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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끈기의 힘 본문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도통 집중하지 못하고 뭘 해도 무심한 아이.
열정과 끈기가 없는 아이는 왜 그럴까. 그럴 때 이 아이는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정상적인 각도로 보기
모든 동물들이 새끼를 가르친다. 어미 사자는 몰이꾼과 공격조로 나뉘어서 사냥하는 법을, 어미 원숭이는 풀잎에 개미를 붙여서 핥아먹는 법을 가르친다. 그것도 생활 속에서 놀이처럼 가르친다. 그러나 사람만 학교를 만들어서 자녀들을 가르친다. 그러니까 학교가 인공적인 조직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비록 장점이 더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점을 경계해야 전반적으로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어머니가 학교에 와서 말했다. “우리 애를 소수 정예 학원에 등록시켰어요. 빡센 스케줄을 기대했죠. 그런데 선생님이 저와 아이와 친구들을 통해서 ‘어떤 평판을 얻는 아이인지?’ ‘무얼 좋아하는지?’ 며칠에 걸쳐서 상세히 조사하시더라고요. 그러더니 토요일 저녁 10시에 농구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알아내서 같이 운동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모아주시더군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본인이 원하는 활동을 하게 해야 그 대가로 공부를 시킬 수 있습니다.’ 하던데요.”
미국에서 고교에 인지적 수업을 1시간 증가시킬 때마다 ADHD 치료제인 리탈린이 유의미하게 더 많이 팔린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공부 이전에 그냥 좀 놀기도 하는 게 필요하다. 공부만 시키면 한계효용의 법칙에 따라 공부에 대한 끈기가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끈기 회복 프로젝트2
공부만 못하는 아이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집에 와서 말했다. “아빠, 전 공부가 안 맞는 것 같아요. 공부는 안 할래요.” 그 후 최소한의 공부 외에는 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무한한 설득을 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 외에는 모든 것이 정상이고 명랑했다. 부모님은 전통적인 선비 가문에 악마(?)가 태어났다고 10년 이상 화를 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애는 또래들이 공부하는 동안 다른 경험을 많이 하더니 조그만 농장을 경영하려고 준비 중이다. 부모는 공부해서 성공하는 외골수의 삶밖에 몰랐는데, 이 아이는 그보다 더 넓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아이가 공부에 끈기가 없었을까? 아니다. 이 아이가 오히려 유연했고, 부모님이 이 아이가 일으키는 변화를 안내할 자신이 없었던 데다 오히려 가로막고 지연시킨 게 아닐까?
자기 나름의 많은 경험을 한 후 스님이 되어서 일개 종파를 창시한 고교 졸업생, 외국 여행을 즐기던 끝에 해외에서 한국 학생을 전문으로 하는 하숙집 주인 겸 유학전문 상담자가 된 여성,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로 철갑상어를 키워서 그 분야의 명인이 된 아이, 자기주도 학습으로 영어를 공부한 후 해외에 가서 조종사가 된 아이, 자동차를 좋아하다가 외제 승용차를 튜닝해서 매달 1~2대씩 파는 딜러가 된 아이, 시골 생활을 동경하다가 전원주택을 소개하고 귀농인들을 돌보는 부동산 중개업자 겸 농촌활동가가 된 아이. 이들은 공부에 끈기가 없는 게 아니라, 변화에 유연한 아이들이다. 굳은 틀에 갇힌 부모가 이 아이의 재능을 감당할 수 있을까?
▶ 끈기 회복 프로젝트3
공부도 못하는 아이
지쳐서, 몰라서, 지지 자원이 열악해서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우리는 무동기(no motivation)내지 저동기(lower motivation)를 가진 학생이라고 부른다. 공부를 못하다 보니 품행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서 공존장애(concurrent disorder)가 오기도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청소년기를 지나갈 때 애정과 식견과 자원을 갖춘 대상이 곁에 없었다는 것, 즉 공부를 잘하거나 못해보기도 전에 기회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공교육에서 기초반 편성, 거꾸로 학습법, 학력증진 집단상담을 통해서 어쨌든 공부를 시켜보려고 애를 쓰지만 부분적인 효과에 그친다. 이쯤 되면 ‘나라님도 다 구제 못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는 아무래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공부만이 잣대라서 다른 것을 해볼 생각조차 못하는 사회에 태어난 것이 문제다. 다른 나라도 그럴까? 독일은 절반 정도의 고교생들이 고등학교만 졸업한다. 그들은 그 후 기업체의 직업교육을 받으면서 현장에 나가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강박증이 덜 하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학문적 수준의 공부를 안 하고 살 자유도 주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면 이 아이들은 더 이상 공부도 못하는 아이가 아니다.
글_ 김 서 규 유신고등학교 진로상담부장교사
출처_행복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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