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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동성애, 선천적일까 후천적일까

대한민국 교육부 2010. 10. 19. 13:57
얼마 전 한 일간지에 게재된 동성애 비난 광고로 인해 동성애에 관한 찬반 논쟁이 뜨거웟다. 지난 달 29일 ‘참교육 어머니 전국 모임’과 ‘바른 성문화를 위한 전국 연합(이하 바성연)’이 게재한 이 광고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게이 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여기서 지목한 ‘인생은 아름다워’는 SBS의 주말 연속극으로서,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일상을 담은 드라마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문제가 되는 것은 남자 동성애 커플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 동성애 커플이 등장하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그로 인해 드라마가 시작된 지 얼마 후인 지난 5월 ‘동성애 허용 법안 반대 국민연합’에서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 말이냐라는 제목의 비난 광고를 이미 낸 바 있었다. 또 SBS의 드라마 게시판에도 동성애를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동성애 커플이 나오는 드라마라는 이유만으로 드라마를 욕해서는 안 되며, 동성애자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이 없어져야 한다는 반박 댓글이 수없이 올라오는 등 시청자들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이번에 바성연 등이 마련한 동성애 비난 광고가 나간 후에도 이와 비슷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6일 종로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광고가 동성애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바성연도 동성애를 조장하는 현실에 대해 경종을 울린 광고일 뿐인데, 누구의 인권을 침해했냐는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동성애에 대한 찬반 논쟁이 네티즌 간에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최근 동성애를 그린 영화 ‘친구사이’가 서울행정법원에서 15세 관람가라는 법원 판결을 받고, 다음 달 국회에서 입법될 예정인 동성애 차별금지 법안도 이 논쟁들을 부채질하고 있다.



   동성애 찬반 논쟁의 핵심
 

네티즌 간의 공방 중 논쟁의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은 동성애가 과연 선천적인 것인가 아니면 후천적인 것인가에 대한 사안이다. 바성연이 게재한 그 광고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성애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청소년기에 큰 도시에서 자랐을 경우 동성애 빈도가 높고 시골에서 자랐을 경우 동성애 빈도가 낮다. 동성애는 문화적, 환경적 체험으로 인해 학습돼 확산되고 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이들에 의하면, 동성애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적 영향에 의해 발생하므로 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이성애로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 따라서 ‘인생은 아름다워’와 같이 동성애를 정당화하는 환경이 조성될수록 동성애자들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자는 것이 이 광고의 목적이자 취지이다.

그럼 과연 과학에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동성애가 선천적인 쪽에 가깝다는 연구결과 두 개가 동시에 발표된 것은 1991년이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마이클 베일리 박사는 161명의 남자 동성애자를 조사한 결과,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한 명이 동성애자이면 나머지 쌍둥이 형제가 동성애자일 확률이 52%나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란성 쌍둥이의 경우는 그 확률이 22%, 입양된 형제의 경우는 11%에 불과했다.

이 연구결과를 두고 베일리 박사는 동성애 유전자가 태아의 남성화를 막아서 게이가 된다는 게이 유전자 가설을 세웠다.

또한, 미국 솔크생물학연구소의 사이먼 리베이 박사는 남성 동성애자의 경우 여성에 대한 성충동을 지배하는 뇌 특정 부위의 크기가 정상 남성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즉, 동성애자는 선천적으로 다른 뇌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 후 미국 국립보건연구원의 딘 해머 박사가 발표한 연구결과도 동성애가 선천적일 가능성을 높였다. 해머 박사는 게이 76명의 가계도를 조사해 동성애 유전자가 모계로 유전되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또 해머 박사는 동성애를 하는 쌍둥이의 염색체를 검사한 결과, 일정한 유전적 공통점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결과처럼 동성애가 유전자에 의한 것이라면 한 가지 모순점이 발생하게 된다. 진화론적인 측면에서 큰 딜레마에 부딪히게 되기 때문이다. 자식을 만들 수 없는 동성애 유전자가 어떻게 자연선택 과정에도 도태되지 않고 진화하며 보존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친절한 게이 삼촌’ 가설
 
 
이에 대해 설명이 가능한 연구결과도 나왔다. 2004년 이탈리아 파도바대의 치아니 교수가 98명의 동성애 남자와 100명의 이성애 남자의 친척 총 4천600명을 조사한 결과, 게이의 부계쪽 여자 친척이나 이성애자의 여자 친척보다 게이의 모계쪽 여자 친척이 자식을 훨씬 많이 낳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이 연구결과 이후 사회생물학자들은 동성애를 ‘친절한 게이 삼촌’ 가설로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자신의 가족을 만드는 것보다 형제의 자녀 양육을 돕는 쪽이 더욱 적합한 남자들이 취한 최선의 진화 전략이 바로 동성애라는 설명이다.

다시 말하자면, 자신이 직접 자식을 낳는 것보다는 자신과 동일한 유전자를 많이 공유한 친척이 아이를 더 많이 갖도록 지원하고 도와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확산시킨다는 것이 바로 ‘친절한 게이 삼촌’ 가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생물학은 자칫 모든 것을 유전자로 설명하는 유전자 결정론으로 흐를 수 있으므로 지금도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사이먼 리베이 박사가 밝힌 게이의 뇌에 대한 구조적 차이도 선천적인 것인지 동성애의 결과로 일어난 후천적인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아직까지 동성애를 유발하는 구체적인 유전자는 밝혀진 바 없다. 그러니 동성애가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런데 당사자인 동성애자들은 동성애를 후천적인 것으로 결코 생각하지 않지만, 선천적인 것으로 여기는 입장에 대해서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동성애가 선천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정상인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말이 되기 때문. 따라서 그들은 “동성애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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