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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느릿느릿 달팽이처럼 사는 마을 본문
느릿느릿 달팽이처럼
사는 마을
■ 슬로시티의 발상지, 오르비에토
▲ 오르비에토의 위치와 전경 (출처:에듀넷)
이탈이아 로마에서 피렌체를 향해 100㎞쯤 가면 나지막한 산과 구릉 사이에 자리 잡은 오르비에토 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오르비에토는 이탈리아산 백포도주 ‘오르비에토’로 유명한 작은 도시로 전체 주민은 2만여 명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요. 하지만 1년에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200만 명에 달한다고 해요. 어떻게 이렇게 작은 도시가 관광 도시가 될 수 있었을까요?
이 작은 도시는 주문하면 즉시 완성되어 나오는 식품들을 일컫는 ‘패스트푸드’의 반대말인 ‘슬로푸드’ 운동이 처음 생겨난 곳입니다. 슬로푸드 운동의 발상지답게 오르비에토에는 대형마트와 즉석 식품을 판매하는 패스트푸드점이 전혀 없습니다. 대신에 자그마한 상점에서 깨끗하고 신선한 먹을거리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또 소상인들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부동산을 사고 팔수 없도록 함으로써 지역의 상공인이 대를 이어가며 가업을 이을 수 있다고 해요. 이러한 것들은 지역 경제로 고스란히 환원되어 지역 주민들의 삶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슬로푸드의 이념과 철학은 도시를 바꾸었어요. ‘잘 그리고 천천히’ 먹으려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없어야 하는 법이죠. 그래서 오르비에토는 자동차와의 전쟁을 시작했어요. 대기오염과 소음공해를 줄이기 위해 마을 광장은 차량의 통행을 금지시키고 대신 마을 밖에 주차장을 만들고 방문객이 차를 두고 시내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주차장이 될 운명이었던 피아차 델 포폴로 광장에는 마을장이 들어섰고 사람들은 이곳을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고 우정을 나누고 사랑에 빠지는 공간’이라 설명하고 있어요.
이에 그치지 않고 오르비에토는 슬로푸드 운동을 확대시켜 1999년 이탈리아의 다른 세 도시와 함께 세계 최초로 ‘치타슬로(cittaslow)’ 운동을 시작했어요. 치타슬로는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이를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슬로시티가 됩니다. 이 운동은 기본적으로 ‘느리게 살자’는 뜻을 담고 있어요. 빠른 속도와 생산성만을 강요하는 빠른 사회, 즉 ‘빨리 그리고 많이’에서 벗어나 자연·환경·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여유 있고 즐겁게 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어요. 이와 더불어 지역의 전통을 보존하고 지역의 주민이 중심이 되며 생태적으로 건전한, 이른바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있어요.
슬로시티는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를 보존함으로써 지역을 매력적인 장소로 만들려는 운동입니다. 그래서 지역에서 만들어진 생산품을 이용하여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한 방문객의 증가로 지역 주민들이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슬로시티 운동은 자연스럽게 관광 산업으로 연결되어 지역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지키면서 관광객도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됩니다.
■ 슬로시티 국제 연맹 로고에 담긴 뜻
▲ 슬로시티 국제 연맹 로고 (출처:에듀넷)
한 생태계에서 '느림'을 자기의 생존방식으로 삼아 3만 종 넘게 분화하며 살아남은 진화의 결정체, 고등동물이에요. 달팽이는 자기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해주는 제비꽃은 절대 뜯어먹지 않고 시든 채소나 죽은 생명체를 먹어 생태계를 연결해주는 사려 깊은 생명체이기도 해요.
달팽이의 등딱지에는 심장 같은 주요 장기가 들어 있어 그 껍데기가 없으면 죽게 됩니다. 슬로시티 국제 연맹의 로고가 마을을 등에 업고 있는 달팽이 모습인 이유도 만약 마을이란 공동체가 없으면 마치 달팽이의 등딱지 운명처럼 사람도 살지 못한다는 원리를 담았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슬로시티의 정신은 슬로시티 선언에서도 파악할 수 있어요.
■ 슬로시티 선언
우리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흥미를 갖는 도시, 훌륭한 극장, 가게, 카페, 여관, 사적, 그리고 풍광이 훼손되지 않는 도시, 전통 장인의 기술이 살아 있고 현지의 제철 농산물을 활용할 수 있는 도시, 건강한 음식, 건강한 생활, 즐거운 삶이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도시를 추구한다.
■ 우리 지역도 슬로시티가 될 수 있을까?
오늘날 세계의 많은 도시가 슬로시티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한다고 해서 모든 도시가 슬로시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슬로시티 국제 연맹은 학자들의 연구와 사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슬로시티 인구는 5만을 넘으면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 부산과 같은 대도시는 슬로시티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도시 안의 구(區)나 동(洞)차원에서 각각 슬로시티의 전략을 도입할 수는 있습니다.
현재 슬로시티에 가입할 수 있는 조건은 인구가 5만 명 이하, 도시와 주변 환경을 고려한 환경정책 실시, 유기농 식품의 생산과 소비, 전통 음식과 문화 보존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구체적 사항으로 친환경적 에너지 개발, 차량 통행 제한 및 자전거 이용, 경적 등 소음 줄이기, 나무 심기, 패스트푸드 추방, 문화유산 지키기 등을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슬로시티는 아시아 최초로 지정된 전남 4개 지역(담양군 창평면 삼지천 마을, 장흥군 유치면,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을 포함하여 경남 하동군 악양면(차 재배지로서 세계 최초), 충남 예산군 대흥면, 전주 한옥마을, 남양주시 조안면, 청송군 부동ㆍ파천면, 상주시 함창ㆍ이안ㆍ공검면,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충북 제천시 수산면 등 12곳이 있어요.
▲ 우리나라의 슬로 시티 (출처:에듀넷)
▲ 청산도 슬로길 (출처:에듀넷)
[자료출처: 에듀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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