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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21C '꿈의 종이' 숲이 아닌 바다에서 만든다

대한민국 교육부 2010. 1. 25. 10:32
앞으로는 종이의 원료가 되는 펄프를 만들기 위해 ‘숲’이 아닌 ‘바다’로 가야할 것 같다. 바다 속 숲을 이루고 있는 홍조류가 21세기 에 종이 역사를 새로 쓸 ‘바다펄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혁명 시대에 ‘종이혁명’을 꿈꾸고, 그 꿈을 서서히 현실화하고 있는 홍조류 종이 연구의 현장을 찾았다.

우연히 발견한 곰팡이가 전 세계 사람들을 병원균으로부터 지켜준 ‘페니실린’으로 탄생했듯, 2000년 종이역사에 도전장을 낸 ‘홍조류 종이’의 발견도 우연에서 시작됐다.  

부쩍 늘어난 체중을 줄이기 위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알려진 한천(우뭇가사리)을 즐겨 먹던 유학철 (주)페가서스 인터내셔널 이사(현재 세계 최초 홍조류 종이 개발 기업)가 우연히 바닥에 떨어져 말라버린 한천이 투명한 종이같이 변한 모습을 발견한 것. 

유 이사는 수소문 끝에, 제지공학을 전공하고 펄프종이공학회장인 서염범 교수(충남대 환경임산자원학부)를 찾았고, 우뭇가사리 추출물이 말라 종이가 된다는 데 특허까지 내게 됐다. 당시 서 교수는 목재를 베어 만드는 천연펄프를 대신할만한 재생펄프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던 찰나였다.

그 후 서 교수의 연구는 계속됐고, 추출물뿐 아니라, 홍조류에 ‘엔도파이버(Endofiber)’라는 끈끈한 섬유가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발견하면서 2004년 본격적인 홍조류 종이 연구가 시작됐다. 이 섬유질은 한천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제까지는 버려왔던 재료를 이용해 종이를 만들고 바이오에너지까지 만들 수 있게 됐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섬유질로 홍조류 1kg에서 A4용지 40장과 더불어 230cc 이상의 바이오에탄올을 얻을 수 있다. 

충남대학교 연구원들이 양식 중인 홍조류를 점검하고 있다.


홍조류를 이용해 종이 제작에 나선 (주)페가서스 인터내셔널은 현재 세계 45개국 특허출원을 마치고, 밀양 소재 공장에서 시험생산 중이다. 2015년 상용화를 예상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펄프의 15% 가량은 거뜬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조류 종이, 목재펄프 공정의 1/3
 

펄프 생산을 위해 매일 축구장 크기의 숲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홍조류로 종이를 만들면 바다환경까지 훼손하는 건 아닌지 우려도 되지만 우뭇가사리의 경우, 하루에 자기 몸의 7%까지도 자랄 만큼 성장속도가 빠르고 최근에는 양식을 통해 두 달 새 4배로 성장하는 홍조류를 개발하는 등 수급이나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안성맞춤이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 면적 정도의 바다에서 생산되는 홍조류로 전 세계 펄프공급이 가능한 일”이라며 “홍조류에서 펄프를 추출하는 공정도 목재펄프를 만들 때의 1/3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홍조류 종이를 만들 때에는 펄프제조 공정에서 종이를 희게 만드는 형광계 표백제나 목재의 리그닌을 녹여내는 과정도 불필요하다. 그만큼 환경적인 부하가 없다는 의미다. 

삼림 1만 제곱미터에서 4톤의 펄프를 생산했을 때, 홍조류 양식장에서는 16톤의 펄프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도 연구결과로 나왔을 정도다. 

목재종이 백상지 150배 확대

홍조류 종이 150배 확대



하지만 이러한 연구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한 건 아니었다. 연구 초반, 서 교수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홍조류 종이 연구에 착수했지만 연구비 확보가 쉽지 않았음을 토로한다. 정부프로젝트로 제안했을 때도 그렇고, 다른 기관들 역시 ‘그렇게 좋은 종이라면 선진국에서 이미 만들었겠지’라는 반응이었다. 정부의 지원은 물론 그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는 막막한 상황이었지만 펄프산업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는 국내 몇몇 기업의 지원으로 연구가 재개됐으며, 현재 해외 투자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비목재펄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특허등록을 먼저 해 놓은 터라 연구가 진행되어도 상품화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사전·성경책 만드는 특수종이로 경쟁력
 

홍조류 종이가 산업화된 펄프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게 아닌 만큼 일반 종이에 글을 쓸 때와 똑같은 감촉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목재펄프 이상의 가치와 경쟁력을 가진 점도 있으니, 바로 ‘종이의 불투명도’ 부분. 

사전이나 성경책을 보면, 그 얇은 종이질에 비해 뒷장의 글씨가 잘 비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그 정도를 결정하는 게 바로 종이의 불투명도다. 홍조류 종이를 이용하면, 충전제를 넣는 등 별다른 특수처리를 하지 않고도 불투명도가 높은 종이를 만들 수 있어 제지업자들 사이에서는 ‘꿈의 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또한 목재펄프가 구현하기 어려운 사진 인쇄를 할 때, 홍조류 종이는 고급용지의 기준이 되는 높은 DPI(해상도의 단위) 구현이 가능하다. 또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투명지를 홍조류 종이가 대체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모이는 부분이다.  

서 교수는 “이제까지 사용하지 않은 소재가 종이로 사용되는 데 의미가 있다.”며 “반도체만 세계 일류가 아닌 홍조류 종이 분야에서도 세계 일류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서 교수 연구팀의 목표가 홍조류 종이의 100% 대체는 아니다. 목재펄프의 장점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지금의 천연펄프 소비량의 30~40%만이라도 줄이고, 홍조류 종이와 같은 비목재 펄프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올해 몇몇 종류의 홍조류 종이가 출시될 예정이며 당장은 대량화를 위한 생산보다는 적용 가능한 범위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보급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교과부 웹진  꿈나래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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