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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우리는 돈에 대해 얼마나 이성적일까?

대한민국 교육부 2009. 5. 18. 20:18

우리는 돈에 대해 얼마나 이성적일까?

회사에서 잘리고, 월급이 깎이고, 가게에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리는 불황의 시대. 지갑이 점점 얇아지면서 날은 더워지고 돈에 대한 갈증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돈이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돈에 대해 얼마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일까? 돈은 우리 마음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걸까? 왜 어떤 사람들은 돈이 들어오면 쓰지 않고 모으려고만 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나중은 생각 않고 펑펑 카드를 긁어대는 걸까? 왜 많은 사람들이 돈과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걸까?

최근 과학은 이에 대해 우리에게 새로운 사실들을 얘기해주고 있다. 과연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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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달러, 10센트, 무료봉사 중 어느 것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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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듀크대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애리얼리.
그는 사람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일상생활에서도 비상식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컴퓨터 화면에 있는 원을 가능한 많이 마우스로 끌어다 한쪽에 있는 네모상자로 넣도록 하는 간단한 컴퓨터 작업을 5분 동안 부탁했다. 그러면서 다음처럼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A그룹: 일에 대한 대가로 5달러,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6천원 정도를 미리 준다.
B그룹: 50센트(약 600원)나 10센트(약 130원)를 준다.
C그룹: 돈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고 그냥 도와달라고 한다.

이 세 그룹 중 어느 쪽이 원을 가장 많이 옮길까? 6천원이나 받은 A그룹이 단돈 몇 백원 받은 B그룹보다 더 일을 많이 했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B그룹과 C그룹 중 어디가 더 원을 많이 옮겼을까? 돈을 조금이라도 받은 사람들이 아예 아무런 보상도 받지 않은 쪽보다 더 많은 일을 해주었을까?

지난해 ‘상식 밖의 경제학’(원제: Predictably Irrational)이란 책을 펴내 전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킨 미 듀크대의 젊은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애리얼리 교수의 실제 실험에 따르면 결과는 놀랍다.C그룹의 실험 참가자들이 가장 많은 일은 했다는 것.

애리얼리 교수의 실험에서 A그룹의 실험 참가자들은 평균 159개의 원을 끌어다 놓았다. 반면 B그룹의 경우 평균 101개의 원을 옮겼다.그런데 C그룹의 참가자들이 옮겨놓은 원의 개수는 평균 168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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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 대신 무료 봉사 응하는 변호사
왜 이렇게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진 걸까?애리얼리 교수에 따르면 돈에 대한 우리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년 전 미 퇴직자협회에서 변호사들에게 가난한 퇴직자들을 위해 시간당 30달러의 저렴한 비용으로 법률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변호사들이 거부를 했다. 이후 협회는 다른 방법으로 변호사에게 접근했다. 무료로 법률서비스를 해줄 수 있느냐고 말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변호사들이 이에 수락을 해주었다.





◀ 우리는 얼마나 돈에 대해 이성적일까? 지난해 출간된 '상식 밖의 경제학'은 우리가 돈에 대해 얼마나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원제는 'Predictably Irrational'로 비상식적인 행동에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애리얼리 교수는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의 행동은 크게 두 가지의 잣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그 잣대 중 하나는 사회규범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규칙이다.

사회규범은 우리 사회를 밝고 온정이 넘치며 서로를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사회규범에 따른 행동은 어떤 대가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 예를 들어 무거운 짐을 든 할머니 대신 짐을 들어주는 일 같은 것이 사회규범에 따른 행동이다. 이런 사회규범이 지배하는 세상은 온정이 있고 애매모호한 면이 있다.

반면 시장규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전혀 이런 걸 기대할 수 없고 무엇이든 값을 치러야 한다. 우리가 한 일에 대해 더 많은 돈을 받기를 원하는 건 시장규칙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돈을 받지 않은 C그룹이나 무료 법률서비스를 응낙한 변호사들은 시장규칙이 아니라 사회규범에 지배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간단하게 사회규범에 따른 것인지 시장규칙에 따른 것인지가 분명한 건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사회규범과 시장규칙에 혼선이 생기면 갈등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직장에서 시장규칙에 따라 돈을 받은 만큼 일하면 된다지만 주말이나 밤까지도 수당 없이 일을 해야 한다고 하면 마음이 정말 괴로워진다.

어찌됐건 애리얼리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시장규칙에 따라 돈을 받으면 행복을 느끼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규범에 따라 행동할 경우가 더 행복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인의 필수품인 돈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본능적으로 사회규범과 시장원칙 구분
애리얼리 교수는 우리가 이렇게 사회규범과 시장규칙이란 두 가지 잣대를 갖게 된 이유를 진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인류 역사적으로 돈이 발명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에서 뭔가를 주고받는 건 꽤나 오래된 일이다. 애리얼리 교수는 우리 조상이 사회규범이 지배할 상황인지, 아니면 시장규칙에 적합한 상황인지를 본능적으로 구분하는 능력을 갖도록 진화했다고 생각한다. 돈이 생겨나기 전부터 말이다.

애리얼리 교수의 얘기가 과연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돈에 대해 그렇게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 그 점은 애리얼리 교수의 실험이 아니어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시장에서 야채를 살 때 몇 백 원도 아까워 깎으려고 하면서 단돈 몇 백 원밖에 안 한다면서 필요 없는 물건을 사대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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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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