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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미래 성장동력, 다시 과학이다

대한민국 교육부 2009. 4. 2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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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일부 언론에 우리나라 과학자가 근거도 없이 노벨상 후보로 등장하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노벨상을 둘러싼 우리 언론의 이런 ‘호들갑’과 정치권에서 가끔 제기되는 ‘노벨상 프로젝트’ 등에 대해 과학계에서는 ‘노벨상 콤플렉스’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과학 부문 노벨상이 한 국가의 기초과학 수준을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초과학의 역사가 짧고 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부족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노벨상 수상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뛰어난 학문적 업적으로세계 과학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원로 과학자들이 있으며, 이들은 오늘날 한국 과학을 이끌어가는 후학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분야에서 독창적인 연구성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진 과학자들이 등장하고 있어 노벨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내 과학계는 우리나라에 근대과학이 도입된 이래 세계 과학사에 남을 가장 큰 업적을 이룬 과학자로 1977년 42세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이휘소 박사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 근대과학 대부 故 이휘소 박사

이 박사는 베스트셀러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한국의 핵무기 개발을 돕다가 미국 정보기관의 소행으로 보이는 의문의 교통사고로 숨지는 핵물리학자로 묘사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됐지만 그가 현대물리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이 박사의 최대 업적은 ‘약한 상호작용’에 대한 설명 틀을 마련함으로써 현대물리학을 대표하는 이론 중 하나인 표준모형 이론 확립에 기여한 것이다. ‘약한 상호작용’은 원자핵의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는 힘으로 엔리코 페르미가 방사성 붕괴의 원인을 약한 상호작용으로 처음 설명했고, 이것을 중국계 미국인 리정다오와 양전닝이 개선했지만 약력이론 체계는 여전히 많은 모순을 포함한 엉성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 박사가 1972년 <미국물리학회지>에 발표한 ‘자발적으로 깨어진 게이지 대칭성’이라는 논문은 스티븐 와인버그 등이 리정다오의 이론을 발전시켜 내놓은 약한 상호작용에 대한 이론이 현재 ‘표준 모형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론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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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물리학의 흐름을 바꾼 표준모형 연구에서 이 박사와 함께 주역으로 활동한 많은 동료 과학자들이 그가 숨진 후 노벨상을 받음으로써 그의 업적은 더욱 빛을 발했다. 이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 물리학계에서도 이 박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당연히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을 것이라 보고 있다.

1979년 스티븐 와인버그, 셸던 글래쇼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파키스탄 출신의 압두스 살람은 수상 소감에서 “이휘소는 현대물리학을 10여 년 앞당긴 천재다.그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내가 있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한 바 있다.

그로부터 20년 뒤인 1999년 마르티뉘스 벨트만과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헤라르뒤스 토프트도 시상식장에서 “양자역학에 대해 엄청나게 공부한 이휘소 박사를 만났던 것은 하늘이 내게 내려준 행운이었다”며 그를 기렸다.

서울대 물리학과 김제완 명예교수는 그의 저서 <겨우 존재하는 것들 2.0>에서 ‘이휘소 박사의 공헌이 없었던들 게이지 이론은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고 표준모형 역시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휘소 박사는 핵무기를 만드는 것보다 더 큰 공헌을 인류에게 남겼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연구현장을 지키면서, 또는 학계의 어른으로 우리 과학계를 이끌고 있는 원로 과학자 중에서도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 위치에 오른 과학자들이 있다.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규명하고 예방백신까지 개발해 ‘한국의 파스퇴르’로 불리는 이호왕 박사와 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PET) 개발과 이를 이용한 뇌 연구로 유명한 조장희 박사가 그들이다.

1928년 함경남도 신흥군에서 태어난 이호왕 박사는 1954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59년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미생물학으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서울대 교수와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평생을 바이러스 연구에 전념했다. 그는 1958년 세계 최초로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조직배양 세포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으며, 1969년부터 33년간 미국 정부의 연구비로 유행성출혈열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노벨상 후보 올랐던 이호왕 박사

1976년 한탄강 유역에서 채집한 등줄쥐에서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의 병원체를 발견, 한탄강의 이름을 따 ‘한탄바이러스’라고 명명했다. 1980년에는 서울시내에서 잡은 집쥐에서 출혈열을 일으키는 제2의 병원체를 발견해 ‘서울바이러스’로 이름 붙였다. 이어 1988년에는 유행성출혈열 예방백신까지 개발함으로써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위협해온 질병의 원인 바이러스를 발견한 학자가 진단과 예방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완성한, 세계 의학사에서도 보기 드문 탁월한 업적을 쌓았다.

이호왕 박사는 이후 학계에서노벨상 후보로 추천됐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연구가 국내에서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노벨상 후보에 대한 정보는 심사 후 50년간 비밀에 부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일부가 추천자와 심사위원에 의해 알려지기도 한다.



젊은 과학자들 독창적 연구로 주목

1936년 황해도 연백군에서 태어난 조장희 박사는 뇌영상장비 개발을 통해 인류의 마지막 도전 영역으로 불리는 뇌의 신비에 도전하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뇌 과학자다.

