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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목공 배우며 수학공부, 엎드려 자던 아이들 ‘벌떡’

대한민국 교육부 2017. 7. 13. 18:34



그림·목공 배우며 수학공부,

 엎드려 자던 아이들 ‘벌떡’

[우리교실 최고] 의정부 천보중 김혜경 교사

“수학 안에도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수학이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거든요. 제가 수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도 수학 속 매력을 봤기 때문이거든요. 제가 느꼈던 수학의 아름다움을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느꼈으면 좋겠어요.”

의정부 천보중학교 김혜경 교사는 수학교사인데 교내 미술 동아리를 운영하고 자유학기제 선택수업으로 목공을 가르치고 있다. ‘미술을 가르치는 수학 선생님’이 탄생하게 된 것은 우연한 관찰에서 시작됐다. 

“예전 재직했던 학교에서 큰돈을 들여 학생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복도가 좁기도 했고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앉아서 쉴 곳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학교에서 공간을 만들었는데 학생들이 이용을 안 하는 겁니다. 왜 그럴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내린 결론이 ‘아이들의 공간이 아니다’라는 거였어요. 만약 이 공간을 아이들이 꾸몄다면 더 많은 학생들이 이용했을 겁니다. 그래서 그 공간에 학생들의 손으로 벽화를 그리게 했습니다.”

수학교사가 공공미술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다. 미술에 재주는 없지만 열정만으로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페인트통을 통째로 들고 다니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지금이야 노하우가 생겨 고생을 덜 하지만 처음에는 고생 좀 했습니다.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다보니 미술을 활용해서 수학을 알려주고 싶은 생각을 들었죠. 그래서 다양한 방법을 찾게 되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테셀레이션(tessellation)’입니다. 테셀레이션을 활용해 그림도 그리고 학생들에게 수학도 가르치게 됐죠. 테셀레이션의 원리가 바로 수학이거든요.” 

‘테셀레이션’은 짝 맞추기, 타일 붙이기의 형태로 반복적인 그림과 도형을 활용해 새로운 그림을 창조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김 교사는 각 층 복도에 그려진 그림들로 인해 학교가 더 이상 회색의 건물이 아닌 학생들의 공간으로 변화한 이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고 말한다.  



“공간을 조성해놓고 보니 의자가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직접 목공을 배워 벤치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다른 수학 선생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지금은 수학실이 목공실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학생들도 자신이 만든 벤치가 학교에 진열되고 누군가 앉아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볼 때 더 즐거워하고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벽화를 그리는 수준을 넘어 아이들에게 목공을 가르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했다. 김 교사는 “학교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줬고 목공장비를 구비할 때는 외부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목공을 배우면서 수학의 필요성도 체감하는 부수적인 학습효과도 있었다. 아이들은 목공에 필요한 도구를 이해하고 설계도를 그린다거나 단위에 맞춰 재료를 손질하면서 수학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김 교사 역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도구에 대한 설명을 하다보면 목공예 수업이 수학수업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한다.

“체험 수업에 대한 흥미는 교실 수업에 비교하면 시작부터 큰 차이가 납니다. 체험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도구를 사용할 때 조심하면서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래서 교사 입장에서도 아이들의 반응이 재미있습니다. 벤치라는 결과물이 나와서 실물로서 학교에 배치되고 누군가 앉아서 쉬는 모습을 보는 것은 굉장한 재미입니다. 몇 년 후에도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 뿌듯함은 배가됩니다.” 

자유학기제와 동아리 수업을 병행하면서 김 교사가 느낀 점도 많다. 

“일방적인 지식전달 위주의 학교 수업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모르면 네이버에게 물어보고, 사교육을 받으면 되니까요. 그러니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을 안 합니다. 엎드려 자는 아이들을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그것이 교사의 자존감을 세우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자유학기제를 통해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체험한 이상 수업에 임하는 교사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김 교사의 주장이 흥미나 재미를 위한 수업만 하자는 말은 아니다. 학생들이 직접 탐구하고 경험하고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수업친구로서 교사가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실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체험 수업을 진행하면서 예전에 비해 아이들의 반응이 너무나 달라진 것을 경험합니다. 교사도 이런 변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체험 학습 프로그램 연구에 대한 부담이나 준비과정이 힘들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글_ 최은혜 객원에디터

출처_ 꿈트리 Vol.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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