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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잠, 얼마나 자야할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4. 1. 07:00


꾸벅꾸벅. 겨우내내 잠을 자던 새싹들이 움트고 따스함이 물씬물씬 피어오르는 계절, 봄이다가옴을 학생들은 직감적으로 느낀 걸까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춘곤증이 찾아왔는지, 학생들의 고개를 꾸벅이며 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립니다.

햇살이 따스해지고, 창밖은 빛나기 시작하는 봄이 다가올수록 수업시간에 고개를 푹 숙이는 학생들이 많아집니다. 허나 그 수가 한둘이라면 이해가 가겠지만, 최근 고등학교에는 교실의 3분의 1이 조는 진풍경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이상할 만치 많은 수의 학생들이 수업시간 내 잠에 드는 것’은 조금 신기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수의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일명 “폭풍수면”을 겪는 걸까요? 이런 학생들의 궁금증에 대한 답은 바로 ‘학생들의 수면시간 부족’에 있었습니다.

 

1. 대한민국 학생들, 몇시간이나 잘까

-일반계 고등학생의 98%가 수면부족

-2011년 12월, 질병관리본부가 중학교 1학년부터 고교 3학년 사이의 청소년 7만5천6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결과'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바로 대부분의 중고등학생들이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주중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중학생이 7.1시간, 일반계 고교생은 5.5시간, 특성화계 고교생이 6.3시간으로, 일반계 고등학생의 97.7%, 특성화계 고등학생의 89.8%, 중학생이 74.8%이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OECD 권장치인 8시간에 훨씬 못 미치게 잠을 잔다고 합니다.

특히 이 조사에서는, 수면시간이 짧은 학생일수록 스트레스 인지율이 높고 건강상태가 나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특성화계고 학생들을 기준으로, 5시간 미만 자는 학생들의 흡연율은 34%, 8시간 이상 자는 학생들의 흡연율은 24%였고, 이외에도 두 그룹의 음주율은 각각 48.7%, 36.0%, 스트레스 인지율은 각각 61.2%, 38.8%로 큰 차이가 났습니다. 이를 통해 전문가들은 “수면시간이 부족할수록 몸의 건강상태가 나쁜 것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자살 충동을 느낄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중고등학생들과 해외 중고등학생들의 수면시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중학생의 경우, 한국 중학생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5분인 반면 미국 중학생의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12분으로 약 1시간 차이가 났고,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차이가 더욱 컸습니다. 한국 고등학생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32분, 일본 고등학생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20분, 미국 고등학생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12분으로 우리나라 학생들은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약 1-2시간을 적게 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 적게 자는 것이 성적 향상의 비결일까?

   

아마 잠을 적게 자는 학생들도, 잠은 충분히 자야한다는 것을 스스로가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도 왜 학생들은 잠을 줄이지 못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부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잠을 충분히 자면 불안해져서”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럼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잠을 많이 자면 공부 시간이 줄어들어 성적이 오히려 더 떨어지지 않을까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들의 비밀은 “적게 자며 공부에 매진하는 것”일까요?

얼마 전 EBS 교육대기획 “학교란 무엇인가” 프로젝트를 알고 계시는지요.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EBS 제작팀은 전국 164개 학교의 0.1% 학생 800명과 일반 학생 700명에게 116개의 질문을 던져 0.1%의 공부 비결을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이 대조사에선, 61%에 달하는 대부분의 0.1% 아이들의 수면시간 역시 5-6시간으로 일반 학생들과 큰 차이점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설문조사는, 잠을 적게 자는 것이 성적에는 그리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를 보고 의아해하는 EBS 제작진들에게 한 여학생은 이렇게 덧붙였다고 합니다.

[ “중요한것은 “몇시간을 잤느냐”가 아닌 “하루를 얼마나 알차게 보냈느냐”가 아닐까요. ]

모두의 적정 수면시간은 비슷비슷합니다. ‘잠을 얼마나 자야하냐’는 의문은 많은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이지만, 그에 대한 공신들의 대답은 언제나 같습니다. 적정 수면시간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6시간 이상은 자야한다”라는 겁니다. 강성태, 김종훈 공신 등 9명의 공신들이 저술한 책 [공부의 神]에서는 “기본적으로 하루에 6시간은 숙면을 취해야한다. 잠을 줄이고 밤샘공부를 하면 뒷날 두뇌회전이 훨씬 안되고, 가수면에 시달리게 된다.”며 ‘잠은 꼭 자야한다’고 정의 내렸습니다. 박철범 공신 역시 그의 저서 “박철범의 하루 공부법”에서 ‘하루공부의 질은 그 전날 얼마나 숙면을 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며 잠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는 이용훈, 유상근 등의 공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 잠을 적게 자는것, 왜 문제일까

 

수면 :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의식상실과 유사한 상태로, 외관적으로는 주위의 자극에 반응하지 않게 되어, 감각이나 반사기능도 저하하지만, 언제나 각성할 수 있는 상태”

/네이버 의학사전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물은 잠을 잡니다. 다만 생물이 잠을 자는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잠을 자며 신체적 능력을 회복한다는 회복설과,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잠을 잔다는 에너지 보존설, 본능적인 욕구충족을 위해 잠을 잔다는 본능설 등의 학설이 분분합니다. 즉 지금까지 생물이 잠을 자는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반면, 생물이 잠을 자지 않으면 나타나는 현상과 부작용은 학계에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잠을 잘 자면 기억력이 좋아진다

 

