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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간 아이들 (1) 생존자 이야기 '신데렐라와 재크'

대한민국 교육부 2017. 7. 10. 18:26




   숲으로 간 아이들 (1)  

생존자 이야기 '신데렐라와 재크'

 


 

서양의 설화 혹은 설화를 바탕으로 한 많은 동화 속에서 주인공들은 숲 속으로 탐험을 떠나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숲을 지나 그들이 여행을 끝마쳤을 때, 이들은 한 단계 더 성숙하고 현명한 모습으로 성장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현시대는 어떤가. 우리 아이들은 더 이상 모험할 꺼리들이 가득한, 자신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숲'을 찾기 어렵다. 만약 '학교'가 옛 이야기 속에 숲을 대신 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자. 무한한 가능성과 창의력을 가진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그들이 가진 창의성을 잃지 않고 '이노베이터'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뮤지컬 '숲 속으로 (Into the Woods)'에 등장하는 신데렐라, 재크와 콩나무, 빨간 망토 아가씨와 왕자, 이들 네 명의 캐릭터가 숲 속에서 어떤 일을 겪는지, 또 지켜보는 우리가 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찾아보기 위해 이들과 함께 숲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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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데렐라


 


신데렐라의 꿈은 왕이 여는 무도회에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숲으로 간다. (여기까지 우리가 아는 신데렐라의 내용과 다소 다를 수 있으나, 여기는 뮤지컬에 나오는 신데렐라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임을 밝힘.) 만일 신데렐라가 소원하던 무도회를 '창의 영재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생각 해 보자. 신데렐라는 겉보기에 허름하지만, 잘 달릴 수 있으며 새와 대화 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과연 신데렐라와 같이 독특한 재능을 가진, 창의성이 충만한 아이가 현 시대에서 무도회 (창의 영재교육 프로그램)에 갈 수 있을까?
 

글쎄, 나는 다소 회의적이다. 그 첫 번째 이유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영재교육 프로그램이 소수의 몇 과목에만 편중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한민국 82퍼센트의 영재교육은 수학과 과학에 몰려 있는 상태이고(조석희, 2004), 수학과 과학 외에 언어나 음악, 미술과 체육 등 다른 분야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나머지 18퍼센트의 자원을 나눠 가지는 현실이다. 이런 불평등하고 불균형한 현상은 비단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STEM 교육 위주의 프로그램으로만 관심과 지원이 몰려 있다.

 

일례로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도 그의 천부적인 상상력과 영상을 만드는 재능은 학교에서는 전혀 인정받을 수 없었다. 그도 학창시절에는 단지 분수도 계산하지 못하는 수학 낙제생에 불과했다. 다시 말하면 현 시스템에서는 수학과 과학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 그 외에 다른 분야에서 소질이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의 자아상마저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표준화된 시험과 검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영재교육 선발과정에 있다. 제임스 카우프만 (James Kaufman, 2015)은 이런 현상을 ‘시리얼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시리얼 광고는 토스트와 우유에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곁들인 건강하고 영양 만점의 아침식사를 할 수 있을 것처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아침등교와 출근을 서두르는 우리들은 그저 시리얼 속에 마시멜로우만 뽑아 먹기 쉽상이다. 이처럼 교육자들도 건강한 영재선발 과정이 어떤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막상 현실이 닥치면 사용하기 쉽고 저렴한 가격의 지능검사나 학업성취도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서 영재를 선발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키와 신발치수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신발치수를 기준으로 NBA 농구 선수를 뽑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이치일 수 있다.

 

시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영재 선발 과정은 창의적인 아이들을 발굴하는 역할을 못할 뿐 아니라 사회적인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도구로 전락 할 위험마저 있다. 다시 말해서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은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 또 다시 ‘창의력’을 키워주는 영재프로그램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 제임스 볼랜드 (James H. Borland)는 학업성취가 뛰어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공교육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이야기 한다. 그는 “영재교육이 부유한 아이들을 더 많이 뽑고 가난한 아이들, 남미와 흑인 출신의 선발을 배재한다면 똑같이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 중에서 가난한 아이와 부자 아이 간의 성취도 차이를 부채질 하는 잘못된 교육이 될 소지가 있다” 라고 한다.

 

그렇다면 동화 속에서 허름하고 볼품없는 신데렐라에게 일단 유리구두를 신어보게 했던 것처럼, 우리도 창의적인 영재를 선발 할 때 모든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줄 수는 없을까? RTI모델은 우리에게 좋은 해결방안을 제시 해 준다. RTI모델은 모든 학교 교육과정에 영재 프로그램을 일괄적으로 포함시키는 방법이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영재 선발 과정 대신에 모든 아이들에게 심화 (Enrichment) 기회 (교과 과정과 상관이 없는 분야를 깊이 있게 배우는 프로그램)를 안겨주는 것이다. 렌줄리의 학교전체 심화모델 (School-Wide Enrichment Model)의 경우는 이 첫 번째 단계를 “타입Ⅰ”이라고 한다. 한 예로 학교의 모든 아이들을 데리고 공연장이나 박물관을 가거나 작가를 초빙해서 함께 교류할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다. 뮤지컬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아이가 뮤지컬 배우나 작가를 꿈꿀 수는 없지 않는가? 그리고 그런 교육적 자극에 반응을 한 아이들에게 “타입Ⅱ”의 기회를 준다.

