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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다른 학교와 정반대로, 서울여상의 성공비결

대한민국 교육부 2011. 5. 19. 09:14




 1. 특성화고? 실업계고 아니고?
 

 
4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은 비가 살짝 오려다가 말았던 날이어서 무겁게 우산을 손에 들고 다닌 날이었습니다. 그 날 저는 ‘교육과 일의 세계’라는 교육학과 수업의 조 과제를 위해서 조원들과 함께 신림에 있는 한 고등학교를 방문하였습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교정을 밟으니 너무 설레더라구요.  
 
그런데 학교로 올라가는 길에 많은 현수막들이 위용을 뽐내며 걸려 있었습니다. 이 현수막들을 보며 저희는 가는 길 내내 “도대체 이 학교는 얼마나 대단한 학교 길래 이렇게나 많은 인재들을 배출한 거지?”라며 쑥덕거렸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3시간 후에 저희는 이 길을 다시 내려오면서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입을 모으게 됩니다. 저희들의 입을 쩍 벌렸다가 다시 모아지게 만든 이 학교는 바로 e비즈니스·국제통상 및 금융정보 분야의 특성화 고등학교인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입니다.
 

 
본격적으로 학교에 들어섰는데 북적북적한 분위기에 저희도 덩달아 들떴습니다. 부푼 기대를 안고 학교에 들어갔는데 아까부터 계속 보이던 하나의 글귀가 있었어요. 그건 바로 ‘특성화 고등학교’입니다. 여러분에게 ‘특성화 고등학교’라는 명칭이 생소하실 수도 있는데요. 기존의 전문계고가 특성화고로 명칭과 체제가 개편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특성화고는 마이스터고와 함께 학생들이 대학을 가지 않고도 원하는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교과부에서 전폭적으로 추진하는 제도에요.
  


그렇게 특성화고등학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있을 즈음 저희를 안내해주실 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 그 선생님을 따라 학교에 대한 심도 있는 설명을 들은 후에 학교의 이곳저곳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돌아다니다 보니 굉장히 세련된 간판과 함께 특별히 마련된 공간이 있더라구요. 여기는 어디일까요?

이곳은 바로 학생들이 졸업 가운을 직접 디자인하고 계획하여 사업을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학생이 하는 사업이 ‘뭐 해봤자 어느 정도겠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놀라지 마세요. 매출 전표를 확인해보면 일 년 수익이 무려 3억 원이 넘습니다. 작년에는 일본 수출까지 이뤄냈으며 최근에는 인터넷에서도 판매를 한다고 합니다. 성공 비결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도 졸업 가운을 도입하는 문화를 만들자고 했던 한 학생의 특별한 아이디어덕분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아이디어만 있다고 이런 거대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을까요?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때 간 곳이 바로 연습기업 종합실습실이라는 곳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여기서는 기업에서의 일을 실습할 수 있는 곳이에요. 저기 보이는 칸 하나가 하나의 회사인데요. 한 반의 학생들을 각 회사로 나누고 그 안에서도 경영지원부나 생산부와 같은 구체적인 부서를 지정해준다고 합니다. 그러면 경리는 급여처리를 해보고 대표는 결제도 해가면서 번갈아 체험을 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피상적인 역할만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되지는 않았을까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선생님께서 제 마음을 읽으셨는지 말씀하셨습니다. “결제도 그냥 받는 게 아니라 결제판을 가지고 인사한 다음에 상사가 볼 수 있게 돌려서 놓는 거 까지 다 배워요. 그리고 실제 은행과 유사한 은행거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회사 간 거래를 통해 돈의 흐름도 익히게 합니다. 아이들이 회사에 가서 어느 부서에 떨어져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목표죠.”
 
 


 2. 성공비결이 무엇인가요?
 
 
흠잡을 곳이 없어서 두 손 두 발 다 들었던 학교 투어였습니다. 심지어 다닐 때마다 마지막에 문은 닫는지 소등은 하는지 까지 눈 여겨 보시면서 저희가 나중에 회사에서 잘할 수 있을지를 점검하시는 바람에 저희가 도리어 긴장하였습니다. 그래도 다니는 길에 학생들이 살갑게 인사를 해주어서 저희가 함께 인사를 하면서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저희를 긴장하게도 만들고 훈훈함도 느끼게 해주시는 특성화연구부장이신 이창우 선생님께 궁금한 점 몇 가지를 더 여쭤보았습니다. 


