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식 블로그

2019년. 복제인간은 인간인가, 제품인가?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2019년. 복제인간은 인간인가, 제품인가?

대한민국 교육부 2009. 8. 31. 09:48
불멸의 생명, 영생을 바라는 인류의 바람은 그 역사가 깊다. 선사시대부터 최고 권좌에 있던 권력자들은 영원한 생명을 바라며 다양한 방식으로 영생을 시도했다. 무모해 보이는 이런 도전은 기실 죽음에 대해 합리적인 원인을 몰랐기 때문이다. 

죽음은 출생만큼이나 신비롭다. 멀쩡할 줄 알았던 사람이 갑자기 숨을 쉬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데다, 천천히 부패돼 앙상한 뼈로 남아 버리는 현상에 대해 ‘왜 그런가’라는 원인분석이나 ‘왜 그래야 하는가’라는 정당성을 부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현상을 겪으면 영원히 ‘죽는다’, ‘사라진다’는 것을 알아챈 인류는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은 연구를 다해왔다. 아마 초기 의학의 목표 역시 죽음을 피하는 법이었을 테다. 현대과학도 생물이 죽는 원인들은 다양하게 밝혔지만, 죽음이 왜 있어야 하는지는 결론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이것은 신의 영역으로 떠넘겨졌다. 

당연히 죽음이 있으니 그 죽음을 극복할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도전의식이 생기기 마련이다. 대체로 불로장생은 노화나 죽음의 현상을 분석해 그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연구돼왔다. 죽어가는 세포를 되살리거나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이는 장기를 대체하는 방식 등이 과학적인 불로장생의 방법이 되고 있다. 

인체를 구성하는 부분을 대체해 전체 생명이 순환되도록 해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다. 노화나 질병 등으로 손상된 장기가 스스로 재생되지 않을 경우, 이것이 원인이 돼 생물이 죽는다는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인공장기나 다른 사람의 장기, 혹은 대체 장기를 이식해 생명을 연장해왔다. 



대체할 장기를 구하는 방법들

의학이 발달하면서 장기이식 기술은 날로 진보했다. 적당한 대체장기가 있다면 인체의 거의 대부분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올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있다. 대체할 장기를 어떻게 구하느냐라든지 어떻게 만드느냐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인공장기의 대표적인 것이 인공심장이다. 혈액을 순환시키는 펌프의 역할을 기계에 의존하는 것인데, 가장 큰 문제로는 배터리와 충전의 문제가 있다. 심장이나 혈관 등 비교적 물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인공장기는 유용하지만, 생리화학적인 역할을 하는 장기를 인공으로 만드는 것은 아직 어렵다. 

인간의 장기만큼 효과적인 역할을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극복하고자 다른 생물에게서 이식할 장기를 얻으려 했다. 가장 효과적인 이식 장기는 물론 인간의 장기다. 그러나 이는 윤리적인 문제와 함께 자원이 한정된다는 문제가 있다. 누군가의 생명연장을 위해 다른 누군가가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인간과 가장 유사한 크기와 역할을 하는 돼지의 장기에 눈을 돌렸다. 돼지는 인간의 크기만큼 성장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아 적절한 장기 보급책이 될 수 있다. 동물보호론자들은 반대할 수 있는 주장이겠지만, 인간을 위해 돼지를 죽이는 것은 인간중심의 윤리체계상 용인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종간 장기이식(Xenotransplantation)에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데, 바로 동물과 인간의 면역체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면역체계 문제를 극복하지 않고 이종간 장기를 이식하면 장기가 역할을 수행하기 전에 인간은 면역이상으로 죽는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인간의 유전형질을 지닌 녹-아웃 피그 등을 개발했고, 머지않은 미래에 돼지의 장기를 통해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는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복제인간에서 얻은 완벽한 대체장기

영화 <아일랜드(Island, 2005)>는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인 2019년을 배경으로 한다. 이식용 장기를 생산하는 생명공학업체는 이식할 장기를 구하지 못한 고객들을 모아 각 고객들의 복제인간, 클론을 만든다. 

고객들의 DNA를 스캔해 만든 클론은 빠른 시간 내에 고객들과 같은 크기의 성인으로 성장한 뒤, 이식할 장기를 내어주고 살해 ‘당한다’. 필요한 장기만을 생물학적으로 분화시키지 않고 완성된 인간의 형태로 키워 여러 필요한 장기를 동시에 얻겠다는 심산이다. 

