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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함께 한 50년은 내 삶의 보람 - 아폴로박사 조경철

대한민국 교육부 2009. 3. 20.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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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철 박사에게 망원경은 생명과도 다름없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로 그를 안내해 준 유일한 끈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UN이 지정한‘세계 천문의 해’이다.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최초의 구경망원경을 발명한지 400주년, 미국 허블박사에 의해 ‘우주 팽창설’이 밝혀진 지 80주년, 아폴로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지 40주년이 되는 천문역사에 있어 중요한 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어디선가 ‘허허허’웃으며 눈앞에 나타날 것 같은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원로 천문학자 조경철 박사다. 올해 팔순을 맞았지만 열정적으로 ‘별’을 얘기하는 그를 보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언제나 변함없는, 별을 사랑하는 과학자에겐 그의 삶조차 별을 닮나보다.  

 <<< 글|꿈나래21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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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한 자루라도 다 달라고 하니 이렇게 어수선할 수밖에.”
여의도에 자리한 그의 연구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책들이 곳곳에 수북이 쌓여있고 천체본 등 다양한 집기들도 연구실에서 떠날 채비를 하는 듯하다. 이유인 즉, 올 가을 강원도 화천에 그의 이름을 딴 국내 최대 규모의 천문과학관이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그곳에 조 박사의 천문 일생이 담긴 모든 것을 기증할 계획이다.기증할 서적만 3천여 권이 넘는다. 모든 걸 다 줘도 아깝지 않단다. 그저 많은 후학들이 천문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인류 역사와 함께 ‘천문’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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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왜 천문에 관심이 없냐고? 없긴 왜 없어.이유가 있다면 천문이 손에 닿는 게 아니라서 그렇지. 아이부터 어른까지 별에 대한 얘기를 얼마나 많이 해. 자신이 태어난 별자리를 찾아서 점까지 보잖아.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하고 역사적으로 오래 된 학문이 바로 천문이야.

이미 수천 년 전 인류 최초 문명이 시작됐을 때, 천문의 역사도 함께 시작됐고 지금 이 순간에도 천문과 가까이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설마~.’ 하며 의문이 든다면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보자.지폐에 그려진 별자리들이 바로‘천상열차분야지도(국보 제228호)’로 우리 민족 천문과학유산 중 최대 걸작품이다.혼천의(국보 제230호)와 광학천체망원경도 담겨 있어 만 원짜리 한 장이 하나의 ‘성좌도’인 셈이다.

“천문에 대한 인식이 요즘만 같아도 행복했겠지. 미국 유학시절에도 그 당시 천문을 공부하는 학생은 혼자였고 한국에 왔을 때는 더 말할 나위가 없었지. 우리나라가 조그만 나라라는 게 아쉬웠을 뿐이야.”

15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조 박사가 한국에 돌아온 건 1968년.그 당시만 해도 한국에 천문학 박사는 오로지 조경철 박사뿐이었다.그래서 그의 호도 고성(孤星)이다.

홀로 천문학을 공부하는 자신이 바로 ‘외로운 별’이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1969년 ‘아폴로11호’의 꿈같은 달 착륙 성공을 시작으로 우주에 대한 인식은 전환기를 맞게 됐다. 당시 미국 AFKN 생중계 통역 및 해설을 조 박사가 전담하게 됐고,우주선이 달에 착륙하는 순간에는 감동을 주체 못해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간 에피소드 등으로‘외로운 별’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아폴로 박사’가 됐다.

그 후, 그의 뒤를 잇는 천문학 박사도 현재까지 150여 명 이상 배출됐고 서울대·연세대·충북대·충남대·경희대·경북대·세종대·부산대 등 전국 8개 대학에 천문학과가 신설됐다. 국내 40여 곳에 천문대도 만들어진데다 별을 좋아하고 관심 갖는 사람들도 늘어나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만 2만여 명이 넘을 정도로별을 사랑하는 사람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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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여든. 세상 모든 게 관심거리”

인생 80년 살면서 관심 가는 분야도 많아.자동차, 미술에도 관심이 많은데 자동차는 대한민국에서 나만큼 많이 타 본 사람은 없을 거야. 전 세계 자동차 회사로 불려가 시승하고 쓴 글만 200회가 넘을 정도니 말이야.”