 

Q1
'실업계고 위기'에도 불구하고 서울여상이 명문고의 이름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학교명을 바꾸지 않은 게 성공비결입니다. ‘전문계고도 대학갈 수 있다.’라며 계속형 교육을 강조했던 예전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전문계로 유인하기 위해서 정원 외로 특별 전형을 뽑으면서 기능이 좀 변질되었지요. (편집자주 - 기존의 실업계·전문계고는 특성화고로 그 체제와 명칭이 개편되었습니다)
 
우리는 정체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상업계 고등학교이며 취업이 주목적이지 대학 진학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학 진학하려면 다른 학교로 가라고 항상 부모님들께 말씀드렸는데 그 고집이 바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결론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정체성을 지킨 게 가장 큰 비결입니다. 
 

 
Q2 
2011년도의 2학년 진로 그래프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학생들이 입학시에는 취업후 진학이나 진학을 생각하고 왔더라도 2학년이 되면서 취업쪽으로 생각을 많이 바꾸더라구요.
 
아이들이 1학년 때에는 주로 진학을 생각하다가 3학년이 갈수록 취업으로 생각을 많이 돌리게 됩니다. 연 2회 재학생의 학부모를 초청하여 자세하게 진로지도 설명을 드리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자신의 진로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강제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이지요. 이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었을 때만 가능한 것입니다.
 
저희는 이를 위해서 본교 졸업생 중에서 직장 몇 년 다닌 후 야간대학까지 가서 성공한 변호사·청와대 수석·세무사의 사례들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직접 초청하여 강연회를 열기도 합니다. 저희 졸업생 중 성공적인 대표 사례로 교보생명에서 일하고 계신분이 있는데요. 이 분은 연봉이 10억이 넘고 대학 강의도 나가요. 전문 펀드매니저거든요. 이런 분들이 저희 학교에 와서 전교생들한테 강의를 하면 2~30명씩 마음이 바뀌어요. ‘나의 롤 모델은 저 선생님이다’라고 생각하는거죠. 이 외에도 광운대학교 교수님이나 김창숙 부띠끄 사장님도 아이들의 모델이 되곤 하는데요. 이렇듯 기업에서 성공한 CEO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모델을 만드는거죠. 아이들을 보면 다 각자의 모델이나 멘토가 다 따로 있어요.
 
그리고 자신이 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한 일들을 그냥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를 발표하는 프로젝트형 수업을 전교생 대상으로 많이 합니다. 그러면 1학년 학생들을 선배들이 하는 발표를 들으면서 나는 뭐가 맞겠는지 생각해보고 진로를 정하는 데에 도움을 받습니다.
 
 
Q3  
복도를 다니는 학생들을 보니 저희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굉장히 단정하더라구요. 그리고 방문자들에게 인사하면서 반겨주는 모습이 너무 예뻤습니다.
 
저희는 인성교육과 예절 교육 또한 많이 하고 있습니다. 기업에서도 어떤 걸 가장 많이 보실 거 같으세요? 성적이나 수상 실적일 거 같으시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걸 많이 안 봐요. 그들은 직장 적응성이 뛰어나고 인성과 커뮤니케이션이 뛰어난 인재들을 선발하여 자신들이 직접 교육하려고 해요. 이러한 맥락에서 인성교육과 예절교육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Q4  
책자를 보니 기업은행과 서울종합예술학교처럼 국내의 산학연뿐만 아니라 일본 카타야나기학원나 상해시공상외국어학교처럼 외국의 학교와도 MOU를 체결하고 있더라구요. 이러한 체결은 어떻게 이루어진건가요? 그리고 현재 47곳과 체결하셨던데 생각보다는 작은 숫자인 거 같아요. 학교가 명문이다 보니까 기업체들도 적극적으로 협약을 맺으려고 할 거 같은데요?
 
