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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 잘해요. 필로트 캠프 본문
필로트 캠프라는 이름으로 남들보다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온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어른들의 도움 없이, 아이들 스스로 인원을 모집하고,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우연한 기회에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아는 분이 보조교사로 도와달라고 말씀해주셔서 좋은 선생님은 아니지만, 보조교사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못 가본 유럽을 먼저 다녀온 아이들이 직접 꾸린 이번 캠프의 주된 주제는 '학생의 인권'이었습니다. 유럽에서, 그리고 각자의 생활 속에서 아이들은 '인권'이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껴왔습니다. 아이들을 아직 만나기 전, 저는 대학생보다 생각 많을 그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일까 궁금했습니다.
뒤늦게 장소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이미 자리를 정리하고, 먼 지역에서 온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공주, 천안, 수원, 안산,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아이들이 '유럽 여행'이란 공통점 하나로 모였습니다. 추운 날씨에 주말이라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었을 텐데, 아이들은 좋은 마음으로 달려왔습니다.
이제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이에서부터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이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아이들은 제각기 생각을 들고 왔겠지요. 바람 잡아주는 어른 한 명 없어도 아이들은 스스로 말문을 열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 고등학교 진학 이야기 등으로 화기애애하였습니다.
조금 쉬고 나서, 아이들은 조를 짜서 속도퀴즈를 진행했습니다. '유럽에 관한 것'이란 주제로 유럽에서 본 멋있는 건축물, 유럽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 유럽에서 느낀 사상들에 대하여 문제를 내고 직접 맞추는 시간이었습니다. 서로 좋았던 점, 느낀 점이 다르다 보니 문제도 다양하였습니다.
저녁을 먹은 후, 학생 인권이란 주제로 본격적인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우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아이들이 나와 자신이 생각하는 인권이 무엇이고, 학생이라서 침해받고 있는 인권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 인권 조례가 정해진 지역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었습니다. 대표로 나와 말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친구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나도'를 외치며 공감하였습니다.
"인권이란 사람이 행복할 권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가 지금 학교에 다니면서 행복한가요? 선생님들의 강압적인 규제와 어른들의 압박, 그리고 우리끼리 만들어내는 학교폭력 때문에 불안해하면서 학교에 다니고 있잖아요. 이건 우리의 인권을 침해받는 것으로 생각해요."
아이들의 더 많은 생각은 다음으로 이어진 인권 빙고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너희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평소의 불만을 마구 쏟아냈습니다. 학교나 선생님 자체가 그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약간 억지스러운 불만도 있었고, 시험 위주의 학교 교육과정이 문제라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다른 조의 아이들은 왕따나 학교폭력 등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인권 문제도 빙고로 표현했습니다. 결국, 모두가 승자인 게임이었지만, 아이들의 생각을 예비교사로서 미리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승자는 결국 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집에 갈 준비를 하고, 공주 지역의 문화유적을 탐방했습니다. 공주 박물관, 공산성, 우금티 전투 유적지를 방문하면서 아이들은 우리 문화의 소중함, 그리고 동학농민운동의 정신을 다시 새겼습니다. 프랑스혁명의 정신과 동학농민운동 정신이 일맥상통한다는 설명을 듣고, 아이들은 당시 민중들의 자유와 인권에 대한 열망과 희생에 숙연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인권의 소중함을 마음속 깊이 새겨 넣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아이들과의 짧았던 1박 2일이 끝났습니다. 어른들이 '뭐해라.'라고 시키지 않아도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알아서 찾아서 나누고 하는 모습들 속에서 저는 '이런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런 아이들이 교실에 많이 있으면 교사는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원하는 인재상인 '자기 주도적인 인간'의 모습이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이런 아이들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우리 반이 되기를 기다리는 교사가 아니라, 우리 반 아이들이 이런 아이들이 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보듬어주는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캠프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예비 교사로서, 청소년들의 꿈을 도와주는 조력자로서의 꿈을 다시 한번 가슴속에 깊게 새겨 넣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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