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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영화 '혹성탈출'처럼 똑똑한 침팬지, 가능할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22. 10:00

 인간을 지배한 침팬지?
 

8월 17일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이 개봉했다. ‘혹성탈출’은 꽤 오래전 작품이다. 1968년 개봉한 혹성탈출은 말 못하는 인간을 똑똑한 유인원이 지배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 이후 총 7편의 영화가 제작됐고 TV드라마로도 방영됐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주인공, 높은 지능을 가지고 태어난 ‘시저’ ⓒ네이버영화정보


개봉한 혹상탈출-진화의 시작은 혹성탈출 시리즈의 ‘프리퀼(Prequel: 원래의 이야기에 앞서는 속편)’이다. ‘유인원의 지배를 받는 인간들’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침팬지들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은 방법과 인간에 맞서 혁명을 일으키게 된 이유를 보여준다.
 
인간은 오랫동안 자신들이 지구상에서 유일한, ‘매우 똑똑한’ 영장류라는 생각으로 지구를 지배해왔다. 하지만 침팬지와 인간의 DNA는 약 98% 이상이 유사하다. 최근 들어 침팬지와 인간이 얼마나 닮았는지를 보여주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혹성탈출처럼 똑똑한 침팬지는 과연 가능할까. 
 
 


 유인원은 인간과 얼마나 닮았을까?
 

1. 침팬지도 사람처럼 아기를 낳는다.
 
일본 하야시바라 생물연구소의 사토시 히라타 박사팀은 침팬지도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아기를 낳는다고 생물학 학술지인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 3월 28일자에 게재했다.
 

◀BBC뉴스

그 동안 원숭이나 침팬지 등의 영장류는 새끼가 엄마를 바라보며 나온다고 알려졌다. 새끼가 빨리 호흡할 수 있으며 엄마 원숭이가 안전하게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아기는 뱃속에서 나올 때 아래쪽으로 쳐다보고 나오기 때문에 산파의 도움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이런 인간의 출산 방식이 영장류와 달리 진화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믿어왔다. 히라타 연구팀은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침팬지의 출산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침팬지 우리에서 함께 생활했다. 덕분에 침팬지 세 마리의 출산 과정을 고스란히 녹화할 수 있었다. 관찰 결과 놀랍게도 새끼 침팬지는 사람처럼 아래쪽으로 바라보며 세상 밖으로 나왔다. 히라타 박사는 “침팬지는 출산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고 임신한 침팬지는 예민하기 때문에 관찰이 어려웠다”며 “침팬지의 출산 과정을 관찰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류학자들은 인간의 아기가 출산하는 방향 때문에 산파문화가 생겼고 이로 인해 진화했다고 주장해왔지만 이것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2. 암컷 침팬지는 사람처럼 인형놀이를 한다.
 
침팬지들이 마치 어린 아이들처럼 성별에 따라 다른 놀이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 리처드 랭험 박사팀은 야생에 사는 암컷 침팬지가 사람처럼 인형을 갖고 논다고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지난해 12월에 발표했다.
 
랭험 박사팀은 우간다에 있는 키발레 국립 공원에 사는 침팬지 무리 64개를 14년 동안 관찰한 결과 어린 암컷 침팬지가 나뭇가지를 들고 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어미가 자식을 돌보듯 나뭇가지를 다뤘으며 안고 다니기도 했다. 심지어 나뭇가지를 위해 따로 둥지를 만들어 함께 잠을 자기도 했다. 몇몇의 어른 암컷 침팬지들도 막대기를 들고 다녔지만 새끼를 가진 후에는 더 이상 들고 다니지 않았다. 어떤 침팬지는 어른이 두손과 두발로 아기를 데리고 노는 ‘비행기 놀이’를 하기도 했다. 반면에 수컷들은 나뭇가지를 먹이를 찾기 위한 도구나 싸울 때 무기로 사용했다.
 
랭험 박사는 “야생 동물이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이 발견된 첫 사례”라며 “어린 암컷들이 어미에게 나뭇가지를 갖고 노는 것을 배우진 않았다. 침팬지도 암수에 따라 생물학적 차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성별에 따라 다른 장난감을 선택하는 것은 주변 환경의 영향일 것으로 생각했다. 랭험 박사는 “여자 아이가 인형을 가지고 놀고 남자 아이가 트럭을 가지고 노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생물학적 차이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현상은 동물계 전반에서 흔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3. 침팬지도 남의 생각 읽는 능력이 있다.
 
지금까지 인간만이 남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침팬지도 비슷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마틴 스멜츠 박사 연구진은 침팬지가 상대방의 생각을 추측해 행동한다고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지난해 12월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먼저 두 개의 판자 밑에 각각 바나나를 숨겼다. 한 개는 바나나가 보이지 않게 바나나 위에 판자를 비스듬히 세웠다. 다른 한 개는 판자 밑 ‘비밀의 구멍’ 속에 바나나를 넣고 그 위에 판자를 평평하게 놓았다.
 
바나나를 숨기는 것을 보지 못한 침팬지는 비스듬히 놓인 판자로 갔다. 비스듬히 놓인 판자 밑에 무언가가 있을 것을 생각할 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침팬지는 두번째 실험에서 평평하게 놓인 판자로 향했다. 다른 침팬지가 다시 또 비스듬히 놓인 판자로 갈 것을 추측하고 반대로 행동한 것이다. 스멜츠 박사는 “침팬지는 다른 침팬지가 선택할 것을 추측했다”며 “이것은 곧 침팬지가 남의 생각을 읽고 행동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간과 가장 비슷한 침팬지들이 이러한 추측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공동 조상도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며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점을 많이 알수록 공동 조상의 모습도 뚜렷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침팬지가 사람처럼 똑똑해질 수 있을까.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자 정보는 98% 이상 동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람과 침팬지는 겉모습부터 지능까지 상당히 다르다. 무엇보다 사람은 말을 할 줄 안다. 만약 침팬지에게 사람의 언어 유전자를 넣어주면 침팬지도 말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이 말을 하는데 관여하는 언어유전자는 ‘FOXP2’이다. 이 유전자는 동물에게도 있지만 사람의 것과 유전자 정보가 다르다. 이러한 유전자의 변이가 사람이 말을 하게 된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볼프강 에나드 박사팀은 사람의 언어유전자를 쥐에게 넣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쥐의 소리가 바뀌고 뇌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2009년 ‘셀(Cell)’에 발표했다.
 

▲침팬지와 사람의 ‘FOXP2’는 염기서열이 다르다. ⓒhplusmagazine.com

 
그렇다면 침팬지의 유전자를 바꾸면 사람처럼 똑똑해질 수도 있을까. 과학자들의 대답은 ‘실현불가능’이다. 인간의 지적 능력은 한 개의 유전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몇 개의 유전자만 바꾼다고 해서 침팬지가 사람의 지능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혹성탈출의 침팬지는 영화에서나 가능하다. 인간은 아직 걱정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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