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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남자간호사, 몸값 점점 오를 겁니다

대한민국 교육부 2017. 6. 26. 19:10



응급실 남자간호사,

     몸값 점점 오를 겁니다    

[자기주도진로] 성빈센트병원 응급실 간호사 이동은 씨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로 과감히 간호학과를 선택했다. ‘남자가 무슨 간호사냐’며 아버지는 극구 반대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시선 따위는 상관없었다. 그러나 간호사라는 직업이 적성이 맞다고 느낀 것은 응급실 실습을 나가면서 알게 됐다. 수원시에 위치한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응급실에서 5년 차 간호사로 일하는 이동은 씨(29) 이야기다.

2007년 고3이던 동은씨는 진로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학창시절 좋아하던 과목 지구과학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막상 대입을 앞두고 보니 좀 더 활동적인 영역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마침 TV 의학드라마를 통해 응급실 사람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면서 너무나도 멋있다고 느껴 막연한 동경이 생겼다. 그때부터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

남자 간호사. 국내에선 아직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같은 특수부서에서 남자 간호사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사실 미국 등지에서는 간호사에 대한 직업의식이나 연봉수준도 높은 편이라 남성들에게도 각광 받는 직업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직업으로서 간호사의 미래 비전에 대한 확신이 생기자 동은씨는 반대하던 부모님을 설득해 3년제 동남보건대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하루빨리 전문직업인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에 1학년 1학기를 마치자마자 8월 군에 입대했다. 2년간 의무병으로 복무 후 2010년 7월 전역과 함께 곧바로 1학년 2학기에 복학했다. 2008년 3월 입학 후 휴학 한 번 하지 않고 대학생활을 이어나간 셈이다.

“취업이 잘된다는 이유만으로 간호학과를 선택했지만 막상 대학입학 후부터 고민이 시작됐어요. 의학용어가 어렵기도 하고 너무나도 생소한 영역이었거든요. 교양수업 위주인 1학년 때는 멋모르고 지나갔지만 2학년 들어 병원 실습을 시작한 이후부터 간호사라는 직업을 본격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어요. 그때 간호사가 제 적성과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죠.”

2013년 2월 국가고시 합격 후 수원시에 위치한 성빈센트병원 입사를 목표로 여러 차례 지원한 끝에 그해 8월 입사가 확정됐다. 휴학 한 번 하지 않고 취업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동은씨에게 꿀맛 같은 6개월이라는 휴식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동은씨는 이 시간 역시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유럽, 몽골 등지로 학창시절 못 가본 해외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간호학과 학생시절부터 간호사로 일하는 지금까지 동은씨가 활동하는 이 분야에서 남성은 어딜 가든 10명 중 1명꼴로 보기 드문 존재다. 위축되기 쉽고 때론 부끄럽게 여길 수도 있지만 동은 씨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3교대 근무가 고되고 돌봄노동은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힘들었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 업무는 활동적인 동은 씨의 성격과 잘 맞았다.

“학생 때는 신기하고 멋있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선택했는데 2년쯤 해보니까 현실로 다가왔어요. 어느 순간부터 시키는 대로만 일해서는 안 되는 단계가 왔고 자기주도적으로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한순간 제가 잘못하면 환자의 생사로 직결된다는 사실이 갑자기 너무나도 무서워졌어요. 제 책임이 커지는 만큼 한 번 더 확인하고 진행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일이 자꾸 밀리게 되고 환자나 보호자들의 불만이 쏟아지죠. 3년 차에 접어들면서 한 차례 슬럼프가 왔었고 1년 동안 무척 힘들었어요.”

응급실에서는 온갖 유형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술에 취해 난동 부리는 환자부터 피투성이로 실려 온 교통사고 환자,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생사의 시급을 다투는 급성 심혈관계 질환자들까지…. 그곳에선 매일 매순간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상황이 펼쳐진다.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도 있다. 동은씨가 돌보던 환자에게 처음 사망선고가 내려졌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후에도 여러 번 환자의 죽음을 겪었지만 매번 감정적으로 이입이 돼 몹시 힘들었다. 1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담담해질 수 있었다. 



