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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뇌와 호르몬의 정교한 상호작용의 결과 본문
사랑하면 몸안에서 체내 마약 물질이 생성된다고?
사랑은 뇌와 호르몬의 정교한 상호작용의 결과
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서로를 그리워하라고 만들어진 것이다.
- 본문 내용 가운데
인간 뇌의 해부학적인 구조를 살펴보면, 가장 안쪽에는 호흡과 순환, 체온 조절 등 신체의 신진대사를 관장하는 부위가 있고 그 위를 순서대로 번연계와 신피질이 덮고 있는 것이 보인다. 진화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가장 안쪽의 뇌가 가장 먼저 등장한 기본이며, 진화가 거듭됨에 따라 새로운 뇌들이 발생하여 차츰 이전 것을 뒤덮고 크게 자라난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이 세 개의 뇌 중 포유동물에 이르러서야 번연계가 뚜렷해지고, 인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신피질이 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의 기능을 살펴보면 번연계는 감정과 직관과 사랑을, 신피질은 논리와 이성과 언어를 관장한다.
이 신피질은 번연계와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으며, 진화상 먼저 나타난 선배답게 번연계는 신피질의 이성적 회로를 압도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우리는 흔히 ‘네 말이 머리로는 이해 가능하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가.
학자들은 사랑 역시 번연계의 작용으로 보고 있다. 번연계는 사랑뿐 아니라, 증오와 미움, 분노와 공격성, 충만함과 황홀함 등의 감정을 모두 관장한다. 이러한 번연계의 작용 메커니즘은 직관적이고 내재적이어서 논리적 회로로 구성된 신피질의 언어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한국인이라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한(恨)’이라는 정서를 외국인들은 이해할 수 없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인류가 그토록 오래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에 목말라 했음에도 정작 사랑의 실체를 설명해내지 못했던 이유가 된다.
사랑, 호르몬들의 합주곡
그렇게 해서 누군가와 처음 사랑에 빠지게 되면, 신체 내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앞서 말한 번연계에서 다양한 호르몬들을 분비해 사랑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다.
사랑에 빠지게 되면 가장 먼저 분비량이 늘어나는 호르몬은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감정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신경흥분을 유도하여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작용을 한다. 처음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에서는 도파민 분비량이 늘어난다.
사랑에 빠지게 되면 사랑하는 이의 얼굴만 생각해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 웃음이 나오고, 행복한 감정이 마구 솟아오르는 이유는 바로 도파민의 분비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도파민의 기분 고양 효과는 매우 뛰어나다. 그런데 사랑하는 이를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게 되면 늘어났던 도파민의 양이 줄어들면서 불안하고 우울해지며, 다시금 그때의 고양된 상태를 그리워하게 된다. 그것을 우리는‘상사병’이라는 말로 표현하지만, 신체현상으로 말한다면 도파민 부족에 의한현상인 것이다. 또한 도파민은 성충동과 상당히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사랑에 빠지면 자신도 모르게 성적으로도 흥분하게 된다.
이유 있는 밸런타인데이의 ‘초콜릿’
사랑이 더 깊어지게 되면 번연계는 도파민뿐 아니라 페닐에틸아민도 만들어낸다. 페닐에틸아민은 체내에서 마치 각성제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페닐에틸아민의 체내 수치가 높아지면, 커피나 각성제를 다량으로 마신 것처럼 정신이 맑아지고 흥분되며, 사랑하는 이에 대한 애정이 퐁퐁 솟아나게 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페닐에틸아민이 우리가 먹는 음식 중 초콜릿에 많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고대 잉카 제국에서는 초콜릿을 최음제와 강장제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밸런타인데이에 연인에게 유독 초콜릿을 선물하는 풍습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파민과 페닐에틸아민이 몸을 한껏 들뜨게 만들면, 뇌는 이제 이 인간이 사랑을 빌미삼아 자신의 후손을 남기고 싶다는 욕구를 분출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쨌거나 생명체의 궁극적인 목적은 유전자의 지속과 번성일 테니 말이다. 그리하여 이제 뇌는 옥시토신을 분비하기 시작한다. 원래 옥시토신은 출산 시에 많이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자궁 수축 기능이 있어서 아기를 밀어내는 작용을 하는 호르몬이다.
그래서 이 기능을 역이용해서 인공 유산을 시키거나 유도분만제로 쓰이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옥시토신은 번식과 매우 관계 깊은 호르몬으로 짝짓기, 성적흥분의 유도,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출산, 수유 등 모성행동이 필요할 때 다량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사랑을 하는 동안에 분비되는 또 하나의 호르몬은 바로 엔도르핀을 비롯한 체내 마약 물질들이다. 체내 마약 물질이란, 체내에서 마약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마약이 엔도르핀으로 대표되는 이들을 모방하는 것이다. 이들은 뇌속의 수용체와 결합하여 통증을 잊게 하고, 쾌락과 극치감, 오르가즘을 느끼게 하는 물질들이다. 이런 물질들의 효과는 매우 뛰어나서 사람들은 일단 이런 물질이 주는 환희를 맛보게 되면 이를 오래도록 잊지 못하곤 한다.
마약이 인간을 망가뜨리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은 체내에 들어와서 엔도르핀의 수용체와 결합하여 비슷한 작용을 하는데, 엔도르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절로 분해되고 뇌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 마약으로 분류된 물질들은 제대로 분해되지 않고 독성을 지니며 뇌세포를 파괴하여 결국 심신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사랑에도 유통기간이 있나요?
이처럼 사랑은 뇌와 호르몬의 정교한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2000년대 신시아 하잔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이들 호르몬들이 나와서 사랑을 유지시키지만, 18개월에서 30개월 정도 지나면 이들 호르몬의 영향력이 감소된다고 한다.
마치 처음에는 술 한 잔만 마셔도 취하던 사람이 자꾸만 술을 먹게 되면 한 병을 다 마셔도 모자란 느낌이 드는 것처럼, 이런 호르몬들이 자꾸 방출되게 되면 어느덧 뇌에 이들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는 기간이 약 18개월에서 30개월 정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토록 열렬히 사랑했던 이들이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열정도 열망도 줄어들고, 서로에 대해 무심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의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사랑은 인간의 언어로 설명해낼 수 없는 종류의 것이며, 일종의 중독 현상과 비슷하다.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했던 호르몬에 의한 중독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약물에 중독되어 점점 더 많은 약이필요하듯이,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에 대해 점차 기대하는 것이 커지고, 단지 서로 바라만 봐도 족했던 시절을 지나 상대에게 점점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약을 끊으면 고통에 겨워 어쩔 줄 몰라하는 중독자처럼, 소홀했던 상대가 떠나간 후에야 그 빈자리의 아픔에 몸서리치고 괴로워하게 되는 것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일정한 기간에만 사랑을 나눈다. 그들에게 있어 사랑은 짝짓기와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그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서로에게 의미가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람은 유일하게 평생을 사랑하며 살 수 있는 존재이다. 유독 크고 복잡하게 발달된 인간의 뇌는 인간을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사랑을 잘 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 준것이다.
인간의 큰 뇌는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공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서로를 그리워하라고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만 살아갈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사랑으로 인해 더욱 살기 좋은 세상으로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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