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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성범죄자들에게 사용한다는 화학적 거세란?

대한민국 교육부 2009. 10. 29. 13:45
최근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언론 보도로 온 나라가 들썩거렸습니다. 되돌아보면 매년 아동 성범죄가 보도될 때마다 같은 논의들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전자 팔찌를 이용해 위치를 추적하고 인터넷을 통해 범죄자의 거주지를 알 수 있게 하자는 주장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것이 화학적 거세 이야기입니다.

중세에 이뤄진 거세


거세라고 하면 생식에 필요한 장기(생식기)를 잘라 생식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남성의 경우에는 고환을 제거하는 수술이 거세술입니다. 고대나 중세에는 형벌로 실시되기도 했지만 근래에는 벌로 존재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내시, 환관들이 이런 거세술을 받은 남성들인데 어렸을 때 거세를 받게 되면 남성의 특징이 발현되지 않고 생식뿐 아니라 성행위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최근에는 육체적으로는 남성이지만 본인은 여성으로 정체성을 가지고 사는 트렌스젠더 중에 일부가 이런 거세 수술을 받습니다. 이런 이유보다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고환을 절제하는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고환 자체에 암이 발생한 경우고 또 다른 경우는 전립선 암을 치료하기 위해서 고환을 절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소적으로 존재하는 전립선 암은 전립선 전부를 절제해내는 수술을 합니다만 진행된 전립선 암은 수술로 완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절제가 어려운 전립선 암들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전립선 암을 빠르게 자라게 하는 남성호르몬을 차단하는 것, 즉 남성호르몬을 분비하는 고환을 절제하는 것이죠.


   거세를 대체할 수 있는 약물 개발 
 

시상하부 - 뇌하수체 - 고환 축

최근에는 모든 진행된 전립선 암 치료에 거세 수술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 거세를 대체할 수 있는 약물들이 개발되었기 때문입니다. 고환은 뇌로부터 남성호르몬 생성량을 조절받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는 되먹임(feedback)을 받는 것인데요, 남성 호르몬 양이 부족하면 그 시상하부(hypothalamus)의 황체유리호르몬(LHRH)이 증가해 뇌하수체(pituitary gland)에서 황체호르몬(LH)을 분비하게 하고 이 결과 고환에서 남성호르몬(testosterone)분비가 증가되는 것입니다. (그림 참조) 약물로 이 과정을 차단하면 남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수술로 거세를 한 것과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이죠. 이를 화학적 거세라고 부릅니다.
 
화학적 거세에 사용하는 약물은 상당히 다양합니다. 위 그림에 나오는 축에서 어디를 차단하느냐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는 것이죠. 

대표적인 것으로는 황체유리호르몬 촉진체(LHRH agonist)가 있습니다. 촉진제니까 결과적으로 남성호르몬 분비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약물은 뇌하수체의 황체유리호르몬 수용체(LHRH receptor)를 변형시켜 결국 황체호르몬(LH) 분비를 저하시킵니다. 약물 복용 후 2주 이내에 고환을 절제한 것과 같이 남성 호르몬 수치가 떨어집니다. LHRH제재는 경구 복용은 어렵고 매달 1회 또는 3달에 1회씩 피하주사를 놓는 것으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에스트로겐(estrogen)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는 황체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해 결과적으로 남성호르몬 분비를 감소시키는 것입니다. 가장 많이 쓰는 제제는 DES(diethylstilbestrol)이며 3-5mg을 매일 투약하면 수술적 거세 수준으로 남성 호르몬 수치가 떨어집니다. 그 외에 항남성호르몬제제(antiandrogen) 약물도 있고 무좀 치료제 또는 항진균 치료제로 알려진 ketoconazole과 같은 제품도 화학적 거세에 쓰입니다.

전립선 암에 화학적 거세를 하는 것은 전림선 암 치료를 위해하는 것이고 성기능 장애는 원치 않는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부작용을 활용해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자는 주장이 나오는 형국입니다만,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봐야합니다.


   약물로 완벽한 성기능 상실이 가능한가?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학적 거세에 사용하는 약물로 완벽한 성기능 상실을 유발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화학적 거세 역시 물리적 거세와 마찬가지의 결과가 기대되는데 즉, 성범죄자들의 성욕을 감퇴시킬 수는 있지만 성기능을 마비시키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황체유리호르몬 촉진체 제품

 
또 다른 문제로 약물에 의한 부작용을 생각해야합니다. 남성에게도 여성형 유방이 생기고, 얼굴 홍조, 피로감, 체중 증가, 골밀도 감소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성 범죄자들에게 화학적 거세를 하자는 배경에는 물리적 거세와 달리 약물을 중단시키면 다시 남성 호르몬이 분비되는 가역적 변화기 때문에 덜 잔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을 감수하고도 화학적 거세를 해야하는가는 윤리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화학적 거세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있습니다. 저렴한 약물들도 있으나 이들 제품은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해야합니다. 황체유리호르몬 촉진체(LHRH agonist)의 경우 한번 피하주사로 1개월 또는 용량에 따라 3개월까지 지속 가능하고 먹는 약물과 같이 다시 토해내기 어렵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매우 고가 호르몬제란 문제가 있습니다. 1회 투약에 20만원 이상의 약값이 들어가는데 이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 1년이면 200-300만원이고 10년이면 2000-3000만원이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약만 투약하고 끝낼 수 없고 주기적으로 호르몬 검사를 채혈을 통해 실시해야 하는 면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성 피임제인 Depo-Provera라는 호르몬 제품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제품은 가임기 여성이 피임을 원할 때 1회 주사로 3개월간 피임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인데, 이를 남성에게 주사했을 때 화학적 거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자료도 있습니다. 학자마다 이 휴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고 약품 개발 자체가 남성에게 사용되도록 허가 되지 않았습니다만 앞으로 연구가 계속되면 비용도 저렴하고 안전한 약물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징벌인가, 잘못된 성적 환상의 치료인가?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런 화학적 거세를 징벌적인 차원에서 시행하느냐, 아니면 아동 성도착증을 가진 정신 질환자에게 잘못된 성적 환상을 치료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지금 국민적, 정치적 정서는 징벌적인 의미로 거세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수술적인 거세는 되돌릴 수 없으니까 충분한 반성의 시간을 가질 때까지 화학적 거세를 하자는 이야기를 합니다. 

징벌적인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의 문제는 이런 성 범죄자들이 반성하기보다 오히려 반감으로 재범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습니다. 성인에게 수술적 거세를 시행하거나 화학적 거세를 하더라도 성행위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점도 유의해야합니다. 때문에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더라도 범죄자를 설득해 동의를 구한 뒤에 잘못된 성적 환상과 욕구를 잠재우는데 치료적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이와 같은 처치가 가져올 수 있는 육체적, 사회적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해 볼 문제가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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