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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폐식용유 넣고 "부릉 부릉"

대한민국 교육부 2008. 12. 3.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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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한 장면, 주인공 센이 오물신을 뒤덮은 오염물질 가운데서 고군분투하는 모습 (출처 : 네이버 영화) 

거대한 오물을 뒤집어 쓴 오물신이 흐느적거리며 욕탕 안으로 들어온다. 10리 밖에서도 맡을 수 있는 오물신의 악취는 목욕탕의 일꾼들을 모두 겁에 질리게 한다. 결국 일꾼들 중의 막내인 센이 떠밀리듯 나서 오물신의 목욕을 도와주게 된다. 오물신을 열심히 씻기던 중 센은 오물 더미 바깥으로 삐져나온 줄을 발견한다. 줄을 잡아당기자 오물신의 몸을 뒤덮은 폐수 덩어리가 쏟아져 나온다. 오물을 모두 빼내자 오물신의 본래 정체가 밝혀졌다. 그는 강의 신이었다. 목욕탕의 주인 유바바는 센에게 “너희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저렇게 된 것”이라며 비웃는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한 장면이다.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는 강의 신이 오물 신으로 전락한 모습을 보여주며 오물에 의한 수질오염의 잔혹성을 경고한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02년 여름이었다. 불행히도 그 경고는 6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유효하다.

 

수질오염의 골치덩어리 폐식용유 

폐식용유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물 중 하나로 수질 오염의 중요 원인이다. 지난 2007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 등이 실시한 연간 폐식용류 발생량 추정 조사에 의하면 연간 폐식용유 발생량은 가정용과 음식점, 제조업 등을 합쳐 약 27만 톤이다. 이 중 62%인 약 16.7만 톤이 회수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나머지 48%는 그 행방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최소 5만 톤 가량이 수거되지 않고 하수관 등으로 배출된다. 전문가들은 폐식용유가 하수구에 그대로 버려질 경우 수질 악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일반 수돗물의 산소 요구량(BOD)은 6ppm인데 반해 폐식용유의 산소 요구량(BOD)은 100만 ppm 이상이다. 우유곽 1/10컵 분량의 폐식용유를 희석시키려면 2.0L짜리 페트병 약 2000개 분량의 물이 필요하다. 

폐식용유에 의한 수질오염을 막을 수 있는 기존의 대책으로는 버려지는 폐식용유를 모아 비누로 재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환경단체 및 지자체를 중심으로 활성화 된 지 오래다. 그러나 비누로 재생되는 폐식용유의 양은 연간 일만 톤에 불과하다.

 

폐식용유, 자동차 연료로 변신하다
경유보다 공해 배출 물질적어… 유럽은 90년대부터 경유대체연료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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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디젤층(윗 부분)과 글리세린층(아랫부분)으로 나눠진 바이오디젤
(사진제공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그런데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바이오에너지 연구센터는 연간 27만 톤에 달하는 폐식용유를 효과적으로 처리해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냈다. 폐식용유를 바이오 디젤 연료로 전환시키는 방안이다.

바이오디젤은 식물성 기름을 알코올에 반응시켜 얻는 연료다. 경유를 100% 대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경유 양의 5% - 10% 정도의 양을 투입해 경유와 섞어 쓴다. 바이오 디젤은 경유와 연비차이가 없다. 별다른 장비 없이 차량에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하기 위해선 별도의 장비 설치가 필요한 수소 에너지, 태양 에너지 등에 비해 경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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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인용 : 바이오 연료에 대한 OECD 논의 동향) 

특히 매연이나 미세먼지 등의 공해 물질 배출량이 경유에 비해 약 11 - 18% 정도 적다. 지구 온난화 현상을 경감시키는 데도 탁월하다. 바이오 디젤 1톤 당 2.2톤의 이산화탄소가 줄어든다. 유럽 등지에선 이미 10년 전부터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김종률 OECD 환경관에 의하면 2004년까지 전 세계 바이오 디젤의 90%가 유럽에서 생산됐다. 독일의 경우 100% 바이오 디젤 연료를 파는 주유소가 전체의 10%를 넘어섰다. 프랑스는 도심의 관용차량과 버스에 바이오디젤을 30% 함유한 경유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지난 2005년 2월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이후 미국, 일본 등의 의무 이행국들도 바이오 디젤 연료 생산에 관심을 갖고 적극 생산하고 있다. 일본 교토는 관내 청소차량 220대와 시내버스 101대에 바이오 디젤 연료를 쓰고 있다. 청소차량의 경우 100% 바이오 디젤 연료를 쓴다. 시내버스는 100% 바이오 디젤 연료를 쓰는 2대를 제외하고 모두 바이오 디젤이 20% 함유된 경유를 쓴다. 전 세계적으로생산량은 2000년 10억 리터 수준에서 2007년 110억 리터로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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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식용유 바이오디젤을 연구한 이진석 바이오에너지 연구센터 센터장 

바이오 디젤의 원료로는 대두유, 해바라기 씨, 유채유, 그리고 폐식용유 등이 있다. 현재 바이오 디젤의 제조 원료의 65% 이상을 수입 대두유에 의존하고 있다. 폐식용유 바이오 디젤을 연구한 이진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바이오에너지 연구센터 센터장은 “종래엔 수입산 대두를 주로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썼지만 폐식용유를 활용하면 바이오디젤 원료의 자체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바이오디젤, 어떤 과정을 거쳐 변신하나 