1895년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이후 발전하기 시작한 의료영상기술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이것이 인간의 각종 질병 치료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항상 노벨상위원회가 주목하는 분야였다. 실제로 X선을 발견한 뢴트겐과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를 개발한 코멕과 하운스필드,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개발한 로버터와 맨스필드 모두 노벨상을 받았다.

조장희 박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로 재직 중이던1975년 세계 최초로 독자적인 원형 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PET)를 개발해 세계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당시 조 박사가 개발한 최초의 원형 PET는 ‘조스 펫(Cho’s PET)’ 혹은  ‘조스 링(Cho’s Ring)’으로 불리며 현재 세계 각국에서 사용되는 PET 개발에 이론적, 실체적 기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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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박사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뇌영상장비는 현재 원리적 개념은 어느 정도 완료된 상태로 기기별 장점을 융합하는 단계가 진행되고 있다. 40여 년간의 해외 연구 활동 중에도 한국 국적을 유지해온 조 박사는 2004년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소장을 맡아 영구 귀국한 뒤 MRI-PET융합장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PET는 인체 내의 동적 변화를 감지할 수 있고, MRI는 뇌의 구조, 즉 뇌 속의 형태를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이 두 장비가 융합되면 인류의 뇌질환 정복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과학계는 예상하고 있다.

세계 과학계에 한국을 알린 원로 과학자들에 이어 최근에는 국내와 해외에서 활동 중인 젊은 과학자들이 독창적인 연구성과로 ‘과학 한국’의 성가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 주목받는 과학자로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빛내리(39) 교수와 물리천문학부 임지순 교수, KAIST 화학과 유룡 교수 등이 꼽히고 있으며, 미국에서 활동 중인 컬럼비아대 김필립 교수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승현준 교수 등도 주목을 받고 있다.

김빛내리 교수는 RNA 분해효소인 ‘드로셔’를 최초로 발견하고 세포 내 유전물질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마이크로 RNA의 다양한 유전자 조절 기능을 규명해 줄기세포와 암 생물학 등 관련 분야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 교수는 차세대 항암제 등으로 주목받는 마이크로 RNA에 대한 독창적인 연구성과로 ‘여성과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해에는 호암재단(이사장 이현재 전 국무총리)이 수여하는 호암상 의학상을 받아 국내 여성과학계 대표주자로 발돋움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임지순 교수는 1998년 탄소나노튜브를 다발로 묶으면 반도체 성질을 갖는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탄소나노튜브 전문가로 한국의 나노 소재 기술분야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그의 이론대로라면 현재의 실리콘 반도체보다 집적도가 1만배 이상인 새로운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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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서 한국 학자들 성과 두드러져

KAIST 화학과 유룡 교수는 수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나노 구멍이 규칙적으로 뚫려 있는 이산화규소 물질 속에서 분자나 원자들을 조립해 새로운 나노구조 물질을 합성하는 ‘나노주형합성법’을 창안했다. 나노주형합성법은 지금까지 만들기 어려웠던 여러 가지 조성과 구조의 나노막대나 나노다공체 등 다양한 나노물질들을 합성할 수 있는 새로운 나노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유 교수는 이를 통해 메조 영역(2~50나노미터)의 구멍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탄소(규칙적 메조 다공성 탄소물질)를 처음으로 합성했으며, 나노다공성 탄소물질은 연료전지나 슈퍼축전지 전극재료 등 차세대 에너지 핵심소재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연구결과는 <네이처(Nature)> 등 관련 분야 최고 학술지에 발표돼지금까지 인용 횟수가 8천 회에 육박하는등 세계 학계에서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컬럼비아대 김필립 교수는 차세대 신소재 물질로 각광받는 저차원 탄소나노 구조의 분석과 응용 분야에서 세계 과학계를 선도하고 있는 물리학자로 꼽힌다.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그래핀(Graphene·흑연 단원자층)에서의 양자홀 효과를 세계 최초로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전하 운반자의 유효질량이 ‘0’이 될 수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그는 나아가 그래핀이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탄소기반 전자소자로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MIT의 승현준 교수는 뇌 신경계의 정보처리 및 지식습득 메커니즘을 규명해 이를 공학적으로 응용하는 계산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다. 그는 정보의 특징을 추출하는 기법으로 비음수(非陰數) 행렬분해라는 새로운 수학모델(알고리즘)을 개발했으며, 이는 뇌의 정보처리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 컴퓨터의 토대를 마련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밖에도 1999년 32세 나이로 하버드대 화학·물리학과 교수로 임용돼 화제를 모은 ‘단(單)트랜지스터’ 분야의 최고 권위자 박홍근 교수와 중성미자(뉴트리노) 질량 확인 연구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놓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김수봉 교수, 유전병 진단 DNA칩 개발과 미생물 대사설계 기술 개발 등 생명화학공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KAIST 생명과학공학과 이상엽 교수, 에이즈 바이러스의 인체 침투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해 에이즈 백신 연구에 크게 기여한 미국 머크사 부사장 피터 김 박사 등을 세계를 이끌어가는 우리 과학자로 꼽고 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 같은 젊은 과학자들의 활약상으로 볼 때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배출도 머지않아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진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노벨상 수상 자체만 강조하기보다는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림으로써 우수한 인재들이 창의성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제공 : 대한민국 정책정보지 위클리 공감
글 : 이주영 연합뉴스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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