외국기업하고 외국학교와의 체결은 대부분 학교기업을 위한 물량을 넘겨받으면서 시작된 것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현장학습까지 해줘서 홈스테이하면서 교류를 하기도 하지요. 현재 해외 인턴십도 계획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저희가 400-500곳과 체결할 수 있었는데요. 저희는 개수 중심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곳과만 한다는 게 학교장님의 방침이어서 실속있게 하려고 했습니다.
 

 
 
Q5  
2010년 졸업생 취업현황을 보니까 3100만원의 초봉을 받는 학생도 있고 평균 연봉 또한 2103만원이더라구요. 개인적으로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이 학생들이 회사에 들어갔을 때 다른 불리한 점이 있는 건 아닌가 우려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학생들에게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장벽이 존재하지는 않나요?

 
어떻게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연봉 3천이 되는가에 대해 저도 납득이 잘 안 간다고 기업의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분은 이렇게 답하더라구요. 전문계고 학생을 선발하면 대학 등록금만 벌고 가버려서 문제고, 대졸자를 뽑으면 복사 같은 잡무를 시키면 이 심부름하려고 대학 나온 거 아니라고 나가버려서 문제라고 하더라구요. 고졸자와 대졸자 둘 다 문제가 생기니까 생각한 해결책이 아예 전문 자격증이 있는 능력이 검증 된 고졸자에게 연봉을 높게 줘버리고 그들의 야간대학 등록금도 내주면서 그들을 직장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아직도 사회적 장벽을 만드는 기업은 있습니다. 야간대학을 4년 나와도 인정을 안 해주는 곳이 있지요. 그런 장벽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정부에 들어서면서 MOU체결이 많이 늘어나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Q6  
선생님의 설명을 듣다보면 학교 선생님들의 노력이 들어가서 학생들의 성공이라는 결실이 맺어지는 거 같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더 나은 교육을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하고 계시나요?
 
회사뿐만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교사들도 열심히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그래서 외국어 능력이나 리더십 같은 부분에서도 많은 교육을 받고 있지요. 저 같은 경우에는 원래 컴퓨터 공학과 출신인데 현재 다른 분야를 배워서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교사들은 보통 두 개 이상의 자격을 갖지 않으면 학교에 서기가 힘들 정도로 학교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이 외에도 저희는 선생님들께 워크숍이나 외부 전문가 특강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7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삼성이 무너지지 않은 건 교육(맨파워)덕분입니다. 저희 또한 한 얘기를 계속해서 하고 진로교육 또한 계속해서 했더니 아이들이 바뀌더라구요. 꿈이 보이고 비전이 생기기 때문이죠. 증거가 있으니까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이런 걸 보여줄 때 된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의 모토는 ‘아이들에게 꿈과 비전을 주면 바뀐다.’입니다. 세상이 노력하면 다 되는거지 안 되는 게 어딨겠어요. 
 
단순한 서울여상 벤치마킹이 아니라 마인드부터 재정립하는 자세가 중요한 거 같아요. ‘정해진 출근 시간이 9시면 8시에 출근을 해서 너가 과장이 되든 부장이 되든 청소를 하여라. 그 회사에서 성공을 하려면 그렇게 해라.’ 이러한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합니다. 그런 마인드를 가져야지 어깨에 힘을 주고 ‘나는 이름 있는 학교를 나왔는데 왜 실업계 나온 애가 해야 할 일을 내가 해야 돼’라는 마인드를 가지면 안 돼요. 저 또한 우리나라 직업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 사명감을 가지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3. 깨달음으로 내려오는 길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찾아갔는데도 열정에 넘치시는 모습으로 하나하나 힘주셔서 말씀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 열정적인 선생님 아래에 있는 학생들이라면 어느 누구가 닮아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중간고사를 치면서 '잠재적 교육과정'에 대해 배웠습니다. 말 그대로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과정 외에 선생님의 행동이나 학교의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굉장히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서울여상의 학생들도 열정적인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목적의식을 가지고 진짜 자기 인생을 살아가기위해 고등학교 시절을 열심히 보내게 된 건 아닐까요? 공부하라고 말씀하시기 이전에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꾸고 그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굉장히 멋졌습니다. 여러분들도 이제 아무 말 못하고 학교를 내려왔던 제 마음을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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