나이가 들수록 많은 것을 손에서 내려놓는다고 하는데 조경철 박사는 ‘정신없어 죽겠다’고 할 만큼 분주하기만 하다.그를 만날 당시에도 일본의 한 매체에서 요청한 자동차 시승기를 진행 중인 데다, 두 권에 걸친 자서전도 직접 원고지에 한자 한자 남기고 있다. 천문과학관 개관 준비 및 자료 정리, 천문의 해를 기념한 행사, 하반기 인공위성 발사와 관련한 강연 등 대충 헤아려도 그 연세에 소화하기 어려운 스케줄이다.

그 와중에 그림까지 그린다.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남달라 그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여러차례 개인전까지 열었을 정도다.연구실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그린 만화, 캐리커쳐는 물론 벽 한 면을 차지할 만큼 커다란 풍경화까지 구경하고 나면, 그의 직업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다.

매사에 의욕적인 그이기에 요즘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픈 말도 많다.

“요즘은 책도 컴퓨터로 읽는다지? 책 읽는 것도 구식이라고 하는데,책의 촉감을 많이 접하는 게 중요해.책의 촉감을 느끼지 않고선 기억에 남지도 않고 자기 것이 되지도 않는다고 봐.

무조건 책 내용만을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닌 ‘책의 촉감’을 느끼며 책을 읽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조 박사는 어렸을 적 부모님으로부터 절대 눕거나 엎드려 책을 읽지 말 것을 교육 받았다고 한다. 책을 쓴 저자의 정성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라도 반드시 앉아서 읽어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의 인생은 인간 역사나 우주의 시간 척도로 보면 제아무리 귀중한 것이라 해도, 한낮 먼지보다 못한 것이지.그런 만큼 살아있는 동안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만족스럽게, 보람을 느끼며 인생을 마감하는 게 최상의 삶이 아닌가 싶어.”


소행성 4976번의 이름은 ‘조 경 철’

‘저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로 시작하는 유명한 독일민요가 있다. 가사대로 하늘에 진짜 내 별이 떠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의미에서 조경철 박사는 진짜 행복한 사람이다. 광활한 우주공간에 유일무이한 그의 별, 정확히 말한다면그의 소행성 ‘조경철(Choukyongchol)’이 떠있기 때문이다.

직접 발견한 건 아니지만 그 소행성을 발견한 일본 천문학자가 조 박사의 업적을 존경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준 이름이다. 혜성의 경우, ‘핼리혜성’과 같이 발견자의 이름이 붙지만 소행성은 발견한 사람이 이름을 지을 수 있는 명명권을 얻기에 가능한 일이다.현재까지 발견된 2만여 개의 소행성 중 4976번째 소행성이었다.

조 박사는 ‘내가 죽어도 내 소행성은 평생 우주에 살아 있다’며 행복감을 전했지만 그간 천문학자로서 느낀 고독과 좌절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명세로 ‘탤런트 교수’라 불리며 힘겨운 날도 많았지만 보란 듯 그간170여 권이 넘는 책을 집필했고 눈을 감는 날까지 총 200여 권 집필을 목표로자신의 지식을 대중과 더교감하겠다는 게 그의 마지막 바람이다.

별과 살아온 그의 인생이 담긴 메시지에서 원로 천문학자이자, 과학과 대중의 끈을 이어준 친근한 과학멘토로서의 진한 향기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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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철 박사가 직접 그린 본인의 캐리커쳐

조경철 박사는...

1929년 4월 북한 평안북도에서 태어나 김일성종합대학교 물리학과 재학 중 친구와 함께 남한으로 내려왔지만 6·25 전쟁으로 가족들과 생이별하게 됐다.

그 후 연희대(지금의 연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대학원 천문학 석사 및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그간 미항공우주국(NASA) 연구원,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연세대 천문학 교수, 경희대 물리학 및 우주과학 교수·부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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