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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문해교육, 더할 수 없는 삶의 기쁨

대한민국 교육부 2013. 9. 23. 11:00

생애 가장 기뻤던 순간, 기억하시나요? 저는 새로운 악기를 배워 어느 정도 연주를 해볼 수 있었던 순간이 최근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남아있습니다. 참 사소한 것일 수도 있는데, 그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얼굴에 미소가 자연히 떠오르기도 합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9월, 저는 자신의 삶 속 기쁨의 순간을 나누고자 열린 특별한 곳에 다녀왔습니다. 새로운 앎의 기쁨을 누리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인데요. 바로 대한민국 문해주을 기념하여 열린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 특별전>입니다.

<서울시 세종로에서 열린 시화 특별전>

교육부가 주최하고, 국가 평생교육진흥원과 전국 지역거점 기관에서 주관하는 이번 시화 특별전은 “문해, 시와 그림으로 행복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전국 36곳에서 동시 개최되었습니다. 그중 한 곳인 광화문 세종로에서 있었던 이 특별전은 광화문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아주 멋진 전시회였습니다.

<문해, 시와 그림으로 행복을 말하다>

문해(文解)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제가 처음 문해교육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게 된 것은 대학교의 수업 때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글자를 모른다는 것은 저 멀리 있는 아직 발전이 더딘 나라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문해교육 대상자가 매우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과 관련한 팸플릿을 읽어보니, 「국민의 기초 문해력 조사, 2008」에 따르면, 읽고 쓰는 능력이 전혀 없거나, 글자를 읽어도 그 뜻을 이해할 수 없는 성인인구26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7%라고 합니다. 「인구주택 총조사, 2010」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중학학력 미만 성인인구약 577만 명으로, 기초 교육지원이 필요한 상태이고요. 그리고 「외국인주민현황 조사, 2012」 결과,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 주민약 140만 명으로, 어느새 성인문해교육 대상자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 문해의 날'을 기념 문해주간 시화전>

이러한 기초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것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 옛날 한국의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그 이후의 혼란스러운 시대상황에서는 교육에 중요성을 두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한, 옛날에는 교육의 기회가 있어도 상대적으로 여성이 교육에 있어서 소외를 당하곤 했었지요. 때로는 안 사정이 어려울 때 교육의 기회가 소수에게만 주어져 누군가는 배우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기도 했고요. 그리고 요즘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면서 한글을 잘 모르는 외국인도 문해 교육 대상자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매년 9월 8일 ‘세계 문해의 날’로 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는 9월 8일을 포함한 약 일주일간을 <대한민국 문해주간>으로 정한 것입니다.

<시 한 편 한 편에 눈길이 머무르는 시민들>

이번에 세종로에 전시된 작품들은 약 6,000여 작품 중 심사를 통해 입상한 100여 작품입니다. 문해 학습자가 직접 쓰고 그린 시화작품을 보게 되어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뜻깊은 문해주간에 문해 학습자가 경험했던 배움의 기쁨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광화문을 지나가던 많은 시민들이 시화전에 머물며 시 한 편 한 편을 정성스레 읽었습니다. 어린 자녀와 함께 계시던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시를 소리 내어 읽어주시면서 이 시화전의 의미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작품 '무서운 손자'>

강춘자 작가<무서운 손자>라는 작품은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으로, 할머니께서 문 뒤에 숨어계신 모습을 그린 시화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손주가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데, 글자를 모르는 할머니는 손주를 정말 사랑하지만 읽어주질 못하는 사연을 담은 시였습니다. ‘말로 하는 이야기라면 손으로 하는 음식이라면 손주 놈이 해 달라는 대로 해줄 수 있으련만 / 달려가 보듬어 안고파도 동화책이 무서워 부엌에서 나가질 못한다.’ 하는 할머니의 마음에 저도 모르게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작품 '난쟁이 민들레'>

정정자 작가<난쟁이 민들레>라는 작품은 ‘아름답게 핀 내 언니, 오빠, 동생과 비교‘난 어찌해 돌 틈에 떨어져 누구의 눈에도 잘 띄지 않는 난쟁이가 되었나?’ 하며 공부의 기회가 적었던 자신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작가는 한글 공부를 계속해서 자신만의 시집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하는데요. 시에서처럼 과거에는 난쟁이 민들레였지만, 이제는 ‘꽃씨가 좋은 언덕에 내려앉아 곱게 피어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해보았습니다.

<작품 '행복', 김종윤 작가>

<행복>이라는 작품은 저를 한참이나 미소 짓게 했던 작품입니다. 김종윤 작가노래방에서 글씨 모르는 것을 들킬까 봐 마이크를 잡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놓으셨습니다. 그런데 한글 공부를 시작하시면서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고, 마침내 남편의 칠순 잔치에는 자신 있게 노래할 수 있었던 훈훈한 이야기를 전해주셨어요. 그때의 감격이 얼마나 컸을지 왠지 저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작품 '어머니 학교'><작품 '행복', 조정임 작가>

서앵순 작가<어머니 학교>는 어릴 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교에 다니다 중단했던 작가의 학교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었습니다. 백발, 예순이 된 지금 평생 몸담길 원하던 곳에서 배우는 기쁨,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기쁨은 작가만이 온전히 누릴 수 있겠지요. 조정임 작가<행복>이라는 시를 통해 한국전쟁을 겪으며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가난, 시집살이를 경험했던 지난날이 있지만 여든이 되어 글을 배워 감사한 마음을 담아주셨습니다.

<작품 '행복한 순간'><작품 '행복을 찾아서'>

결혼이주여성의 작품도 볼 수 있었는데요. 김민지 작가타국살이를 하면서도 가족과 함께하는 삶에 행복해하고, 검정고시에 합격하며 한글을 배우는 <행복한 순간>을 나누어주셨습니다. 김상순 작가의 작품 <행복을 찾아서>배움으로 인해 ‘이 세상에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시입니다. 글도 쓸 수 없었고, 이름 석 자도 불러주질 않아 그 이름을 잊어버린 듯했던 지난날과 비교해 글자에 눈을 뜬 요즘의 행복은 얼마나 클까요?

 

어쩌면 저와 같은 젊은 세대배울 기회가 이곳저곳에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 ‘배움’과 ‘앎’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많은 양의 공부에 오히려 투정을 부리며 가끔 게으름을 피우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이번 시화전의 작품을 보면서 오랜 시간 동안 묵혀온 배움에 대한 갈망이 선명하게 느껴져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한 이 배움을 나를 넘어서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20대의 결혼이주여성부터 80대 후반의 나이가 지긋하신 문해 학습자에 이르기까지 글자를 배우는 행복을 통해 저에게도 마음 한편의 감동과 따뜻함을 선물해주셨기 때문입니다.

 

문해 학습자 작가들이 지은 시 중에는 <행복>이라는 제목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글자를 배우고 나서 눈이 뜨여지고 그 놀라움에 눈을 비벼보는 것이 곧 ‘행복’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전에 평생교육실습을 하면서 비문해자를 위한 초등 기본교육 수업을 몇 번 참관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문해교육을 들으며 학습자의 학습의욕이 매우 넘쳐나고 참여 또한 적극적이라 놀라웠었습니다. 아마 행복을 찾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동을 전해준 문해교육 학습자에게 응원 메세지를 써보기도 했다.>

문해교육비문해자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삶을 선사하고, 행복과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그런 점에서 문해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보석과도 같은 이야기들은 많은 사람을 사로잡았습니다. 저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을 통해 힘과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삶에 대한 감사와 배움의 기쁨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나 좋은 영향력이 전해지는 문해교육,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그 가치를 눈여겨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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