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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포유동물, 박쥐의 비밀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하늘을 나는 포유동물, 박쥐의 비밀

대한민국 교육부 2011. 8. 16. 15:19
“대체 어떻게 해야 더 부드럽게 날 수 있지?”

이 박사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잘 나오지 않았다. 벌써 며칠째 책상에 앉아 있는지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이 제발 눈 좀 붙이라고 아우성이다. 이 박사도 오늘만은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몸이 개운해지면 더 좋은 생각이 나올지도 모른다.     

“휘리릭~.”

잠깐 잠들었는데 수상한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뜬 이 박사는 깜짝 놀랐다. 자신은 컴컴한 동굴에 있었고, 눈앞에는 수상한 동물이 날아다녔으니까. 정신 차리고 앞을 보니 작은 불빛이 여러 개 보였다. ‘앗! 저것은 박쥐!’ 박쥐들의 서식지인 모양이다. 두려워진 이 박사는 벌떡 일어나 도망치려고 했다. 그때 누군가 이 박사를 불렀다. 

“잠깐만요!”

이 박사 앞에 말하는 박쥐가 나타났다. 박쥐는 지금은 이 박사의 꿈이고, 자기는 항공기 연구를 도와주러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넌 하늘을 날 수 있는 유일한 포유동물이구나. 너도 원래는 하늘을 날 수 없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날 수 있게 된 거니?”
“네, 우리 조상은 두더지와 비슷하게 생겼을 거라고 해요. 원래는 땅에서 살았는데 더 많은 먹이를 잡기 위해 진화하면서 날개가 생겼답니다. 그러다 보니 날개가 새처럼 깃털 달린 모습은 아니죠.”

박쥐의 날개는 얇은 피부로 이뤄졌는데 이 날개를 ‘비막’이라고 부른다. 박쥐의 손가락이 점점 길어지면서 손가락 사이의 피부가 점점 늘어나 날개막이 된 것이다. 말하는 동안 박쥐는 날개를 입으로 핥았다. 

“날개가 무척 소중한가 보구나. 자꾸 닦는 걸 보면~.”
“날개가 얇다 보니 건조해지면 찢어질 수도 있거든요. 늘 촉촉한 상태로 유지해줘야 앞으로도 잘 날 수 있어요.”

이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사실 박쥐는 비행실력뿐 아니라 초음파로 길을 찾는 능력으로도 유명했다. 박쥐는 칠흑같이 어두운 곳에서도 장애물에 부딪치지 않고 날 수 있다.

“참, 너는 초음파을 쓸 수 있지? 그걸 비행하는 데도 이용하니?” 
“초음파는 우리 박쥐들에겐 ‘제2의 눈’이에요. 밤이나 어두운 동굴 속에서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별로 없거든요. 이럴 때는 초음파를 쏘고 되돌아오는 초음파를 받아서 주변을 파악해요. 우선 입과 코로 주파수가 높은 소리를 내요. 이 소리들은 주변 물체나 먹잇감 등에 부딪치고 다시 돌아오는데요. 이걸 귀로 들어요. 귀로 소리를 들으면 주변에 얼마나 큰 물체가 있는지 어떤 모양인지를 쉽게 알 수 있어요.”

그렇다, 초음파였다. 박쥐들이 부드럽게 비행할 수 있는 건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아서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주변에 뭐가 있는지 알면 비행 속도나 방향을 바로 조정할 수 있을까?

“사실 예전에는 우리가 주변을 잘 볼 수 있는 이유가 날개 속에 있는 털 때문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어요.”
“그렇지. 그런데 너희들이 초음파를 사용한다는 걸 알고 나서는 털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었어.”
“네, 그런데 사실 날개 속에 있는 털은 다른 역할을 하고 있어요.”

박쥐 날개는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미세한 털로 뒤덮여 있다. 이것은 마치 막처럼 보이는데, 박쥐가 부드럽게 비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박쥐가 말을 이었다.

“날개 안쪽에 있는 아주 작은 털을 이용하면 날개 위를 흘러가는 공기의 속도와 방향을 알 수 있어요. 이걸 이용하면 비행을 부드럽게 할 수 있죠.”
“아! 그렇구나! 더 자세히 설명해주련?”
“제 날개에 있는 털은 바람이 아주 조금만 불어도 알아챌 수 있어요. 특히 날개 뒷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대해서는 아주 정확하게 느낄 수 있죠. 보통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방향과 속도가 불규칙한 난기류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에요. 이런 걸 빠르게 알아챌 수 있어야 비행을 조절할 수 있죠.”

미세한 털들이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할 줄이야! 이 박사는 잊지 않도록 몇 번씩 박쥐의 말을 되뇌고 있었다. 

“혹시 날개에 털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 것 같니?”
“글쎄요. 털 없이 날았던 경험이 없어서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마 계속 빨리 날려고 할 것 같아요. 공기의 흐름을 잘 모르면 지금 나는 속도가 어떤지 알 수 없을 테니까요.”
“그렇구나. 박쥐가 잘 날아다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네, 우리 박쥐가 뛰어나게 비행할 수 있게 된 건 날개털을 진화시켰기 때문이에요. 털로 공기 흐름을 느낄 수 있으니 공기 흐름에 어긋나지 않게 갑자기 방향을 돌릴 수도 있고 공중에서 멈출 수도 있어요. 가끔은 거꾸로 날 수도 있죠.”

이 박사의 눈앞에 박쥐의 곡예비행이 시작됐다. 오랫동안 훈련한 전투기 조종사들이 만드는 묘기비행처럼 보였다. 박쥐의 털처럼 공기 흐름을 정확하게 알아채서 비행기를 조절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박사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말하는 박쥐는 사라지고 없었다.

“어! 잠깐만! 어디로 갔니?”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깨어난 이 박사. 그는 꿈속에서 박쥐가 알려준 정보로 무인비행기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다. 박쥐 날개털처럼 생긴 걸 만들어 비행기에 붙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이 타지 않는 비행기도 스스로 공기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이 날개털이 알려준 정보가 있으면 비행기의 움직임을 더 잘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박사는 앞으로 만들 ‘박쥐의 날개털을 가진 비행체’를 떠올리며 꿈속에 나타났던 박쥐에게 조용히 고맙다는 인사를 보냈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카리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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