그렇다면 폐식용유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바이오 디젤로 변신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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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식용유로부터 바이오디젤을 추출하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원들
(사진제공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먼저 폐식용유의 불순물을 제거한 후 60℃로 가열한다. 여기에 값싼 알코올인 메탄올과 고체 촉매를 넣으면 메탄올이 폐식용유의 구성성분인 지방산과 결합하며 바이오 디젤이 된다. 이 때 본래 지방산과 결합해 있던 글리세린은 분리돼 바이오 디젤 아래에 쌓인다. 결합과정이 끝나면 바이오 디젤 층, 글리세린 층으로 완전히 분리된다. 바이오 디젤은 따로 추출해 물로 씻어낸 뒤 경유 대체 연료로 쓴다. 남은 글리세린도 페인트, 담배 생산 현장에 쓰일 수 있다. 

 

(동영상 제작 : 남예희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 3) 

실제로 폐식용유를 활용한 바이오 디젤은 활발히 생산되고 있다. 바이오 연료 업체인 (주)에코에너텍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바이오 디젤로 전환되는 폐식용유의 양이 연간 3만 6천 톤이다. 현재 정유회사가 국내 바이오디젤 업체들로부터 구입해 경유에 혼합하는 바이오디젤의 양이 연간 9만 톤인 점을 고려했을 때 비교적 많은 양이다. 국내 20여개의 바이오 연료 업체 중 (주)에코에너텍은 작년에 약 1만 6천 톤의 폐식용유를 바이오디젤로 생산해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S-Oil 등의 정유사에 약 1만 2천 톤을 팔았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주)가야에너지는 연간 3000톤 정도의 폐식용유를 바이오디젤로 만들어 자동차 연료로 보급한다. 서울특별시 강동구청의 경우 (주)가야에너지로부터 연료를 공급받아 청소차 30대의 연료로 쓰고 있다.

 

1억 3천만 달러 버는 바이오디젤 

전문가들은 바이오 디젤의 경제성을 높이 평가한다. 지난 2006년 삼성 경제 연구소의 분석에 의하면 바이오 디젤 연료를 국내에서 생산해 경유의 1%를 대체하는 경우(2000-2005년 연 평균 경유 소비량 219억 리터, 1리터당 0.44달러 기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모두 1억 3천만 달러다. 온실가스 배출비로 1,600만 달러, 경유 대체에 따른 농가 소득 증대비로 9,600만 달러, 대기 오염 감소 효과로 1,5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대전대학교 환경공학과 김선태 교수는 “온실 가스 감소 및 농촌 활성화 차원에서 국산자원을 활용해야 의미가 있다”며 “유채유 및 폐식용유를 활용한 바이오디젤 사업의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디젤, 국내선 아직은 도입단계
연구 시작한 지 7-8년 만에 세계 3-4위의 기술수준에 도달 

그러나 아직 상용화의 길은 멀다. 아직 국내에서 폐식용유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바이오 연료 업체는 (주)에코에너텍 하나뿐이다. 차량 연료로 쓰이는 경유의 연간 소비량이 1,700만 톤임에 반해 바이오 디젤 생산량은 약 3만 6천 톤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폐식용유의 바이오 디젤화 사업 홍보 부족도 사업 확장의 걸림돌이다. 바이오 디젤 품질 인증 시스템 미비도 지적된다. 자동차 업계는 바이오 디젤의 품질을 믿지 못해 현재 경유에 바이오 디젤 함량을 높이는 것을 꺼리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2002년 5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실시했던 바이오 디젤 시범보급사업 당시 종종 연료가 굳어 필터가 막히고 시동이 안 걸리는 일이 발생했다. 폐식용유를 바이오 디젤로 전환할 때 쓰인 물이 버려질 때 수질 오염이 발생하지 않느냐는 부정적 인식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2002년에 비해 지금은 바이오 디젤 생산 기술이 많이 향상돼 별도의 첨가제를 넣으면 필터 막힘 현상 등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진석 센터장은 “현재 폐식용유로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업계에선 쓰고 남은 물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 센터장은 “향후 닥칠 석유 고갈에 대비해서라도 폐식용유 등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디젤의 보급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진 :홍지미 (교육과학기술부 블로그 기자)

 

참고 자료 : <버려지는 폐식용유를 식물연료 바이오 디젤로>, 2008년 전북환경운동연합
<폐식용유 바이오디젤 이용촉진을 위한 천안 에너지정책 워크숍>, 충청남도
<폐식용유의 활용방안>, 김정욱 ․ 김미형 ․ 유향란 공저, 한국학술정부(주)
<바이오연료(바이오 디젤)의 환경 ․ 경제성 분석 보급 및 보급 확대방안 연구>, 환경부
< 국제환경동향(2008 vol.2) : 바이오 연료에 대한 OECD 연구 동향>, 김종률 OECD 대한민국 대표부 1등 서기관(환경관)
<미래 신재생에너지 기술 동향>, 이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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