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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사할린의 추위 녹이는 한국어 배움 열기 ‘후끈’

비회원 2012. 1. 15. 07:00

도로의 차선마저 삼켜버린 눈이 영하 15도를 밑도는 추위에 꽁꽁 얼어붙었다. 겨울날의 칼날 같은 날씨보다 더 가슴을 다치게 했을 사할린 한인동포들의 삶은 오욕과 설움의 시간을 건너 오늘에 닿아있다. 맨손으로 박토를 일궈낸 1세대와, 먹고 사는 문제에 치여 부모의 조국조차 돌아볼 수 없었던 2세대는 사할린 지역 내 어엿한 중‧상류층으로 성장했고, 이제 그의 아들딸들은 스스로 모여들어 한글책을 펴들고 ‘우.리.는. 한.국.사.람.입.니.다.’를 익히고 있다.          
 


인구 50만여 명이 살고 있는 러시아 사할린에 거주하는 한인은 현재 3만여 명. 일제시대 강제징용으로 이곳에 터전을 잡았던 1세대에 이어 지금은 3~4세대가 한인사회의 주류를 형성해 가고 있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모르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부모의 나라를 알고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배움의 불씨가 사할린 곳곳에서 뜨겁게 피어오르는 중이다. 
 
 

‘뿌리’를 찾아 한국어 배우려는 3~4세대들…

 
임용근 사할린한인협회장은 “2세대는 평균 60세가 넘었다. 1960년대 조선어학교가 폐쇄된 이후 태어난 3~4세대는 거의 한국어를 모르고 있다.”며 “강제징용으로 끌려왔던 한인들이 영주귀국하면서 최근 그 수가 4천 명을 넘어섰다. 젊은 세대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한국을 방문하게 되니 한국에 더욱 관심이 생겨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한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한다. 
사할린한국교육원(원장 박덕호)은 이러한 한국어 배움의 불씨를 키우는 풀무질에 한창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재외한국교육원인 사할린한국교육원은 1993년 개원한 이래 한국어 프로그램 운영 등을 비롯해 한국어교육 보급‧지원에 앞장서 왔다.  
 

사할린한국교육원 전경


 
“안.녀엉.하.세.요.” 
“방.가.웁.스.읍.니.다.”      
 
지난 12월 19일 오후 5시, 강의실에는 13명의 학생들이 서툴지만 교사의 지도에 따라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한국어를 따라 하고 있었다. ‘있다/없다’의 차이, ‘은/는’의 발음을 여러 번 반복해 가며 한국어를 익히는 모습이 진지하다. 
 

홈스크시 만천학교(한글학교)의 수업모습


한인동포로 4년째 한국어 수업을 맡아온 전영희 교사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인 동포뿐 아니라 러시아 현지인들도 많이 배우러 오고 있다.”고 말한다.
사할린한국교육원이 운영하는 한국어 프로그램에는 현재 459명의 학생이 수강 중이다. 강좌는 초급‧중급‧고급반으로 나뉘어 수준별로 운영된다. 매주 2회에 걸쳐 4개월간 진행되는데, 한인 동포 외에 현지인들의 참여도 상당하다.

2011년 9월부터 공부를 시작했다는 우젠베꼬바 아나라 양은 “경제적으로 부흥한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한국교육원을 찾았다. 초급반에서 쉽게 설명을 해줘서 한국어를 즐겁게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2011년 2월 부임한 박덕호 원장은 “2009년 평균 200명 내외였던 교육원 학생이 지금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상‧하반기 평균 400명을 웃돈다.”고 설명한다.
 
 

현지학교 등에 한국어교육 활성화 지원

 
사할린한국교육원은 원내 강좌를 운영하는 이외에도 한국어교육 활성화를 위한 외부 기관 지원을 펴고 있다. 현지학교 대상 한국어‧한국문화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강사비 및 기자재 구입비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초‧중등학교 8곳, 대학‧문화학교 등 3곳에서 95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을 지원 중이다.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채택한 유즈노사할린스크 제9학교는 언어중점학교로 매주 초등 2시간, 중등 3시간, 고등 6시간씩 진행되는 한국어 수업을 교육원의 도움을 받아 운영 중이다.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 나탈리아 교사는 “지난해 3월 한국어 교재 320권과 교사 강사비 등을 지원 받아 질 높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즈노사할린스크 제9학교의 수업모습


사할린 지역의 한국어 배움 열기는 정규학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뜻있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일종의 ‘야학’인 한글학교를 개설, 운영 중인데, 현재 사할린에는 홈스크 만천학교를 비롯해 10여 개의 한글학교가 있다. 사할린한국교육원은 이들에 대한 지원과 관리‧장학 등의 사업을 실시한다. 각지에 퍼져있는 한글학교는 사할린 지역민의 삶 깊숙이 파고들어 이들과 한국어 및 한국문화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만천학교에서 20년간 한국어를 가르친 한보화 씨는 “홈스크시는 사할린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의 10%인 4천 명이 한인동포이다. 만천학교는 홈스크시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한글학교를 운영하면서 때론 힘들 때도 있지만, 점차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사할린한국교육원은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인재를 발굴, 지원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한국어에 재능이 있거나 배움의 의지가 강한 학생들을 선발해 재외동포재단, 동서대학교의 초청장학생으로 보낸다. 올 3월 동서대 유학을 준비 중인 공 마리나(24) 씨는 “조부모님이 그리워하던 고향 땅에서 국제관계학을 배우고 싶다.”며 “초청 장학생으로 학비 전액을 지원 받아 가게 됐다. 앞으로 한‧러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외에도 사할린한국교육원은 한국어 교사 연수, 한국어능력시험 실시, 한국어말하기대회 개최 등의 활동을 통해 한국어교육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장구 치고 노래 부르며 한국문화 절로 이해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어에 눈을 뜬 이들은 한국의 역사, 경제, 문화 등에도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때맞춰 박덕호 원장은 이곳에 부임한 이후 ‘한국요리’ 강좌를 새로 개설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유아‧주부‧노인 대상으로 한국가요, 문화강좌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장구, 우리말 동요, 가야금 등을 배우는 에트노스 예술학교 학생들


지난해에는 한‧러 전통문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에트노스 예술학교와 연계해 한국문화 체험교실을 운영하는 한편, 에트노 문화교실 등을 열어 사물놀이, 가야금, 한국무용 등을 알렸다.    
한국어 및 한국문화 교육 활성화는 유관기관과 협력하며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한인사회의 소통창구가 되고 있는 우리말 방송국과 <새고려신문사> 등은 한국어를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 중이다. 새고려신문사 배 윅토리아 사장은 “1945년 창간 이후 한글 보급에 힘써 왔다.”며 “사할린한국교육원과 문화교실을 운영하는 등 유대관계를 지속해 오면서 사할린 내에서 한국어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창설 20주년을 맞은 사할린국립대학교 한국어과에서는 사할린한국교육원의 지원을 받아 2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임 엘비라 한국어과 학과장은 “취업이 잘 돼 한국어과 인기가 높은 편”이라며 “2010년부터는 관광학부에 제2외국어로 한국어가 채택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어 배움의 열기는 한인사회를 뛰어넘어 러시아인들에게도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 교사의 수가 태부족한 점은 한국어교육의 활성화를 막는 걸림돌이라는 게 사할린국립대 교수들의 공통된 견해다. 

박덕호 사할린한국교육원장


박덕호 원장은 “사할린은 한인동포들의 한이 서린 역사적으로도 남다른 의미가 있는 지역”이라며 “한국어 및 한국문화가 활발히 보급‧지원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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