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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는 재미’에서 시작하는 창의 교육 프로그램 : 우리학교 미술관

대한민국 교육부 2017. 7. 18. 18:42

‘찾는 재미’에서 시작하는 창의 교육 프로그램
: 우리학교 미술관



온고지신을 위하여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 것을 아는 것이란 의미를 가진 매우 잘 알려진 사자성어입니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처럼 이미 있는 것을 자세히 보고 익혀서 또 다른 것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창의 교육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맥락으로 창의 교육에서 자주 방문하는 교육 시설에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습니다. 헌데 미술관·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선생님들께서는 전시물을 관찰하기보다 보고서를 쓰기 위해 안내서를 더 열심히 읽고, 문제집 풀 듯 활동지 빈칸 채우기에 여념 없는 학생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 에구, 다들 작품은 안보고 숙제하는 것 같아 보여.”

“ 쌤, 여기 활동지라도 없으면 아이들 그냥 쓱 둘러보고 나와서 놀 걸요?”

학생의 이 대답을 듣는 순간 저는 미술관·박물관에서 학생들이 재미있고 집중해서 전시물을 관찰 하도록 돕는 방안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작년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박물관 교육이 발달한 영국 런던을 방문하였습니다. 런던 박물관들의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하고 귀국하여 이 경험을 학교 교육에 녹여낸 사례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찾는 재미로 보자 : 영국 런던 빅토리아 알버트 (Victoria & Albert) 뮤지엄의 가족코스 (Family Trail) 프로그램 
빅토리아 알버트 (이하 V&A) 뮤지엄의 가족코스 프로그램은 박물관 소장품을 주제별로 묶어 하나의 관람 코스로 구성한 미니북입니다. 특이한 점은 이 미니북엔 활자가 표지 이외엔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내용은 오로지 관람해야하는 전시물의 부분을 촬영한 사진뿐입니다. 관람자의 관찰력에만 의존하여 미니북에 나온 작품을 모두 찾아내면 미션을 완료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미션을 수행하다 보면 [그림 1]처럼 벽면 모자이크 타일인 줄 알았던 사진 속 문양을 층계 바닥에서 찾아내기도 하고, 사진 속 석고상 다리는 사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다리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림 1]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 가족코스 수행 장면

프로그램 체험 소감을 간략히 적어보자면, 사진을 보며 장소와 전시물을 추측하니 스스로가 탐정이 된 기분이 들기고 하고,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사진 속 장면을 찾아내었을 때는 이 감격적인(?)순간을 인증하기 위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찾기 힘든 장소는 전시실 관리인에게 물어보면 힌트를 주기도 하고, 함께 찾아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기 위한 조력자들 전시실마다 있긴 하지만 정말 찾기 어려운 경우가 아니면 스스로 찾고자 노력했었습니다. 프로그램 한 개 당 약 40분~1시간 정도면 충분히 끝낼 수 있고, 그냥 관람했다면 주의 깊게 보지 않았을 박물관과 전시물 구석구석을 살펴보기 때문에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는 훌륭한 프로그램 체험이었습니다.

‘찾는 재미’에서 시작하는 창의교육 프로그램 : 우리학교 미술관
좋은 경험은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것이 교사의 본능인가 봅니다. 저는 한국으로 돌아와 V&A의 가족코스 프로그램을 학교현장에 적용할 방안을 모색하였습니다. 관찰 대상으로는 학생들이 일상생활 장소이면서, 학생작품, 조각상, 명화, 벽화, 유물 등 얼마든지 관찰 할 것이 많은 곳인 ‘학교’를 선정하였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 미술관을 관람하듯 거닐며 미술 작품과 유물을 찾고 관찰하도록 유도하는 미니북 ‘우리학교 미술관’을 제작하였습니다. 미니북은 4인으로 구성된 한 모둠 당 1권을 주어 서로 협력하여 작품을 찾고 개인 휴대폰이나 교사가 대여해준 태블릿 PC를 활용하여 인증사진을 찍어 학급 SNS에 업로드 하였습니다.


▲ [그림 2] 우리학교미술관 미니북과 학생 미션 수행 장면

사진을 보고 대상을 찾아서 똑같이 사진 찍어보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미션을 수행하면서 학생들이 경험하는 것들은 제임스 길퍼드 (James Guilford)가 주장한 창의적인 사람들의 일정한 특성인 자기주도성과 융통성인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길퍼드는 창의적인 사람은 자기 주도적이며 외적보상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이 미션을 수행하는 학생들은 필자가 영국에서 그러했듯 적극적으로 미션수행에 참여하며 사진 속 작품을 찾고자 노력했으며 미션 완료 이외에 보상이 없었음에도 수행자체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또한 길퍼드에 의하면 창의적인 사람들은 융통성있게 생각합니다. 미션을 수행하는 학생들 역시 사진을 보고 대상의 위치를 자유롭게 추측하고 의견을 제시하였으며, 서로의 역할을 상황에 맞게 조절해나가며 융통성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칙센트 미하이 (Csikszentmihalyi)가 말한 창의성 신장을 위한 교실 분위기인 ‘장난스러움’과 ‘참을성’이 학생 미션 수행 중에 관찰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미션수행을 자체를 놀이와 같이 즐겁게 여기며 미션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는 아이디어를 장난스럽게 제시했습니다.

“사진 작품을 발견했을 때 여기 있어! 라고 말하면 다른 팀이 눈치를 채니까, ‘야옹’ 이라고 암호를 정하자.”

그리고 사진 속 작품을 찾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끈덕지게 노력하는 참을성을 대부분의 아이들이 발휘하였습니다.

“미술 감상시간이었지만, 체육시간처럼 재미있었어요.”

“우리 학교에 이런 것이 있었는지 몰랐어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학생들은 마치 런닝맨 미션을 수행하듯 찾는 재미에 빠져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몰입하여 일상 장소인 학교를 탐색하고 관찰하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창의 교육의 기본인 ‘낯설게 보기’ 혹은 ‘다른 시각에서 보기’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찾는 재미는 기존에 있는 것을 다르게 보게 하고, 새롭게 보게 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찾는 재미를 개발한다면 학생들이 온고지신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 참고문헌 : Tom Anderson & Melody k, Milbrant (2014), 삶을 위한 미술교육, 예경.

글_이혜령 (서울교육대학교 교육전문대학원 미술교육과)
수도중부권 초등 창의교육 거점센터 (서울교대)
출처_크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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