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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번개를 기다림 / 김기택 본문
눈을 어둠으로 가득 채우고
해골처럼 어둠이 눈이 되도록 채우고
끝없는 어둠의 크기가 다 보이도록 별 없는 밤하늘을 바라본다
하늘나무
구름 속에서 태어난다는
땅과 하늘을 이을 만큼 커다랗다는
하늘에 뿌리박고 땅을 향해 거꾸로 자란다는
어둠을 쪼개서 그 벌어진 틈으로만 자란다는
허공에 뻗어 있는 무수한 핏줄을 찾아 그 속으로만 가지를 뻗는다는
온몸이 희디흰 빛으로만 되어 있다는
제 안에 넘치는 빛을 어쩌지 못해 나무나 사람을 태워 죽이기도 한다는
그러나 눈 깜짝할 새보다 더 짧게 살다 간다는
죽으면 땅에 묻히지만 흔적은 전혀 남기지 않는다는
그 하늘나무
온몸이 어둠이라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암쿠름과 수쿠름은 몸이 달아 자꾸 으르렁거리는데
땅과 어둠은 서로 으스러지도록 꽉 껴안고 들썩거리는데
암우주와 수우주는 서로 꼬리를 물고 돌며 똬리를 틀고 있는데
내 몸은 우주를 체험해 본 적이 없다. 우주의 시선으로 보면 한갓 먼지에 불과한 지구, 그 지구 안에서도 먼지에 불과한 내 몸이 어떻게 무한한 우주를 몸으로 느낄 수 있겠는가. 우주의 끝, 그 공간의 무한을 나는 상상할 수 없다. 상상하면 그 어마어마한 크기와 속도에 압도되어 금방 어지러워진다.
내 시는 내 몸이 체험한 것을 쓸 때 힘을 얻는다. 체험하지 않은 것은 시가 되기엔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결국 내 내면이 갈구하는 것은 아무것도 채워 주지 못한다. 우주나 신, 영원 같은 것이 그렇다. 지구라는 먼지 속에서 먼지로 기생하는 내가 어떻게 우주를 체험적으로 그릴 수 있을까?
먼지 속의 먼지인 내가 보기에 우주는 곧 하늘이며, 구름 바깥에 있는 것은 모두 하늘이다. 그리하여 내가 직접 몸으로 느껴 본 하늘은 기껏해야 비이거나 눈이거나 천둥 번개다. 우주의 시선으로 보면 번개는 아무리 커 봤자 솜털도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콩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 잭처럼 번개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가 그 바깥의 더 큰 하늘을 상상력의 더듬이로 기웃거려 보는 것이리라.
김기택 1957년 생.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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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IYA2009 한국조직위원회 문화분과 위원장)
토성의 위성 중에 타이탄이 있다. 원시지구의 대기를 꼭 닮아서 생명 탄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고 있는 천체이다. 원시지구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 곳에서 생명이 탄생한다면, 그 신호탄은 번개일 것이다. 대기가 형성되었고 이제 곧 비가 내리고 바다가 생겨나고 ... 생명이 태동할 것임을 알리는 첫 외침이 바로 번개일테니까.
어느 날, 태양계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이 시인에게 타이탄 행 우주선 티켓 한장을 선물하고 싶다. 그가 그 곳에서 또 다시 번개를 기다리는 벅찬 순간을 체험하고 '번개를 기다림 II'를 써내어 우주시인으로 등단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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