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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하나의 노래이자 기도의 연장입니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 14. 07:00

이해인 수녀‧시인

지난 수십 년간 맑고 청아한 시(詩)로 지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해 온 이해인 수녀. 넓고 어진 바다의 마음으로 살고 싶어 스스로 지었다는 ‘해인(海仁)’이라는 필명만큼이나 그는 바다를 꼭 닮았다. 이해인 수녀가 속해있는 부산의 성 베네딕도 수녀원 역시 광안리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1970년, 그는 가톨릭 잡지 『소년』에 시를 투고하면서부터 ‘해인’이라는 이름과 함께했다. 그의 본명은 이명숙. 밝고 맑다는 뜻의 ‘명숙(明淑)’도 ‘해인’만큼이나 그와 참 잘 어울린다. “이름에 바다를 담고 있어서인지 바다는 언제나 제게 선물을 주는 것 같아요. ‘사랑의 좁은 길을 잘 가려면 마음을 바다처럼 넓혀야 한다’는 글귀는 언제나 제 마음속에 남아 있는 소중한 한마디입니다.”


일상생활 속 모든 것이 시의 소재


이해인 수녀의 시집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해인 수녀의 시는 우리나라 문학계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왔다. 그는 1976년 『민들레의 영토』라는 제목의 첫 시집을 비롯해 지난 35년간 9권의 시집과 6권의 산문집 등을 발간했다. 이해인 수녀의 시와 수필 등 여러 작품이 초‧중등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저에게 있어 글을 쓴다는 의미는 하나의 노래이자 기도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더 데레사가 자신을 하나의 ‘몽당연필’이라고 표현했듯이 저의 시도 사랑과 평화의 몽당연필 노릇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바라보는 광안리의 바다, 자주 거니는 솔숲, 하늘의 별과 구름, 새와 바람소리,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 이야기…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그의 시심을 자극한다. 성당에서의 묵상시간, 신문기사, 꿈, 전해들은 말을 통해서도 시의 소재가 떠오르곤 한다. 이해인 수녀는 “시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사물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관찰한다면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성스런 손편지로 이웃사랑 실천


이해인 수녀는 현재 수녀원에서 문서 선교를 맡고 있다. 동료 수녀들이 직접 이름을 붙여준 ‘해인글방’에서 그는 글을 쓰거나 다양한 사람들이 보내오는 편지에 답장을 보낸다. “불쑥 전화를 걸어 급히 말하는 것보다는 애송시라도 적어 마음을 전하는 것이 훨씬 더 따뜻하고 정감 있게 여겨진다.”는 게 그의 생각.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번거롭더라도 손편지를 고집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제게 편지는 수도원과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주고, 자칫 좁아지기 쉬운 제 경험의 폭과 시야를 넓혀주는 창문이 되어줍니다. 여행을 할 때도 색연필, 편지지, 고운 스티커 등의 편지 재료들을 늘 갖고 다니다 보니 가방이 가벼운 날이 없어요.”
 
이해인 수녀는 그동안 편지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해 왔다. 갑작스러운 사별의 아픔으로 방황하는 사람, 우울증을 앓는 사람, 수도자 지망생, 문학가 지망생, 모국을 그리워하는 해외 교포들, 교과서에 실린 그의 시에 대해 문의해오는 학생들, 갓 태어난 아기의 이름을 지어달라는 독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으로 보내온 수십만 통의 편지가 해인글방의 한켠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1980년대 사형수 11명과 편지를 주고받은 일은 지금도 이해인 수녀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매 순간을 마치 마지막인 듯이 알뜰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던 그들의 모습은 이해인 수녀 자신의 삶과 신앙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모두가 나만 먼저 생각하는 욕심과 이기심을 버리고, 마음의 방향을 틀어 남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만 있다면 세상은 훨씬 살 만한 곳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지금밖엔 없다’고 가정하면서 모든 것을 대한다면 아주 사소한 것에도 애정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수녀시인’, ‘구름천사’, ‘민들레수녀’, ‘작은 위로자’ 등 이해인 수녀에게는 별명이 많다. 최근에는 ‘명랑수녀’라는 별명이 하나 추가됐다. 그는 “아픈 뒤로 하늘과 거리,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고 했다. “일상의 어느 것 하나도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감사를 얻었어요. 보물찾기를 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08년 직장암 판정을 받고 4년째 암 투병 중이다. 그러나 암 환자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는 여전히 맑고 고운 시로 사람들에게 긍정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힘든 항암 치료를 견뎌내면서 오히려 내면의 행복 지수는 올라갔다는 이해인 수녀. 행복과 기쁨이라는 말도 전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쓰게 됐다는 그는 “암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 다른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는…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1남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1964년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 입회하여 1968년 첫 서원을 했다. 1976년 종신서원과 더불어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출간하며 수녀 시인으로 등단했다. 필리핀 성 루이스 대학 영문학과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한 이해인 수녀는 2008년 직장암 판정을 받은 뒤에도 치료를 병행하며 강연 등을 통해 독자와의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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