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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공식 블로그
아이들 사서 고생시키는 선생님, 왜? 본문
요즘 유치원에 다니는 보통 아이들은 큰 어려움 없이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랍니다. 물론 생활이 넉넉하지 못하거나, 몸이 불편하거나 아픈 경우 혹은 한부모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큰 어려움을 경험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젊은 부모님들이 큰 아픔 없이, 어려움 없이, 힘들지 않게 아이를 키우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어렵고 힘든 경험을 하며 살아가게 하고 싶을까요? 가끔 사서 고생을 시켜야 한다는 부모들도 있지만,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힘든 경험을 시키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경험도 필요하고 어렵고 고된 경험도 필요합니다. 물론 긍정적인 경험이 훨씬 많으면 좋겠지요.
옛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산신령이 농부에게 한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였답니다. 농부는 '태풍과 가뭄 없이 비를 내려주시고, 따뜻한 햇볕 속에서 벼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해달라' 소원을 빌었답니다. 농부의 소원대로 좋은 날씨가 계속되어 큰 어려움 없이 벼가 자랐고 수확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농부가 이삭을 털어 내고 보니 알이 비어 있는 쭉정이들만 있더랍니다. 곡식들도 비바람을 맞지 않고 곱게만 자라면 알이 채워지지 않는 것입니다. 비바람도 맞고, 태풍도 겪어야 알알이 가득 속이 찬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알알이 가득한 열매를 맺으려면 고난과 시련도 겪어 보아야 작은 일에도 감사하게 되고, 더 힘든 일이 닥쳐도 잘 이겨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힘든 일을 딛고 일어섰을 때 더 큰 자신감도 생겨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반 아이들은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생애 가장 큰 도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 넣어줄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산 정상에 함께 오르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지역에 있는 팔용산(해발 328미터)을 아이들과 함께 다녀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당일, 학부모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정말 가실거예요? 아이들 고생할텐데..선생님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입니다. 아침부터 걱정하는 전화를 받고나니 정말 다녀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한 번 더 밀려오더군요.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고 계획대로 하기로 마음을 다졌습니다. 고생은 사서도 한다잖아요?
아침 일찍 출근하여 아이들과 점심으로 먹을 주먹밥과 깍두기 그리고 간식으로 사과를 싸고 비상약품도 챙겼습니다. 아이들은 준비물로 물을 가져오도록 하였지요. 팔용산으로 출발하기 전 아이들에게 오늘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규칙도 일러 주었습니다.
첫째, 위험하게 행동하지 않기
둘째, 선생님보다 빨리 가거나 보조선생님보다 늦게 가지 않기
셋째, 친구가 힘들어 할 땐 서로 도우며 가기
넷째, 즐겁게 가기
아마 넷째 사항이 가장 힘들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금은 힘들테지만 "할수 있다 생각하면 할 수있다! 못한다 생각하면 뭐든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거다! 할 수 있겠지?" 이야기 하였더니 모두 할 수 있겠다고 대답하더군요. 정말 씩씩한 아이들이죠? 모두 같이 '화이팅'을 외치고 출발!
팔용산 돌탑 입구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돌탑이 있는 곳은 정말 장관입니다. 저 많은 돌을 어떻게 쌓아 올렸는지 그 인내심과 정성이 정말 대단합니다. 아이들도 돌탑을 보는 순간 "와~ 저거 누가 다 쌓았어요?" 하며 감탄사를 외칩니다. 천둥, 번개에도 비바람에도 넘어지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더니 더욱 신기해 합니다.
아이 하나가 "돌탑에 돌을 올리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 진다"고 하니 모두들 돌멩이를 하나씩 찾아 올리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아이들과 소원도 빌고 다시 신나게 산을을 오르다가 돌탑을 쌓고 있는 아저씨를 발견하였습니다.
TV에서도 소개가 된 적이 있는 있다 들었는데 직접 만나보니 신기하더군요. 제가 "돌탑 쌓는 아저씨 맞으시죠?" 물으니 맞다고 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 졌습니다.
"이거 정말 아저씨가 쌓으셨어요?"