영화에서 생명공학업체는 양수 같은 물 속에서 생명체를 분화시킨다. 성체가 될 때까지 인공자궁에서 급속히 성장시키는 것이다. 성장이 어느 정도 되면 영상자료 등을 통해 빠르게 기억을 주입시킨다. ‘원본’ 인간의 기억을 가지고 있어야 그에 유사한 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수면 상태에서 깨어난 복제인간들은 적절한 운동과 최소한의 교육, 건강 유지를 위한 음식물을 섭취하면서 안정된 생활을 유지한다. ‘원본’에게 맞춰 장기가 적절하게 자라면 그 시간에 맞춰 아무것도 모른 채 수술실로 이끌려 가게 된다. 만약 환자와 같은 유전자로 만든 복제인간이 있다면 이보다 –면역거부반응이 없고 이식할 장기의 크기가 적당한—적합한 장기 이식대상은 없다.



복제인간은 인간인가, 제품인가

영화가 보여주는 이 같은 과정은 장기이식이라고 하지만 사실 ‘자신’의 몸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몸으로 장기를 옮기는 것과 진배 없다. 그래서 이식 이후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이나 부작용이 거의 없고 수술상처가 아무는 순간부터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생명공학업체는 복제인간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인간을 위한 제품으로 본다. 

 

▲ 복제되는 '제품'들 ⓒIsland_2005



복제인간이라는 개념이 복제장기와 다른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완벽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복제대상 인간의 장기 일부를 떼어내어 그 세포를 장기로 분화시킨 뒤, 이를 복제대상에 이식하는 것이라면 생명체를 죽인다는 윤리적인 문제로 볼 수 없다. 분화된 장기를 덜어 사용하면서 죽는 생명체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형질을 가진 돼지를 장기이식을 위해 죽이는 것 이상으로 복제된 인간을 그 같이 취급하는 것은 분명 논란의 소지가 있다. 수정된 난자를 인간으로 볼 수 있는지, 어느 정도 분화가 돼야 인간으로 볼 수 있는지도 첨예한 문제가 되는 마당에 완벽한 인간의 모습 –인간으로서, 인간성을 지닌 생명체—을 가진 생명체를 사용성(합리성)을 우선에 두고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영화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전적으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복제된 제품이라 해도 이미 인간으로서의 구성을 맞췄을 경우, 이를 인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영화가 제시한 2019년이 된다고 가정하면, 줄기세포 등을 이용한 인간의 복제 장기를 생산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굳이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한 복제인간을 장기이식을 위해 만들 필요성은 거의 없다. 장기이식에 사용하고 남은 사체가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영화의 설정은 과학의 발달상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복제된 아인슈타인은 한국에서 적응가능할까

복제인간은 그러나 다른 의미에서 생산가치가 있다. 이미 ‘원본’이 죽어버린 상태에서 이를 되살리기 위한 목적 등이라면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학의 난제를 남겨둔 오일러를 되살린다거나, 중단된 연구를 지속시켜 줄 또 한 명의 아인슈타인, 천재적인 화가 고흐 등 그가 아니면 안될 수많은 위인들을 되살려 그들에게서 수없이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의 천재들을 되살리는 것이 현재 잠재가치가 있는 천재들을 육성하는 것보다 의미가 있느냐는 반문과는 다른 의미다.

이미 인간 복제 기술의 발달을 염두에 두고, 인류는 몇몇 중요인사에 대한 유전자 및 유해의 일부를 냉동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난치병을 지닌 사람들은 미래 새로운 치료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냉동 미라 상태로 보관되길 자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영생을 위한 온갖 연구들은 계속되고 있지만, 동물복제에서와 같이 자식세대에서 시작하는 복제는 별 의미가 없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후천적으로 얻는 정보, 지식, 경험 등이 더 크게 개인을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인슈타인이 현 세대에 다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다면 외국어 성적이 떨어져 고등 물리학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은 너무나도 농후하다. 



바퀴의 시대를 넘어서려면

<아일랜드>는 생명복제 외에도 여러 미래기술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액션 영화의 특성을 드러내듯 다종한 미래 교통수단을 잘 보여주는데, 특징은 바퀴가 없는 이동수단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자기부상열차나 와이어 전철, 제트엔진을 장착한 오토바이 등이 그것이다. 


▲ 미래사회는 바퀴가 없는 시대일까. 도심을 가르는 와이어 열차 ⓒIsland_2005

 

바퀴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 가운데 하나다. 이동수단의 중량을 회전하는 몇 개의 지점으로 분산시키는 것이다. 회전하는 바퀴의 한 점에 마찰이 집중돼 그만큼 마찰면이 줄어드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바퀴가 없는 이동수단을 고안하는 것 역시 마찰력을 줄이거나, 또는 마찰력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게 관건이다. 

자기부상열차는 같은 극의 자기력이 서로 밀어내는 성질을 이용한다. 철로가 한 쪽 극을 유지하고 차량이 같은 극을 가지도록 해 차량을 공중으로 부양시킨다는 것이다. 공중에 뜬 차량은 지면과의 마찰력이 없어져 작은 추진력만으로도 빠른 속력을 낼 수 있다. 

