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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발사 후 9분이 관건인 이유

대한민국 교육부 2009. 8. 19. 16:24
한국에서 처음 발사되는 우주로켓 ‘나로호’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수직으로 장착돼, 역사적인 발사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7일 무사히 발사대로 옮겨진 나로호는 이날 11시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러시아 기술진에 의해 전기 계통을 비롯해 발사체, 지상 설비, 자동 발사 체계 등 각 부문에서 발사 당일과 똑같은 순서로 점검을 마쳤다.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 소식을 접한 교육과학기술부는 관계자 협의를 갖고 나로호 발사 연기 문제를 협의했으며, 이날 오후 늦게 나로호 발사를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 

발사 예정 일시는 19일 오후 4시 40분~6시 40분 사이. 최종 점검에서 이상이 없으면, 발사 4시간 전부터 연료(케로신) 주입에 들어가고, 발사 버튼을 누른 다음에는 자동발사 기능이 작동해, 15분간의 역사적인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다. 

발사가 이루어진 후 위성 분리까지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비행이 이뤄진다. 나로호의 비행속도는 발사 55초 후 음속을 돌파하게 되는데, 3분 35초 후에 상단부 위성을 감싸고 있던 페어링(위성보호 덮개)이 떨어져 나가며, 3분 52초 후에는 1단과 2단 로켓이 분리된다.



발사 후 약 9분 지나면 성공 판명

▲ 나로호 발사 후 비행 예상도

 

발사 6분 35초가 지난 후에는 2단 로켓에 달린 킥모터(고체연료 엔진)가 점화된다. 사실상 나로호의 발사 성공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후 고도 약 300km 지점에서 연료를 모두 태우면 필리핀 상공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를 우주 공간에 올려놓는다. 

발사 후 약 9분이 지난 후다. 나로호에 의해 무사히 지구 저궤도에 올려진 과학기술위성 2호는 발사된 지 약 13시간 후인 20일 오전 5~7시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와 첫 교신을 갖게 된다. 이때까지 위성은 호주와 남극, 페루, 북극을 거쳐 지구를 한 바퀴 돌게 된다. 

지난해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 박사로 우주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가 한층 증가했다면, 이번 나로호 발사는 우리나라가 세계 10번째 인공위성 자력 발사국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우주 탐사ㆍ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주개발 관계자들은 우리나라가 이번 나로호의 개발 및 발사로 그동안 추진해온 우주개발 사업에서 이미 괄목할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전략적, 산업적 측면은 물론 국내외적으로 우주발사체 개발이 미치게 될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선, 러시아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발사체 체계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위성 발사체 개발 과정의 한 사이클인 설계, 제작, 시험, 조립, 발사운영 등을 러시아와 공동 수행함으로써 선(先) 개발국의 운영 체계와 경험을 체득할 수 있었다고 나로호 개발자들은 밝혔다.

구체적으로 발사체 시스템의 형상, 중량, 성능, 단구성 등의 설계기술과 관련된 시스템 설계 기술, 그리고 개발된 각 서브시스템의 조립, 검사 및 시스템 차원의 시험ㆍ평가기술인 시스템 종합 기술, 더 나아가 발사체의 발사장 이송, 총 조립, 시험, 발사준비 및 발사 기술 등 발사운영 기술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국내에서 발사체 상단부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함으로써 위성발사체 개발기술을 확보한 점도 큰 성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 기술진은 그동안 KSR 로켓 등 과학로켓 개발을 통해 축적한 국내 발사체 기술을 바탕으로 나로호 상단부(2단 및 노즈페어링) 개발을 자력으로 수행해왔다. 



‘나로호’ 경제적 효과 1조7천억~2조3천억 원

▲ 나로호

또한 추진제 탱크와 30t급 액체엔진, 75t급 액체엔진 등의 선행연구를 수행함으로써 발사체 기술 자립을 한층 앞당겼다는 평가다.이 같은 기술적 성과는 전략적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국내적으로는 선진 우주개발국들이 기술이전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관련 첨단 기술을 관련 산업계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국제적으로는 발사체 개발을 통해 우리의 우주개발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음으로써 국제적으로 공동 연구개발사업의 참여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우주개발이 국가의 총체적인 과학기술력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우주에 대한 관심을 한층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산업연구원(KIET)은 18일 '나로호 발사의 경제적 효과' 분석보고서를 통해 나로호 개발 및 시설 건설과정에서 유발된 생산효과와 발사 성공으로 예상되는 홍보 효과 및 국가 이미지 제고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 등을 모두 합하면 그 가치가 1조7천588억~2조3천44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발사체 개발에 지출한 5천100억 원 가운데 국내에 투입된 돈은 2천549억 원이고, 이를 통해 3천629억 원어치의 생산이 유발됐으며, 발사장 건설액 중 국내에 투입된 2천600억 원으로 5천330억 원어치의 생산이 늘어났다고 산업연구원측은 분석했다.

또 발사 성공으로 발사체 개발에 따른 원산지 효과와 해외 수요자들의 신인도 제고에 따른 제조업 전반의 수출증가 효과는 8천154억~1조3천591억 원, 홍보효과는 475억~875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분석됐다.

그동안 나로호 전체 조립과 시험은 대한항공이 맡았다. 2단 로켓에 사용되는 고체연료 로켓 개발은 한화가 맡았다. 현대중공업은 나로호 발사대 시스템 개발을 담당했다. 탑엔지니어링은 나로우주센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발사통제 시스템을 개발했다. 한국화이바는 나로호의 표면 소재인 기체구성 특수소재를 개발했다. 



러시아 태도변화 등으로 6차례 발사 연기 

80년대까지 군용 고체로켓 개발에 주력해왔던 한국은 90년대 들어 민수용 로켓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1996년 당시 과학기술처 주도로 액체로켓 개발이 포함된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기본형인 액체연료 과학로켓(KSR-III)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우주발사체(KSLV-I)를 개발해 2010년까지 100kg급 소형 위성(STSAT-2)을 궤도에 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KSR-III은 2002년 말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그러나 이 계획은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를 발사하면서 전면 수정된다. 예산을 대폭 늘려 KSLV-1 개발을 2005년으로 앞당기고, 2010년에는 1t급 상업용 위성 탑재가 가능한 우주발사체(KSLV-II)를 개발한다는 내용이었다.

2001년 MTCR(미사일기술 통제체제) 가입과 2004년의 한·러 우주기술협력 협정 체결은 개발 방식에도 큰 변화를 주었다. 러시아 흐루니체프사의 대추력 발사체와 기술을 도입, 1단을 만들고, 국내에서 개발한 2단을 얹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미국이 대형 발사체 기술이전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난을 겪고 있던 러시아에 눈을 돌린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 때문에 2005년 발사 계획이 2007년으로 연기되기는 했지만 첨단 기술이 들어간 대추력 발사체와 관련 기술을 염가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발사 계획을 연기하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그러나 기술 도입을 통한 우주발사체 개발에는 각종 제약과 보이지 않는 규제들이 개입한다는 사실이 곧 입증됐다. 2004년부터 양국 기술자들의 시스템 공동설계가 시작됐으나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정(TSA) 체결이 늦어지면서 상세 설계가 지연됐다. 미국의 개입, 그리고 경제 상황이 좋아진 러시아의 소극적 태도가 그 원인이었다.

결국 2006년 TSA가 체결됐고, 발사 계획은 2008년으로 연기됐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 스촨성 지진으로 중국산 부품 수입이 늦어지면서 또 다시 2009년으로 연기됐다. 그리고 2009년 8월 19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국내 최초의 우주로켓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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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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