그 동안 사람과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기억력을 강화시킨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최근 미국의 엘리자베스 굴드(Elizabeth Gould) 박사팀이 두 그룹의 쥐를 대상으로 한 그룹은 정상수면을 취하게 하고 다른 그룹은 3일 동안 잠을 못 자도록 한 결과 잠을 못 잔 쥐들의 기억중추인 해마에서 줄기세포로부터 신경세포 생성이 현저히 저하됨을 보고하였다. 수면은 우리 뇌의 해마에 존재하고 있는 줄기세포를 활성화시켜 새로운 신경세포를 많이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 쥐가 낯선 환경에 있을 때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가 활성화되며 그 직후 잠잘 때도 이 해마의 활동이 증가되나 잠을 못 자게 하면 반대로 활동성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사실을 관찰하였다. 전날 밤 8시간이상 잠을 충분히 자고 기억테스트를 받은 학생과 잠자지 않고 테스트를 받은 학생들의 성적을 비교한 결과 잠을 충분히 잔 학생들의 성적이 평균 30%이상 좋았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또한 최근 단어를 외우고 잠을 잔 그룹이 잠을 자고 나서 단어를 외운 그룹에 비해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해 내었음이 밝혀졌다. 즉 수면이 특정사실, 경험적 사건 등을 기억해내는 서술적(선언적)기억 (declarative memory)을 증가 시킨다. 잠자는 동안 뇌는 전날의 경험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킨다. 시험 전날 밤새워 당일치기로 공부했던 것들은 오래가지 않아 잊어버리게 된다.

 

#수면부족은 우울증과 체중증가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수면 부족이 체중증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만복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렙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식사량이 늘고 체중증가로 이어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엘리어슨(Arn Eliasson) 박사는 수면시간이 짧은 사람들이 정상 수면을 취하는 사람보다 활동량과 칼로리 소모량은 많으면서도 체질량 지수는 오히려 정상보다 높은 28.3(정상치 25, 수면시간이 긴 사람은 24.5)을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컬럼비아 대학 갱위쉬(James  Gangwisch) 교수가 10대청소년과 학부모 1만 5000명을 상대로 조사 연구한 결과 자정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드는 학생들은 밤 10시정도 잠자리에 드는 학생들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42%,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이 3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주도한 갱위쉬교수는 “충분한 수면이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으며 부모들은 자녀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캐스트 / 서유현 서울대교수

 

몇 년 전, 몇 주동안 재우지 않은 쥐를 죽게 만든 것이 바로 “수면부족으로 인한 면역기능 저하” 였음이 밝혀진 바 있는데요. 그 실험에서는 잠을 자지 못한 쥐가 병원균에 대한 방어능력을 완전히 잃으면서 패혈증으로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충분한 수면이 면역기능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실제로 인간의 경우에도, 수면시간이 줄수록 항체 생성률이 감소하며, 면역기능 저하, 피부감염으로 인한 피부트러블 증가와 같은 면역계 질환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실제로 잠을 많이 자는 사람에 비해 잠을 적게 자는 사람의 사망률이 4배나 더 높다는 의학계의 보고도 있으니 말입니다.

이와 같이 충분한 수면은 체온조절, 신체리듬 유지와 신체기능 회복에도 필수적입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집중력과 판단력, 기억력이 감퇴합니다. 또한 수면부족으로 인해 낮동안의 뇌의 활동이 감소하면서, 포도당 사용량 감소로 인한 혈당 증가는 혈압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잠자는 시간이 5시간 이내로 줄게 되면 심근경색·협심증·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일례로 8개국 47만여 명의 수면 패턴과 질환을 장기 추적한 결과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일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심장질환 위험은 48%, 뇌중풍(뇌졸중) 위험이 15% 정도 높다고 밝혀진 바가 있거든요. 반대로 잠을 충분히 자면 관상동맥의 동맥경화증 발생이 감소한다고 하니, 충분한 잠은 ‘건강한 삶’으로의 지름길인 것이 분명합니다.

 

4. 잠, 얼마나 자야할까

   

그럼, 도대체 얼마나 자는 것이 ‘충분한’ 걸까요? 흔히 “눈이 감기고 피곤할 즈음에 잠에 들어, 어떤 알람도 없이 스스로 눈을 뜨게 되는 시간까지”를 자신에게 맞는 수면시간이라고 하는데, 이는 개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으로는 비슷합니다. 이에 미국 국립수면재단에서 권고하고 있는 수면 시간은 10~17세 기준으로 낮잠을 제외하고도 8.5~9.25시간 이상이라고 하고, OECD 권장 수면시간 8시간입니다. 


대체적으로 의학계와 국가적으로는, 성인의 경우 7~7.5시간,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7~8.5시간을 권장 수면시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덧붙여, 의학계에서는 “최소한”의 수면시간에 대해서, “적어도 6시간은 자야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6시간 미만으로 자는 사람들이, 앞서 언급한 다양한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공신들의 권장 수면시간 역시 “적어도 6시간”으로 이와 일치하니, “자신에게 맞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되, 정말 잠을 줄여야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최소한 6시간 이상은 자야 한다”는 말로 압축됩니다.

 


실제로도 얼마전, 대한민국 수험생 카페 “수능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의 불특정 고1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루 수면시간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총 83명이 응답한 이 설문조사에서, 약 59.52%에 달하는 50명의 학생들의 평균 수면시간이 “4시간 이상-6시간미만”이라고 밝혀져 학생들을 씁쓸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잠을 자며 오늘을 정리하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잠을 예로부터 “최고의 보약”이라고 했던 것도 충분한 수면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근원이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충분한 숙면을 통한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마음이 비롯된다는 선조들의 사회상에 비해, 오늘날 잠을 줄이며 학업과 일에 열중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풍조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 어떤 여학생의 말대로, 정말 중요한 것은 ‘잠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아닌, ‘잠자지 않는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보내느냐’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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