자기부상열차와 더불어 주목을 받는 건 ‘상온 초전도체’다. 도체의 저항은 온도와 비례하는데, 수은의 경우 절대온도 4.2K(영하 268.8도씨)로 온도가 떨어지면 전기저항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초전도현상(superconductivity)라고 한다. 

초전도현상이 일어나면 초전도체 내부에 자기장이 들어가지 못하고, 내부에 있던 자기장도 밖으로 밀려나온다. 이를 이용하면 초전도체는 자석 위에서 떠오르는 자기부상현상을 나타낸다.
 
그러나 초전도현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극저온 상태가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초전도체를 이용한 자기부상열차를 만들긴 어렵다. 자기부상을 통해 얻는 이득보다 열차를 극저온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더 들기 때문이다. 대신 상온 정도의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도 초전도현상이 일어나는 물질을 찾아내게 된다면 자기부상열차는 교통의 신기원을 열게 될 것으로 보이다. 

제트엔진을 이용해 지표면에 가까운 하늘을 날아다니는 개인용 교통수단은 언제나 과학영화의 주요 소재가 돼 왔다. 소형 제트엔진을 단 자동차 등은 만들어진 바 있지만, 이는 지면에서 더욱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공중에서 사실상 날아다니는 개인교통수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절한 방식의 제어기술이 필요하다. 


▲ 제트엔진을 장착해 지면에 뜬채 달리는 오토바이 ⓒIsland_2005

 

오토바이가 로켓처럼 좁은 주행 반경을 가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표면에서 일정 높이 이상으로 뜨기 위해서는 중력을 거스를 수 있는 별도의 추진체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로 작은 오토바이 한 대에 그만한 추진력을 가진 엔진과 이를 구동할 연료를 담을 공간은 없다. 액체로켓처럼 연료 무게가 오히려 엔진 출력을 깎아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만나면, 컴퓨터를 죽여라'

영화 <아일랜드>에는 전자테이블이 등장한다. 이 테이블은 화면출력과 입력이 동시에 일어나는데, 마치 테블릿PC와 유사한 형태로 보인다. 사용자는 피라밋처럼 생긴 유리덩이로 전체 테이블을 관리한다. 정보 창을 열어 손가락으로 튕겨주면 이를 받은 다른 사람이 정보를 기입하거나 관리할 수 있다. 화면 위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면 이는 곧바로 데이터가 된다. 

전자테이블에 대한 연구는 이미 상용화의 단계에까지 올라서 있다. 다만 보다 넓은 화면에서도 –테이블로 쓰일 만큼—강도가 높은 테블릿 소재가 필요할 뿐이다. 

이런 테이블이 널리 쓰이게 된다면, 컴퓨팅의 양상은 대단히 크게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디스플레이를 세울 필요가 없으며, 마우스나 키보드 등은 귀찮은 것이 되어 버린다. 컴퓨터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숨어버리고, 사람들은 테이블 위에서 모든 컴퓨팅 작업을 해버릴 수 있다. 사실상 컴퓨터라고 지목할 수 있는 존재가 사라지니, 컴퓨터 개발 이전과 같이 사람들은 책상 위에서 모든 일을 해결해 컴퓨터를 잊게 된다. 



24시간 당신의 건강을 지켜보는 집

복제인간을 관리하기 위해 생명공학업체가 만든 시설물들은 방에서 지내는 사람들과 24시간 정보를 주고 받는다. 침대에서 깨면 천정에 달린 LED화면이 수면상태를 알려준다. 깊은 수면에 들었는지, 뇌파는 안정적인지 등을 점검해 막 깨어난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변기는 소변 등을 분석해 체내의 미네랄량 등을 알려줘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먹지 말아야 할지를 정해 준다. 


▲ 잠에서 깨면 수면상태를 알려주는 홈오토메이션 ⓒIsland_2005

 

건강을 중심에둔 이런 스마트 홈 시스템은 주치의처럼 끊임없이 사용자에게 사용자의 몸 상태를 알려준다. 건강에 극도로 민감한 사람에게는 환영할 만한 시스템이겠지만, 잠시라도 건강에 대한 근심을 잊고 ‘건강보다 조용히 지내고 싶은’ 사람에게 이런 집은 곤혹스러울 듯하다. 


The Island | Directed by Michael Bay | Written by Caspian Tredwell-Owen, Alex Kurtzman, Roberto Orci | Running time 127 min. | 2005<<


<<< ⓒ한국과학창의재단 http://www.sciencetimes.co.kr/
박상주 객원기자 | utopiapeople@naver.com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