 



5년이 지난 지금은 환자가 사망하면 머릿속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먼저 떠오른다. 수많은 죽음을 지켜보다 보니 객관화된 하나의 업무로 바라보게 되면서 동시에 슬픔이나 우울함도 빨리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슬픔에 빠진 보호자에게 ‘고인을 실온에 오래 방치하면 좋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고 안치실이나 장례식장으로 옮기도록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도 응급실 간호사의 중요한 업무이다. 사망한 환자가 나간 그 자리엔 또 다른 응급환자가 들어온다. 응급실이라는 공간은 생사를 다투는 다음 사람을 위해 항상 준비돼야 한다. 다소 매몰차다 느껴지겠지만 죽은 환자는 금세 잊히고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응급실은 다시 숨 가쁘게 돌아간다. 

“수습기간이 막 지났을 때 응급실로 실려 온 심정지 환자 한 분이 기억에 남아요. 보통 한 번 심정지가 일어나면 이전처럼 멀쩡하게 돌아가는 경우는 100명 중 2~3명도 안 되거든요. 그분도 중환자실까지 가셨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나서 온전한 상태로 돌아가셨죠. 한번은 수원시내 거리를 지나다가 그분을 뵌 적이 있는데 그분은 저를 모르지만 저는 그분 얼굴을 기억하니까 무척 반갑고 신기했어요.”

응급실에서의 진료순서는 선착순이 아니다. 생사를 다투는 긴급한 정도에 따라 진료순서가 정해진다. 겉으론 멀쩡해보여도 가슴(폐 또는 심장)쪽에 문제가 있는 환자가 가장 우선순위다. 심근경색환자의 경우 심정지까지 가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응급실 구성원들의 1차 업무이다. 흔히 ‘중풍’이라고 표현하는 증상의 경우 골든타임이 3시간이다. 뇌혈관 하나가 막히거나 터지면서 골든타임을 놓치면 한쪽이 마비돼 버린다.

5년 차 응급실 간호사 동은 씨의 일과는 매일 매일이 다르다. 보통 종합병원 간호사의 근무체계는 24시간 중 8시간씩 3교대 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출근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부족한 의료용 물품을 채워 넣는 일이다. 근무자 전체가 모여 이전 시간 근무자로부터 약 10분간 응급실 부서 전체에 대한 인수인계를 받은 후, 각자 맡은 구역(긴급, 응급, 비응급, 소아)으로 흩어져 개별적인 인계 작업을 40분간 실시한다.

8시간 동안 2번의 라운딩을 돌며 환자별 상태를 자세히 전달 받는다. 이후부터는 정해진 일과는 없다.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 의사의 처방도 달라지게 되고 간호사 역시 발에 땀나도록 뛰어야 한다. 다소 한가하다 싶은 날이라도 폭풍전야처럼 늘 긴장감으로 팽팽하다. 

“3교대 근무가 자칫 직장인들에게는 단점처럼 보일 수 있지만 평일 낮 시간에 쉴 수 있는 장점도 있어요. 긴장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주로 여행을 통해 해소하는 편이예요. 같은 병원 간호사인 아내와 쉬는 날이 맞으면 무조건 여행을 떠납니다.”

동은씨는 지난해 결혼한 간호사 사내커플이다. 아내 역시 산부인과 근무라 응급실 못지않게 업무강도가 힘들고 고되지만 같은 직업을 가진 동갑내기 부부는 서로 말 안 해도 힘든 점을 알 수 있기 때문에 큰 의지가 된다.

간호사에게 필요한 덕목은 돌봄, 보살핌 노동에 대한 소명의식과 함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으로서 책임감은 필수다. 때론 환자의 배설물도 직접 치워야 하고 물리적인 힘으로 환자를 제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통제하기 힘든 환자들이 많은 응급실에서 남자 간호사는 큰 강점이 있다. 또 최근엔 여자 간호사가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을 싫어하는 남자 환자들도 많아 남자 간호사를 필요로 하는 병원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동은씨는 올해 간호학 학사 취득을 위해 방송통신대에 입학해 주경야독을 시작했다. 올해부터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따라 간호대학 4년제 일원화가 추진되기 때문에 추세에 따라 학사 졸업장을 갖추고 싶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간호영어를 가르쳤던 유일한 남자 간호학과 교수처럼 석사, 박사까지 도전해 교수가 되고 싶은 꿈도 있다. 



 



“고등학교 때 꿈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것이었어요. 제가 하고 있는 전공인 간호학을 강단에서 가르치려면 중고교가 아닌 대학생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교수가 돼야겠죠. 지금 당장 교수를 목표로 한다고 말하긴 너무 먼 미래지만 학사를 마친 후 석사, 박사까지 도전해 남자 간호학과 교수에도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글_김은혜 객원에디터

출처_ 꿈트리 Vol.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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