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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이웃을 돕는 사랑의 걷기 운동

대한민국 교육부 2013. 7. 6. 13:00

진주중 학생들은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도보로 30~40분 이내의 거리(진주는 대부분 여기에 속합니다.)를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등교합니다. 외곽지역에 있는 친구들은 진주 시내까지 들어오면 몇 정거장 먼저 내려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걷습니다. 


이렇게 아낀 버스비를 모금함에 모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우를 돕는다고 합니다. 1997년 이 학교에 부임한 교장 선생님 때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16년이나 된 행사랍니다. 적은 돈이지만 나눔의 의미와 보람을 깨닫고 자신만 아는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이웃과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합니다.


집 앞에 있는 학교 두고 버스 통학하는 먼 중학교 배정되었다고 툴툴대던 막내랑 취재를 위해 함께 등교했습니다. 20분 늦춰진 등교 시간 덕에 조금 여유롭습니다. 유치원생처럼 엄마와 동행하니 으쓱해 합니다.

앞서 종종걸음 하는 학생에게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25분 정도 걸었는데 땀이 조금 나긴 하지만 운동도 되고, 마음 맞는 친구랑 이야기하며 걸으니 좋습니다. 버스비가 800원인데 마땅히 군것질할 돈도 안 되지만 모아서 어려운 친구를 도울 수 있다니 뿌듯합니다."

훈훈한 외모만큼이나 말도 잘합니다.


작년에 학부모 리더 활동하며 많은 가르침 주셨던 선생님을 뵈었습니다.

"이날만큼은 자동차 두고 걸어서 출근합니다. 돈 들여 다이어트도 하는데 학생들과 함께 걸으니 사제간의 정도 돈독해지고 상쾌합니다."

모금함 앞에 서 있는 학생 회장과 인터뷰했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진주중학교에 배정받은 것도 행운인데, 이런 좋은 행사를 계승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간혹 지폐를 반으로 잘라 넣거나 찌그러진 동전을 넣는 친구들도 있고, 왜 해야 하는지 이의를 제기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다수 기꺼이 동참해 줘서 고맙습니다.


작은 정성을 모아 학년 말에 학급별로 1명씩 선정하여 장학금(현재까지 약 9,000만 원 정도)으로 지급하였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느티나무 봉사단이 자매결연한 장애인복지시설인 소담 마을 방문 봉사활동 때 물품과 현금으로 기부하고 있습니다. 또 진주중학교 관악부와 합창부 학생들도 소담마을 장애인학교를 찾아 문화적 소외 계층을 위하여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어 사회에 봉사하는 학생들에게 음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철학과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는데, 이 모든 사회적 실천 역시 사랑의 걷기 운동의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학생회장의 멋진 설명에 이어 부회장에게도 물어봤습니다.

"내년에 학생회장으로 당선되어 이 훌륭한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겠습니다."

솔직하고 당찬 포부도 밝혀 줍니다.


작년에 교육정책 모니터단, 학부모 리더 활동하면서도 교장실 한 번 들르지 않은 터라 오늘은 꼭 인사하고 가라 하셔서 교장 선생님과 차도 한 잔 나눴습니다.


“내가 진주중학교 교감으로 근무할 때 이 사랑의 걷기 운동의 참뜻을 이해하고 남해중학교 교장으로 발령받았을 때 ‘동전은 사랑을 싣고’라는 이름으로 이 행사를 이었습니다. 그 학교에서도 호응이 좋아 남해중학교의 전통이 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혹여라도 자발이 아닌 의무나 강제성의 조짐은 없는지 늘 조심스럽고, 가까이 있는 어려운 학우 두고 외부 활동 장애인 복지시설 협찬, 음악회 활동으로 생색내기에 급급한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진주중학교는 사회적 배려 대상 학생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러나 나눔이란 가진 게 많을 때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위로받고 치유하는 과정입니다. 17년째를 맞이하는 만큼 좀 더 고민하고 의논하여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는 자칫 서로 불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불우 학우를 돕는 사랑의 걷기 운동이 아니라, 건강을 지키고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는 지구촌 사랑을 실천하는 날로 재해석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모금함에 학급 임원이 감시하듯 서 있지 말고, 사제간 함께 걷고 이야기 나누는 소통의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의 돈 뜯기 날'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말입니다.


모처럼 아들과 함께 한 기분 좋은 등굣길이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쯤 걸어서 등교하고, 출근하는 건 어떨까요? 건강도 지키고 사랑도 나누는 일거양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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