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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그래핀의 선두주자를 만나다! 백종범 교수

대한민국 교육부 2012. 7. 16. 09:00



여러분은 그래핀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조금 생소할지 몰라도 그래핀은 차세대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신물질이랍니다. 오늘은 그래핀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과감히 뛰어든 과학자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그래핀을 획기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기술 EFG 기술을 고안한 백종범 울산과기대(UNIST) 교수님이 바로 그 첫번째 주인공입니다. 백종범 교수님이 들려주그래핀 이야기, 그리고 과학자로 사는 삶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과학자 릴레이 인터뷰' 10. 백종범 교수편


Q1. 그래핀, 그리고 이번에 개발한 기술에 관해 설명해주신다면?


그래핀이란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의 육각형 형태로 연결되어 한 층짜리 2차원 평면 구조를 이루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핀은 전자 바다라고도 일컫을 정도로 파이전자가 매우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속의 100배에 달하는 전기전도성을 나타내게 해줍니다. 열 전도성도 뛰어납니다. 한 겹뿐이기 때문에 무색을 띠는 성질이 있는데, 이는 투명 전극에 이용 가능합니다. 강철보다 월등히 강도가 뛰어. 꿈의 소재로 불릴만하지요.

 

그래핀의 존재 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를 추출하는 것이 어떤 효용이 있을지 생각을 하지 못했지요. 튜브 모양으로 검출되던 탄소층을 벗겨 내는 것은 2004년 컬럼비아 대학교의 김필립 교수가 시도했었습니다. 당시에는 간단하게 시도하였기 때문에 한 겹으로 추출하지는 못했지요. 이후 맨체스터 대학 연구팀에서 3mm 테이프로 한번 추출해보자는 아이디어를 가지게 되었고 탄소를 한 겹으로 분리해내는데 성공합니다.

 

테이프를 이용한 그래핀의 추출은 학문적 의미는 있었지만, 그 확률이 너무도 희박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었습니다. 이내 다른 방법들이 연구되기 시작했습니다. 금속 위에 메탄가스를 태워 금속에 탄소를 스며들게 한 후 이를 냉각시켜 탄소가 용출되도록 하는 방법을 국내 연구진에서 개발한 예도 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GO 공법이에요. 화합물의 OH기, 에폭사이드기 등을 통해 탄소를 산화시켜 탄소 간의 인력을 약하게 만들어 탄소층을 분리니다. 그 후 환원 공정을 통해 작용기들을 없애 그래핀을 추출하는 것이지요. 가장 보편적이지만 많은 문제점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환원과정에 쓰이는 물질이 발암물질인 경우가 많으며, 환원과정 자체도 100% 다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또한, 산화, 환원을 거치므로 탄소의 물성이 변하여 그래핀의 순도도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 바로 저희 연구팀에서 개발한 EFG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이산화탄소의 반응성을 이용하는데요. 반응성이 큰 이산화탄소를 탄소와 함께 볼밀 용기에 넣고 반응시키게 되면 카복실기(-COOH)가 형성됩니다. 카복실기의 반발력을 통해 탄소 층간에 인력이 약해지므로 이를 통해 탄소층을 분리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EFG 기술의 주된 원리입니다.

 

Q2. EFG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저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성 연구자들의 저항이었습니다. 현재 그래핀 기술은 GO 기술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된다면, 이는 기존 연구자들의 성과를 모조리 뒤집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EFG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GO보다 월등히 뛰어난 결과를 내놓게 됩니다. 그러므로 기존 연구자들은욱 엄격한 잣대로 EFG 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지요. 기존 연구자들이 논문에 각종 트집을 잡았기 때문에 Science 지에 게재하려고 했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무런 의문점이 없도록 만발의 준비를 하였고, 결국 PNAS라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수 있었습니다.


 

Q3. 국내 연구에서 힘든 점이 있다면?


세계적 연구가들은 자기들만의 inner circle이 강한 경향이 있습니다. 관심을 끌고 인정을 받으려면 (세계적) 연구자들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논문을 선보여야 합니다. 한국은 동양이라는 편견 탓에 실력보다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므로 서양의 권위 있는 학자들보다도 몇 배는 더 좋은 연구를 해야만 주목을 얻습니다.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기 어려운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보통 논문은 3가지 경로를 통해 학술지에 게재되는데요. 술지와 연계된 과학자들의 논문이 게재되는 것. 학술지와 연계된 과학자들의 도움을 통해 게재되는 것, 마지막으로는 학술지와 독립적인 과학자의 연구가 인정되어 게재되는 것입니다. 국내연구자의 논문 게재가 힘든 것은 학술지와 연계된 서양 연구가들의 그룹 밖에 있기 때문에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한 이유도 있습니다.


사실 국내 과학자가 훨씬 나은 연구내용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재료과학의 경우는 세계 4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같이, 연구규모에 비해서 매우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나라와 공동연구를 진행할 때에도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일전에 한미 공동 세미나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과학자가 워낙 좋은 내용을 가지고 왔던 터라 매우 뿌듯했던 기억이 있네요.

 

Q4. 설계부터 실험까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나요?


한동안 다른 과학자와 똑같이 산화 환원을 이용한 GO 방법에 매달렸었습니다. 하지만 상용화하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점들이 많았습니다. 한참 헤매던 도중, "탄소를 깨면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이어 볼밀을 이용해 탄소를 한번 깨보았고, 이내 생각했던 방향으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실험부터 결과까지는 불과 3~4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았지만, 그전까지는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었지요.


<백종범 교수님>


Q5.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다양한 계기들이 떠오릅니다. 우선 저의 유년시절은 굉장히 가난했습니다. 그 결과 필요한 것들은 만들어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를 통해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고학을 했기 때문에 헝그리 정신도 있었고요.


대학교 3학년이 되면서 포항제철 산학프로그램과정을 밟았었는데 막상 포항제철에서 회사생활을 해보니 저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상하관계 속에서 눈치를 보며 생활하는 것이 저와는 잘 맞지 않더라고요. 이 때부터 주인의식을 가지고 하는 일이 저의 적성이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실제로 저는 창의적인 일에 대해 직업만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타인의 간섭없이 주인의식으로 일을 하는 것이 적성에 맞더라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입니다.


그렇게 회사는 그만두게 되면서 외국에 한 번 나가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금전적 여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12일 정도밖에 머물지 못했는데요.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참 좁은 곳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 넓은 곳에서 공부가 하고 싶어졌고, 이때부터 국비 장학생 등의 프로그램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게 되었지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세상이 매우 넓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Q6. 과학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 과학자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다면?


연구자에게 가장 좋은 환경이란 하고 싶은 일을, 경제적인 부족 없이 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일을 즐기는 것이 가장 탁월한 해결책입니다. 가난했던 유년시절, 직접 소 메기는 일을 자주 했었는데요. 소를 앞에서 몰게 되면 본능적으로 저항하는 반면, 뒤에서 몰게 되면 소가 자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작은 꼬마아이도 몰 수 있을만큼 온순해집니다. 억지로 하게 되면 일에 계속 끌려다니게 되므로 더가 될 수 없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자의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하게 되면 경제적인 부분도 자연히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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