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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자연은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 교육부 2009. 8. 19. 18:23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후배가 방학을 맞이해 오랜만에 내가 근무하는 수목원을 찾아왔다. 내게는 나를 보러오는 이들은 물론 수목원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장소가 있다. 업무로 바쁨에도 불구하고 없는 여유까지 부려가면서 한 잔의 차를 꼭 대접하고 싶은 그곳은 육림호를 바라볼 수 있는 통나무집이다. 


글 | 이정희 국립수목원 연구사

바쁜 일들을 대충 정리하고 통나무집에 둘이 마주 앉아 오랜만에 이런 저런 대화를 하던 중, 화제는 자연스럽게 수목원에서 기획 전시한 ‘세밀화로 보는 희귀식물전’으로 이어졌는데, 후배는 학교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동네의 뒷동산에 학생들을 데리고 산책하고 있는데 각시붓꽃이 든 종이컵을 들고 오는 젊은 부부를 마주치게 되었다. 그 산에 야생화가 드물다는 사실을 아는 후배는 그 꽃을 학생들과 관찰하고자 어디에 있었는지 물었더니 “저희들이 캐서 더 이상 없어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 부부를 지나치면서, 각시붓꽃의 희소가치를 알기에 속으로는 ‘들고 있는 종이컵을 빼앗아 다시 심어 놓을까’ 잠시 고민했다고 한다. 후배와 나는 공통의 생각으로 한참 동안 보지도 못했던 무책임한 젊은 부부와 같은 부류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자연 속에 있어야 할 물건을 자신의 공간으로 옮겨와 그 느낌을 더 오랫동안 간직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성토하며 대화를 이어 갔다. 도시와 인접한 이 산에 야생화가 많았던 것도 아니고, 하나 남은 꽃마저 가져오고 싶었을까? 사람들이 꽃을 보는 순간 저지르는 이러한 행동들이 우리 주변에서 아름다운 식물들을 사라지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Rose 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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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생활 문화의 다양성이 나타나면서 그동안 문명의 편리함 때문에 잠시 멀어지던 자연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사람들이 자연으로 돌아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지만, 반면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들로 나아가 자연을 즐기는 사이, 원하지 않은 부작용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몇 해 전인가 영월을 중심으로 동강할미꽃을 조사할 기회가 있어 몇 곳을 조사하는 과정에 안타까운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우리들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의 동강할미꽃들은 파스텔톤의 청보라색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으나, 인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의 동강할미꽃은 꺾어진 꽃대의 흔적만 있는 것이 아닌가? 이곳저곳 주변을 모두 둘러보아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주변 경치와 잘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꽃을 혼자만의 이미지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기회조차 없애버리고 마는 것이다. 

 

또, 몇 년 전에 식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이른 봄 볼 수 있는 식물을 관찰하기 위해서 서울 근교의 광덕산을 찾았을 때다. 인도에서 조금 벗어나 계곡을 따라 걸으면서 따스한 햇살에 몸을 맡긴 분홍색의 엘레지, 노란색의 피나물, 보라색의 미치광이풀, 하얀색의 모데미풀, 부드러운 인디고 꽃 색의 현호(玄胡索) 그리고 속삭이는 듯 돋아나오는 엷은 녹색의 나뭇잎과 아직은 더 따뜻한 날을 기다리는 앙상한 가지들이 물소리에 맞추어 바람결에 춤추는 듯한 봄의 향연에 버려진 식물이 있었으니….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박새’라는 식물로 뿌리를 지표면에 드러낸 채 버려져 있었다. 이는 산속에서 자라는 산나물이 몸에 좋다하여 물불 가리지 않고 남획하는 아마추어 나물꾼이 박새를 봄나물인줄 알고 채취하였다가 누군가 배탈을 야기하는 독초임을 알려주어 그냥 버렸음에 틀림없으리라.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내가 먹고, 내가 보고, 내가 원하는 바를 취하면 된다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생명을 경시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식물체의 일생 중 ‘꽃은 왜 피어날까?’ 하는 생명체의 존재의 이유를 한 번쯤 생각해 보았다면 내가 원하는 바를 얻었다고 쉽게 꺾지 못하리라.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많은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어 각국에서는 이에 대한 경종을 알리고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희귀식물 목록집’을 만들고 있으며, 생물들이 사라지는 여러 가지 주요한 요인 중 인간의 채취활동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제는 자연을 접하는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식용, 약용, 관상용 등의 자원의 가치가 있는 식물들은 산과 들에서 직접 채취하기보다는 재배하고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판로를 마련하여 국민 누구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또한, 새로운 자원을 홍보할 때는 그 자원을 구할 수 있는 경로까지 책임지는 홍보가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식물을 접한 이후 국가 아니 지역주민들이 뜻을 모아 꼭 해주었으면 하는 커다란 바람이 있다. 즉, 국민 모두가 ‘나 하나쯤’하는 마음으로 산에서 식물체를 채취하는 행동이 그 개체가 사라질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결과는 생태계에도 영향을 주어 우리 후손들은 우리가 누렸던 자연을 접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홍보 또는 교육할 수 있는 소규모의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광덕산 같이 식물상이 훌륭한 곳 입구에 주변 경관에 거스르지 않는 소박하고 작은 공간의 방문자 센터를 만들어 광덕산의 지질, 식생, 이 지역의 생태계를 왜 보존해야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를 접한 후 광덕산의 생태계를 만나면 숲길을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거닐게 되고 만나는 생명체에게서 더 많은 감동을 받게 되어 숲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환경은 우리가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자연을 더 넓고 깊게 많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인간도 생태계의 일부분으로 생태계의 평형에 일부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살아 있는 생명의 느낌, 자연의 느낌을 경험하는 것인데, 레이첼 카슨의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에서 언급하였듯이 ‘어린이에게나 어린이를 인도해야할 어른에게나 자연을 아는 것은 자연을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하지 않다’라고 했던 것처럼 알고, 보존하는 것 이전에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 즐거움, 행복, 편안함 등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렇다.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듯이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가까이서 자주 마주하여 자연과 가까워지면 자연을 좋아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다. 자주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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