반발만 앞서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진행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 때 가장 큰 변수가 되는 것이 아이의 기상 시간, 넓은 의미에서 아이의 수면 시간과 연관이 있게 된다. 아이의 잠자리에 드는 시각과 자는 시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게 된다. 이는 다음에 더 살펴보도록 하자.

*공부머리를 만드는 비결은 다음호에도 이어집니다.

노규식 박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청소년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전임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외래교수 겸 연세 휴 클리닉 원장으로 일하면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학생들과 부모들을 상담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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