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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기적' 일군 다섯 가지 성공 비결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칠레의 기적' 일군 다섯 가지 성공 비결

대한민국 교육부 2010. 10. 21. 09:23
매몰된 지 69일 만에 33명의 광부가 모두 구출됨으로써 칠레의 기적 같은 드라마는 이제 막을 내렸다. 23시간에 걸친 이들의 구조작업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며 지구촌 곳곳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줬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칠레의 기적 같은 구조작업은 칠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및 신속한 대처, 광부들의 강인한 의지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성공 비결로 꼽히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과학과 관련된 다섯 가지의 성공 비결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세 가지 구조 계획의 동시 진행
 
 

▲ 구조된 광부가 칠레 대통령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매몰된 지 17일 만에 광부들이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칠레 정부는 A, B, C의 세 가지 구조 계획을 동시에 진행해 서로 경쟁하게 했다. 먼저 전통적인 방식으로 진행된 ‘플랜 A’는 기존의 굴착기로 광부들이 갇혀 있는 지하 700미터 속의 대피소로 직접 파고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다.

두 번째 계획인 ‘플랜 B’는 미국의 굴착기 제조업체인 센터록사가 제안한 방법으로서, 충격식 착암기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세 번째 계획인 ‘플랜 C’는 석유 시추에 사용하는 초대형 굴착기를 동원한 방법이었다.

이 세 가지의 구조 계획 중 가장 먼저 매몰된 갱도와 연결된 것은 ‘플랜 B’였다. 전통적인 플랜 A의 경우 굴착 작업에만 약 4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플랜 B는 이 기간을 대폭 단축해 약 50일 만에 작업을 완료했다.

센터록사의 충격식 착암기는 드릴이 돌아가며 구멍을 뚫을 때 공기를 이용한 충격을 가해 작업 시간을 단축하는 신공법이다. 칠레 정부는 이 낯선 기술을 처음엔 달갑지 않게 여겼으나 결국 플랜 B가 제일 먼저 굴착에 성공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 각국의 전례 없는 협조 체제
 

칠레의 갱도 파는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나다. 특히 칠레는 지진 빈발국으로서 갱도 안에 무너지지 않도록 나무 등의 구조물을 떠받치는 기술이 매우 발전했다. 하지만 기적 같은 드라마는 전례 없는 세계 각국의 협조 체제와 이를 거부하지 않고 과감히 수용한 칠레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 이번 구조 작업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구조캡슐 '피닉스'

지하 622미터 속을 수차례 오가며 매몰 광부를 한 명씩 실어서 나른 구조 캡슐 ‘피닉스’는 이번 구조작업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지름 54㎝, 높이 2.5m, 중량 250㎏의 첨단 구조장비이다. 

칠레 해군은 미국 기술진의 도움으로 이 구조캡슐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미국과 호주, 독일 등에서 최신 굴착기를 제공했으며, 캐나다 광산 전문가들은 현장에 와서 도움을 줬다. 

일본 우주센터에서는 특수 제작한 우주복을 보내줬으며,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묵주를 보내 지하 속의 광부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줬다. 그 밖에도 전 세계 각국에서 광산 전문가 및 과학자, 구조대 등의 지원이 쏟아졌다.



   NASA의 노하우 제공
 

광부들의 생존을 확인한 후 칠레 정부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공식적으로 구조를 요청했다. 이에 NASA는 의사 2명, 심리학자 1명, 공학자 1명으로 구성된 정예팀을 파견했다.

광부가 매몰됐는데 왜 칠레 정부는 우주 탐험을 지휘하는 NASA에 도움의 손길을 뻗친 것일까? 그것은 좁은 우주공간에서 수 개월 이상 생활해야 하는 우주인들의 생존 노하우가 지하 속의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는 광부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었다.

우주인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무리없이 생활하기 위해서는 지상과의 잦은 의사소통,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아는 것, 밤낮의 생체 리듬 유지, 그리고 무언가 열중할 수 있는 소일거리 등이 필요하다.

우주인들의 이 네 가지 노하우는 칠레 광부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구조팀은 광부들에게 전화기를 내려 보내 지상의 가족과 수시로 영상 통화를 하게 했으며, 구조 진척 상황을 사실대로 알려줘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광부들에게 밤낮 교대조를 편성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함으로써 생체 리듬을 유지하도록 했으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MP3와 영화를 볼 수 있는 홈시어터 등을 제공해 지루하지 않도록 소일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이로 인해 매몰 광부들은 50㎡ 남짓한 고립된 지하 공간에서도 심리적 문제를 극복하며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생존에 유리했던 구리 광산
 

기네스북에 의하면 물과 음식이 전혀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오래 생존한 기록은 1979년 오스트리아의 디아시 안트레아 마하베츠(당시 18세)가 세운 432시간이다. 그는 지하에 매몰된 것이 아니라 경찰서 유치장에 갇혔다가 경찰들이 그를 까맣게 잊어버리는 바람에 세운 기록이라서 그나마 생존에 조금 유리한 조건이었다.

우리나라의 최장 생존 기록은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377시간을 버티다 구조된 박승현 양(당시 19세)이 세웠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조건은 산소와 물이다. 산소 공급이 5분만 중단돼도 인간은 죽음에 이르게 되며, 3일 동안 물을 먹지 않을 경우 의식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니 마하메츠나 박승현 양의 경우 초인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칠레 광부들이 비교적 생존에 유리했던 것은 그곳이 구리 광산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리는 공기와 반응하지 않으므로 산소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만약 탄광이었다면 메탄 같은 유독가스가 많아 산소가 희박해지므로 생존에 매우 불리했을 것이다.

또 칠레 광부들은 대피소의 세 곳에 땅을 파 음용 가능한 지하수를 얻을 수 있었으며, 비상식량을 조금씩 나눠 먹을 수 있어서 생존에 훨신 유리했다.



   세계 최고의 굴착 기술
 

▲ 세계 최고의 굴착 기술자인 제프 하트 (왼쪽의 선글라스 쓴 이).

사고가 발생하자 칠레 정부는 미국 광산업체인 지오텍에 도움을 요청해 세계 최고의 굴착 기술자를 수소문했다. 지오텍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사용할 지하수를 파고 있던 제프 하트(40)라는 기술자를 즉시 불러들여 사고 현장에 파견했다.

세계 각지에서 기름과 물을 시추하던 이름 없는 기술자인 제프 하트는 T130 드릴을 다루는 데 있어 세계 최고였기 때문이다. 굴착기가 곳곳에 설치된 철심에 걸려 망가지기도 했으며, 규토와 바위가 많아 일직선으로 굴착하기 어려운 조건임에도 그는 굴하지 않고 작업에만 매달렸다.

그 결과, 그는 당초 크리스마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도됐던 굴착 작업을 두 달이나 앞당기며 영웅이 됐다. 한편, 제프 하트가 사용한 굴착기는 미국 센터록사의 제품인데, 거기에 부착된 드릴 해머라는 부품이 한국의 중소기업인 신성산업에서 만든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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