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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사람이 웃게 되는 과학적 이유

대한민국 교육부 2010. 7. 13. 11:20
어느 의대에서 의학부생들이 물리학 강의를 듣고 있었다. 한 학생이 물리학교수의 강의를 끊고 질문했다.

“교수님 어째서 의대생들이 물리학을 배워야 합니까?”
“생명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물리가 인간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까?”

학생이 다시 묻자 교수가 대답했다.

“물리학은 너와 같이 머리 나쁜 학생을 의대에서 내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불신과 절망이 숨어있는 ‘블랙유머’의 한 예이다. 이 유머를 이해했다면 큰 웃음은 아니더라도 대부분 작은 코웃음 정도는 지었을 것이다. 이처럼 웃음은 항상 유쾌하고 즐겁고 행복할 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이것보다 심하게 우울하며 인간의 내면 중 추악한 부분을 들추는 블랙 유머들에도 우린 웃음을 짓는다. 웃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쾌적한 정신활동에 수반된 감정반응’
 

▲ 웃음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효과는 이미 많은 연구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명이 났으며 생각했던 것보다 큰 효과를 가져다준다.

웃음의 사전적 의미는 ‘쾌적한 정신활동에 수반된 감정반응’이다. 웃으면 ‘복이 온다’, ‘오래 산다’, ‘살이 빠진다’, ‘암도 이긴다’ 등등 웃음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효과는 이미 많은 연구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명이 났으며 생각했던 것보다 큰 효과를 가져다준다.

한 동물 관련 프로그램에서는 ‘개도 웃는다’ 는 내용을 내보낸 적이 있다. 다만 그것을 인간처럼 다양하게 표현 하지 못할 뿐, 웃음에 대한 표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웃을 때 세차게 숨을 내뱉는 것처럼 개들도 경쾌하게 숨을 헐떡이며 즐거워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에서는 이 소리를 사나운 개에게 들려주면 잠잠해지는 등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개도 웃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웃음은 단순히 행복하거나 즐거워서 나타나는 단순한 인간만의 감정표현이 아니다. 신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 정신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웃음이 가져다주는 행복과 건강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통을 받으면 엔도르핀(endorphin)이란 호르몬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는 모르핀(morphine)의 200배에 해당하는 성능의 마약 성분과 같다고 한다. 즉 엄청난 성능을 가진 진통제란 것이다. 우리가 짜릿하고 위험한 스포츠를 즐길 때, 힘든 운동을 할 때 이 엔도르핀이 분비 돼 고통을 잊고 즐거워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출산을 할 때도 엔도르핀이 분비돼 엄청난 출산의 고통을 어느 정도 이길 수 있게 해주며 심지어 죽기 직전에도 엔도르핀이 분비된다고 한다. 

웃음은 이런 엔도르핀의 분비를 촉진 시킨다. 웃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가 이것이다. 웃음이 엔도르핀의 분비를 도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웃음은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웃으면 살이 빠진다’는 연구 결과는 웃음이 정신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신체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웃을 때 수백 개의 근육과 뼈와 함께 오장육부가 모두 움직이게 된다. 또한 웃는 동안은 산소공급량이 배로 증가해 유산소운동을 하는 효과도 낸다. 영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홀덴의 연구에 따르면 1분 동안 호탕하게 웃는 것은 10분 동안 에어로빅이나 조깅 혹은 자전거를 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게다가 전체적인 비만보다 부분비만이 많은 요즘 웃음 다이어트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암벽 등반 시 엔도르핀이 분비돼 공포감이나 스트레스, 고통을 무뎌지게 한다.



   ‘황당함’이 웃음을 유발한다?
 

이렇게 우리의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다이어트 효과까지 내는 웃음은 왜 나는 걸까?

이 질문엔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저명한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긴장스러운 예상이 갑작스레 무(無)로 돌아갈 때 웃음은 터진다” 라고 웃음을 설명했다. 즉, 예상치 못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을 때 웃음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웃음을 설명하는 가설은 몇 가지가 더 있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어떤 관념과 관념이 불균형일 때 웃음이 난다고 했고, A.베인은 타인의 체면이 상실되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우월감에 빠져 느끼는 쾌감이라고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웃음과 유머 그 비밀의 문을 열다’ 의 저자 이상준씨가 ‘격차이론’으로 웃음을 설명했다.

우스운 장면이나 유머를 보고 듣게 될 때, 예상 결말과 전혀 다른 엉뚱한 실제 결말이 나타날 경우 심리상으로 양자 간의 격차(황당함)가 만들어진다. 인체는 그렇게 격차를 없애고 다시 격차가 없던 이전의 평온한 상태로 돌아가려는 반응을 나타내게 된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인위적으로 좁힐 수는 없음으로 대신에 그 격차를 다른 것으로 채우게 되는데 그 것이 바로 웃음이라는 인체반응이다.