"애들아~ 이거 저 아저씨가 다 쌓으신거래~"
"아저씨 안 힘들어요?"
"아저씨 진짜 대단해요"
뒤에 걸어오는 아이들은 아저씨를 늦게 발견하고 메아리 처럼 뒤에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아저씨는 유치원아이들 산에 오르는 것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지요.
산을 오르니 점점 힘이 드는지 아이들 입에서 "선생님 언제 정상 나와요? 언제 도착해요?" 하는 말이 점점 자주나오더군요. "열심히 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올거야 여기까지 왔으니까 조금만 더 가면 돼",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산길을 오르면서 아이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조금 '말 전달하기'를 해보았습니다. 제가 맨 앞에 오는 아이에게 "힘내라 전달"하면, 아이들은 뒤에 친구에게 또 그 뒤에 오는 친구에게 "힘내라"를 전달하는겁니다.
"힘내라 전달"을 하면서 힘을 많이 회복하였느지, 나중에는 시키지 않았는데도 저희끼리 "힘내라 전달"을 외치더군요. 나중에는 조금 위험한 곳이 나오면 "조심해라 전달"하고 외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물을 찾는 아이도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중 자기는 참으며서 친구에게 물을 주는 아이들이 있는 겁니다. 알려주지 않아도 물을 아껴 먹는 모습, 친구를 챙기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릅니다. 평소 물의 소중함을 느끼기 힘든 아이들인데 아마 팔용산을 오르면서 물의 소중함도 많이 느끼겠구나 싶었지요.
산을 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등산하는 어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우르르 산을 오르니 어른들은 아이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으셨지요.
참 신기한 것이 아이들은 제가 먼저 만나는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면 아이들도 따라하고, 제가 깜빡하고 지나가면 아이들도 인사를 잘 안합니다. 정말 아이들은 교사의 뒷모습을 보고 배우는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아이들이 참새처럼 입을 모아 인사를 하고 지나가니 신기하기도 하실테고, 대견한 마음에 아이들이 지나갈 때 칭찬도 많이해주셨습니다.
"너희들 몇 살이냐? 초등학생?"
"일곱살이요"
"뭐? 일곱살? 우와~ 유치원생이란 말이야?"
"네"
"어디까지 가는데?"
"정상까지요"
"정말 대단하네~ 멋지다 멋져 조심해서 가거라~"
아이들이 지나갈 동안 기다리며 칭찬을 해주셨어요
이날 받은 칭찬이 조금 과장하면 아이들이 올랐던 산 높이 만큼 될겁니다. 늘 함께 생활하는 선생님의 칭친보다 처음만나 어른들의 칭찬을 받고 더 으쓱해진 아이들, 힘들다고 괜히 왔다고 말하던 몇 명의 아이들도 노래를 흥겹게 부르며 산을 오르더군요.
드디어 정상에 도착!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겁니다. 모두들 신이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하더군요. 급기야 내려가지고 하니 "내려가기 싫어요! 열심히 올라 왔는데 왜 내려가요?" 하는 겁니다. 내려가야 밥 먹을 수 있다니 순순히 길을 나서더군요.
산에 오르는 동안에 아이들은 마산 시내가 보인다 보인다며 좋아했는데 정상에 오르니 창원까지과 바다까지 사방이 다 보였습니다. 아이들과 잘 알고 있는 곳을 찾아보기도 하고 자기들 집이라며 가르키기도 하더군요.
점심은 산을 조금 내려와 수원지 근처에서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해 수원지 둘레는 걷지 못하였지요. 주먹밥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그렇게 잘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깍두기도 모자라서 못 먹을 정도였지요. 반찬투정? 편식이요? 평소에 깍두기 주면 조금만 달라는 아이들인데 이렇게 잘 먹을 수가 있을까요. 이중적인(?)모습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일곱살 아이들의 멋진 도전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은 팔용산 이야기를 하면 "그거 일곱살만 하는 거지요? 동생들은 못하죠?"라며 으쓱해 합니다. 조금 있으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우리반 아이들이 힘든 일도 차근차근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으리라 기대해봅니다. 두려운 마음을 이겨내고 친구들과 서로 격려하며 힘을 모으면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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