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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야간공부방 선생님 일주일 체험기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시골 야간공부방 선생님 일주일 체험기

대한민국 교육부 2013. 9. 30. 11:00

진주교육지원청 홈페이지에서 대곡중학교 야간공부방 멘토교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을 때 잠시 망설였습니다. 1학기 면접에서 잔뜩 기대했는데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젊은 예비교사도 많은데 그에 비해 참 애매한 나이와 경력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내가 애정을 가진 일에 도전조차 하지 않는 건 도리가 아닙니다. 편한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대곡중학교는 진주시 학원이 몰려 있는 우리 집에서 꼬박 한 시간이 걸립니다. 거리는 물론 경제적 어려움도 있습니다. 결손가정, 다문화가정 학생도 많고 농사로 바빠 집에 가도 돌봐줄 어른이 없습니다. 학습도 중요하지만, 정서적 교감이 필요한 학생들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대곡중학교의 야간공부방은 학력 신장과 돌봄 교실의 역할이 합해졌습니다. 저는 건강가정지원센터 조손가정 방문 배움지도사를 하고 있는 터라 그 경력을 인정해 주셔서 합격했습니다.

교문에 걸린 현수막에도 다문화 가족이 많음을 보여줍니다.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에서 온 학생들이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국내 농촌 남성과 동남아 여성의 초혼이 많았으나, 아예 외국인 근로자 자녀도 있어 부모가 한국말을 전혀 못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대곡중학교 전교생 65명의 작은 학교입니다. 정규 수업을 마치고 오후 5시 반부터 3시간 동안 학교에서 공부합니다. 시내 학원에 다니거나 혼자 공부하길 원하는 몇 명을 제외하고 전교생이 야간공부방에 참여합니다. 학년 구분 없이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길 원하는 학생은 도서관에서 교사의 지도로 공부합니다. 

 

저녁밥고등학교 급식소에서 5시부터 무료로 이용합니다. 우리도 함께 밥을 먹습니다. 전교생이 몇 명 되지 않아서 1주일 정도 지나니 가족 같은 분위기입니다.

급식소급식소 쉬는 날 여기서 음식을 먹기도 합니다

1학년 한 반, 2학년 두 반, 3학년 한 반입니다. 모든 학생들은 드림플래너라는 자기주도학습 정리 노트그날 수업 시간표대로 중요 내용을 정리합니다. 복습하는 것이죠. 그래서 그날 수업한 교과서를 한 아름씩 들고 교실로 들어섭니다. 

교과서드림플래너
저는 중학교 2학년 B반을 맡았습니다. 첫날은 제 소개를 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를 물어봤습니다. 수학을 제일 어려워하고, 영어, 과학, 사회 순입니다. 자율학습을 시키고, 교과서를 살펴봤습니다. 정말 잘 나오네요. 참고서가 필요 없습니다. 최신 자료 사진도 들어 있고, 우리가 공부할 때 문장 보고 애써 정리했던 내용이 도표로, 그림으로 나옵니다. 사교육의 혜택을 못 받는 것을 고려하여 선생님께서 자료도 내어주십니다. 그래도 교과서로 공부하자 그러면 식상 하다며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할 수 없이 교과서 내용을 제가 순서를 조금 바꾸고 내용을 첨삭하여 새로운 파일로 만들어 내줍니다. 마치 처음 보는 듯 집중해서 봅니다. 선후는 바뀌긴 하나 주로 1교시는 스스로 정리하고 숙제하는 시간을 줍니다. 그리고 2교시는 영, 수를 기본으로 수업합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함께 한 친구들이라 남녀공학임에도 거리낌 없고 속속들이 잘 압니다. 부끄러워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자리 배치를 보면 남학생, 여학생 구분하는 걸 보면 사춘기이긴 합니다.
남학생여학생

하루의 반을 학교에서 보내니 수험생도 아닌데 과하다고 투덜댑니다. 그렇지만 집에 가면 컴퓨터 게임과 TV 시청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해가 지면 한적한 시골에서 마땅히 갈 데도 없습니다. 가로등마저 없어서 으쓱하기까지 합니다. 드림플래너잘 정리하면 시험 준비는 이 노트만 봐도 되겠습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볼 수 있는 멘토교사와 선생님이 계시다는 건 혜택입니다. 맘껏 활용했으면 합니다.

자기주도학습실

중2 큰아들의 책장에서 한 장도 적지 않은 작년 학습플래너를 발견했습니다. 그냥 내주면서 활용하라고 하면 좀처럼 사용하지 않습니다. 계속 할 수 있게 점검하고 상도 주며 격려해 줘야 합니다. 친구는 딸이 자기 공부방도 따로 없고 집에서는 집중되지 않는다며 독서실을 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곡중학교처럼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학원과 독서실을 오갈 필요가 있을까요?


첫날 연락처를 물으니 대답을 꺼렸습니다. 비상용으로만 쓸 거라 약속하고 수첩에만 받아 적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니 자기들이 필요하다며 연락처 입력을 요구합니다. 대곡중학교에는 자동차고, 항공고를 진학하여 기술자의 꿈을 키우는 친구가 많습니다. 뚜렷한 진로 결정이 안 된 학생은 바로 옆에 있는 인문계고를 진학할 거라고 합니다. 시내 인문계고를 희망하는 학생은 주로 학원에 다닙니다.


참 밝고 순수한 학생들입니다. 시내에 살면서 전학 온 친구도 있습니다. 요주의 학생이라는데 학력지상주의 분위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교재로 공부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자율학습 시간은 멘토교사가 내 준 숙제를 하지만, 같은 프린트물을 내 주고 질문도 합니다. 도심에서는 학교 내에 모르는 어른이 지나가도 인사하는 학생이 드뭅니다. 수많은 방문객 중의 하나려니 지나치거나 묵례 정도입니다. 이곳은 다른 반 학생은 물론 수업 한 번 들어가지 않는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우리 선생님, 우리 반 학생이 따로 없습니다. 전교생을 기억하고 챙겨 줍니다. 학생들도 모든 선생님에게 스스럼없이 대화합니다.

레인보우 실에 있는 지구촌 나무-학생들이 사랑의 쪽지를 매달았습니다.

일주일 만에 '스쳐 지나가는 멘토 교사'에서 '주인'으로 자리 잡은 느낌입니다. 담임 선생님들 입장에서 당번제이긴 하나 매일 남아서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건 부담입니다. 그러나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고 귀한 시간 헛되이 보내지 않게 한 성과가 보이니 보람을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가르치러 가서 더 많이 배웁니다. '너무 많이 기대하고 가르치려 하면 상처받을 수 있다.'고 선배 멘토교사는 당부했습니다. 저는 직접 부딪혀서 판단하고 방법을 모색하는 스타일입니다. 조금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막 청소년기에 접어든 어린 학생입니다. 피부색이 달라도 하나의 지구촌을 이루듯 제각각의 꿈을 펼치는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니 행복합니다. 고액 아르바이트를 거절하고 선택한 일입니다. 그만큼 애착을 느낍니다. 이런 야간공부방이 더욱 활성화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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