이상준 저 [웃음과 유머 그 비밀의 문을 열다] 에서 옮김 
 

이 외에도 좀 더 흥미로운 견해가 있다.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신의 장편 소설 ‘신’에서 웃음을 뇌의 사고에 의한 현상으로 설명했다.

웃음은 뇌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의해서 촉발된다.
좌뇌는 감각이 받아들이는 괴상하거나 역설적인 정보를 소화하지 못한다.
(좌뇌는 계산하고 추론적인 논리적 기능을 담당한다.) 허를 찔린 좌뇌는 즉시 고장 상태에 빠지며, 받아들인 이질적인 정보를 우뇌에 보낸다. (우뇌는 직관적 예술적 사고를 담당한다).

이 정체불명의 소포를 받게 된 우뇌는 순간적인 전류를 보내러 좌뇌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한편, 그 사이에 자신은 이정보에 대해 개인적이고도 예술적인 설명을 시도한다.

평소에는 항상 깨어 있는 좌뇌의 순간적인 활동정지는 즉시 대뇌의 이완과 엔도르핀(이 호르몬은 사랑의 행위를 할때도 나온다)의 분비를 초래한다. 역설적인 정보가 좌뇌에게 거북하게 느껴질수록 우뇌는 더 강한 전류를 보내게 되고, 엔도르핀의 분비량은 더욱 많아진다.

동시에 이질적인 정보가 야기하는 긴장상태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 메카니즘으로서, 온몸이 몸의 긴장완화에 참여한다. 허파는 공기를 체외로 세차게 배출하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웃음의 <신체적>과정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어 광대뼈 근육 및 흉곽과 복부의 단속적인 움직임으로 몸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몸의 더 깊은 곳에서는 심장근육과 내장이경련을 일으킴으로써 일종의 체내메세지를 발출하여 복부 전체의 긴장을푼다. 이 이완이 심하면 때로는 괄약근까지 풀어지게 된다.

요약하자면, 우리의 정신은 역설적 혹은 이질적인 성격의 뜻밖의 정보를 소화할 수 없으므로 스스로의 활동을 정지시킨다. 즉, 고장상태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고는 가장 기묘한 쾌락의 원천이 된다. 더 많이 웃을수록 우리의 건강은 더 좋아진다. 이 활동은 노화를 늦추고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준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신] 에서 옮김 

흥미로운 것은, 이런 여러 가지 견해들 웃음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공통적으로 설명하는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웃음이 사실 즐겁거나 행복해서가 아니라 역설적인 정보로 인한 황당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블랙 유머에 웃음을 짓는 이유도 이런 것이다. 좀 더 짤막한 블랙유머를 하나 더 소개한다.

어떤 여자가 점쟁이를 찾아가 물었다.
“제 남편의 미래를 점쳐주세요”
“유감스럽게도 당신의 남편은 올해 안에 암살로 사망할 것입니다”
그러자 부인이 다시 물었다.
“그럼 제가 체포되는지 안 되는지도 알려주세요”

전혀 유쾌하거나 즐거운 내용이 아니다. 다만 상상치 못했던 여자의 말이 일반적인 예상과 빗나가면서 그 황당함에 웃음을 짓게 되는 것이다.



   억지웃음도 그 효과는 90%
 

실제로도 우린 시험에 떨어지거나, 누군가에게 속았을 때처럼 예상치 못한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고소(苦笑, 쓴웃음)를 짓기도 한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나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됐을 때 웃음이 남으로써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 웃음은 건강을 가져다 주는 삶의 활력소가 되며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과도하게 힘들거나 슬픈 상황에서 헛웃음이 나오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억지로 웃어도 자연스런 웃음의 90%에 해당하는 효과를 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웃음이 현재 감정과는 큰 관계없이 우리 몸에 유리한 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즉 그 과정이 어떻든 웃음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보통 나이를 먹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웃음이 적어진다고 한다. 그만큼 사고가 복잡해지고 걱정거리들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웃음이 많은 이유도 위에서 말한 ‘황당함’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소유하고 있는 정보가 별로 없는 가운데 아이들이 접하는 정보는 모두 새롭고 기존 지식에 모순되는 것들이 많을 것이며, 이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처럼 자연스런 웃음은 힘들더라도 가끔은 기분도, 건강도 좋아지도록 억지로라도 웃으면서, 지루한 일상 속 쉼표를 찍고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글 | 조재형 객원기자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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