 

예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저명한 천문학자 닐 타이슨 (Neil degrass Tyson)은 어린시절 천체망원경을 통해 처음으로 수많은 별들을 봤던 경험을 그의 인생을 뒤바꿔 놓은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 천체망원경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 할 수 있는 박물관 안에 있었다. 바로 이렇게 반응하는 아이들에게 그들이 관심있는 분야를 더 깊이 있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과 자원을 제공 해 주는 단계가 바로 “타입Ⅱ”의 단계이다. 배우는 단계에서 나아가 스스로 창조하고 발명의 단계까지 도전하고 싶어하는 학생에게는 “타입Ⅲ” 의 기회까지 주어지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하면 모든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지만 그중에서 소질이 있으면서 열심히 하는 아이들에게 점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다. 영재교육을 특수교육의 하나로 보는 학자들도 있는데, 이렇게 교육적자극에 반응하는 RTI모델은 지금도 미국의 특수교육에서 널리 받아들여져 사용되고 있다.

 

 

2. 재크


재크는 아무도 못 말리는 엉뚱한 아이이다. 어려운 형편에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 소를 팔아오라는 어머니의 말에 장으로 가기 위해 숲으로 향한다. 하지만 정작 소와 맞바꾼 것은 콩 몇 알이 전부였다. ‘이 콩은 그냥 콩이 아니라 마술콩이다’라는 잭의 설득에도 엄마는 분을 이기지 못해서 콩을 집 밖에 던져버린다.
 

창의적인 사람의 가장 두드러진 성격의 특징 중 하나로 ‘새로운 지식과 경험에 열려있는 태도’라고 꼽는 것은 학계에서 일치하는 견해이다. 그러나 이렇게 개방적인 태도는 때에 따라서는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스코트 (Scott, 1999)는 교사들은 창의적인 학생들을 수업에 방해하는 학생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 외에도 교사의 말을 잘 따르는 학생을 교사들은 창의적인 학생으로 평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이처럼 창의적인 학생이 학교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나타난다. 나아가 창의적인 학생이 집중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ADHD나 정신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다는 학자도 여럿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을 평가하는 위치에 있는 교사들의 적절한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 바로 교사가 추천서를 통해서 창의적인 학생을 영재교육 프로그램과 같은 기회를 열어주는 문지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만일 교사가 창의적인 학생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질문을 던지고 제도에 반항하는 창의적인 아이들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프로그램에 들어 갈 확률은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물론 대다수의 선생님들은 학생의 창의성을 발견하고 키워주기 위해서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기회를 박탈당한 학생들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우선 교사를 대상으로 창의력과 창의성의 지닌 학생들의 특징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정확하고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창의력에 대해서는 많은 교사들이 막연한 느낌과 감정으로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직 선생님 중 학부시절에 창의성에 대해서 한 과목이라도 수강했던 분이 얼마나 될까? 다시 말하면 우리의 교육현장은 창의성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교사가 창의적인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교사들이 교사의 자질을 배우는 대학에서조차 창의적인 수업환경에 있거나 창의적인 수업을 가르치기 위해서 연구하는 일이 드물었다는 것이다. 교사들과 예비교사 역시 자신의 창의성이 존중되고 스스로의 창의성을 계발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야 아이들의 창의성을 발견하는 눈을 가지고 그들의 소질을 개발시켜 줄 수 있는 교사가 나올 수 있다.

 

다음으로 교사는 아이들에게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창의적 메타인지’를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머리 속에 가지고 있는 ‘창의력’과 관련된 이미지는 대부분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이지만 실제 아이들이 교실에서 보여지는 ‘창의적 표현’은 항상 무지개 빛깔처럼 긍정적이지는 않다. 로날드 베게또 (Ronald Beghetto)와 제임스 카우프만 (James kautman)은 교사가 학생의 창의적 표현으로 인한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빛이 있는 곳에 어두운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창의적인 표현을 할 때 때로는 남을 언짢게 할 수 있는 부정적인 면이 나올 수 있다. 이럴 때 교사는 아이들에게 ‘언제’ 그리고 ‘어디에서’ 창의적 표현을 하고 삼가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 할 수 있는 ‘창의적 메타인지’를 키워줘야 한다. 그 방법은 아이들이 창의적 표현을 할 때 교사가 기준을 가지고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조를 쓰는 활동을 할 때 학생들이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무한대로 발휘하도록 지도하는 것과 동시에 시조가 시조이게 하는 약속된 규칙을 지키게 지도하는 것이다.


 ◈ 이 글은 2016년에 출판된 Creativity in Gifted Children이라는 책에 있는 제 2장, Into the Woods (공동저자 : Dowon Choi, Eric R. Schoonard & James C. Kaufman) 를 요약, 번역 및 재구성시킨 것이다.



글_최도원 choidowon@naver.com

출처_ 크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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