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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요구한 '융합형 과학교과서'의 탄생

대한민국 교육부 2011. 3. 31. 09:53


 

 새 교육과정으로 탄생한 '융합형 과학'
 

교육과정 개편으로 2011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융합형 과학'을 배우게 된다.
 
오래전부터 과학자 양성을 위한 과학교육에서 벗어나 과학과 기술의 의미 및 가치를 이해시키는 교양 과학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지금까지 과학교과서는 단원별 집중 심화 교육으로 네러티브를 가지지 못한 형태였다. 이 덕분에 고등학교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을 모두 배워도 '과학이 왜 필요한가?' '과학이란 무엇인가?' '고대 철학자는 왜 과학자이기도 한가?' 등의 문제는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과학교과서와 현재의 과학기술과는 많은 괴리가 생겨 신문이나 일상에서 흔히 등장하는 '반도체'라는 단어를 과학교과서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가 현재 누리는 과학에 대한 이해>와 <현대 문명에 대한 이해>에 필요한 상식을 교과서에 보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융합형 과학은 단순히 분과적 형태의 기존 교과서를 칵테일처럼 섞자는 취지가 아니다. 아주 깊고 세세한 전문성을 가르치기보다 살면서 접하는 과학기술을 학교에서 설명해주고 상호연관성을 파악하는 통찰력을 기르는 것은 물론 서사적 맥락을 알도록 하자는 의미이다.
 

▲ 새 교과서는 시각적으로 과학잡지나 외국의 과학교과서를 보는 듯하다. 융합형 과학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경계를 허물고, 문과와 이과의 경계를 허물어 시험을 위한 과학이 아니라 교양을 위한 과학을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 이인옥


 

 서로 다른 의견들
 

융합형 과학을 바라보는 학생, 학부모, 일선 교사 사이에서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음은 물론이고 개편을 주도하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반대의 의견은 있었다.
 
"너무 어려워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 ", "교과서만 가지고 가르칠 수가 없다고 학교에서 참고서를 선택하자고 한다.", "반도체란 단순한 원리가 아니고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가르칠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학생들이 과학이란 교과목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라는 말이 들린다.
 
신문과 뉴스에 흔히 등장하는 것을 학교에서 언급하고 짚고 넘어가겠다는 것을 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걱정하는 이유는 따지고 보면 대학입시라는 문제 때문이다. 박사들이나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 입시문제에 반영되거나 공부의 양만 많아질까 봐 두려운데 그것이 얼만큼일지도 짐작을 못 하겠기 때문이다. 차라리 초등학교에서 반도체와 우주의 생성을 언급했다면 ‘과학을 이야기로 풀어 가르치려고 했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을것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이기에 개정 의도를 밝혀도 가르치는 입장이나 배우는 입장 모두 범위와 깊이에 대한 두려움에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인듯하다.


 

 사회적, 시대적 요구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처음 접하는 교과서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앞으로 시행착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사회가 폭넓은 사고력과 상호 연관성 파악 능력, 유용한 대안창출능력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젠 과거의 나누기, 분석하기로 돌아갈 수도 없다.
 
겉모습만 본다면 수능과 무관한 과목은 도태되는 현실에서 수능에 포함되지 않는 융합형 과학의 탄생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공통과학은 필수과목이었으나, 융합형 과학은 선택과목이다.) 일각에선 융합형 과학의 단명을 점치기까지 한다. 하지만, 시대적 조류를 살펴보면 융합형 과학은 당연한 결과물이며 거스를 수 없는 과정이라고 보인다.
 
융합형 과학 교과서를 접하고 개인적으로는 통합교과형 논술을 위한 아주 훌륭한 배경지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맨 처음 떠올랐다. 과학교과서가 공식이나 개념 위주의 설명에서 벗어나 이야기형식으로 쓰였다는 것은 '사유'와 '글쓰기'가 인문학뿐 아니라 과학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바람직한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은 과학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이면서도 기술은 금권과 밀착되어 이용에는 편중된 경향을 보인다. 첨단기술은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쓰일지 어떤 영향력을 가질지 모른 채로 개발된다. 합성생명체, 사이보그에까지 기술력이 다다른 지금, 과학은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 본연의 정체성까지 바꿀만한 힘을 가졌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할 사람들이 지금의 아이들이다. 교육은 대학진학과 수능을 위한 것이 아니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밑거름을 주는 일이다.
 

“과학이 사람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더 이상 과학자들만의 영역이 될 수 없다. 과학교육은 과학자를 만들기 위한 교육이 아닌, 모든 아이를 위한 교양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 이덕환 융합형과학모델교과서개발사업단장(서강대 화학과 교수)

 
새로 시도되는 과학교육이 개정 의도에 맞도록 실행되어 아이들에게 지식의 든든한 토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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