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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샘 피가 거꾸로 솟았던 사연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유치원샘 피가 거꾸로 솟았던 사연

대한민국 교육부 2011.04.15 07:00



새 학기가 시작되고 어느 덧 한달이 지나갔습니다. 3월은 정말 중요하고도 바쁜 달입니다. 유치원에 처음 온 아이들에게 함께 생활해 나가야 하는 기본적인 질서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몸에 베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금씩 차근차근 반복하는데요. 사랑과 기다림 아이들이 해 나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어야 합니다.
 
공동체 생활에서의 규칙은 매우 중요합니다. 나 혼자 만이 아닌 많은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기에 내 마음대로만 한다면 생활이 깨져 버립니다. 내 마음도 중요하고 남의 마음도 중요하다는 것을,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해도 되는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 있다는 것을 공동체 생활로 배워 갑니다.  

이제 한달 정도 시간이 지났으니 아이들도 제법 규칙을 지켜 나가고 공동체 생활에 익숙해진 모습입니다. 엄마 보고 싶다고 울던 아이들이 선생님 좋다며 안기니 참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벚꽃 활짝 핀 저희 유치원입니다. 옥상에 그물망이 보이시죠? 문제의 장소입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발달 수준과 성향이 다르 듯 더 많은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많은 아이들이 적응해 주었고, 몇 명만 더 노력하면 되기에 조금은 안심하고 있었는데요. 몇 일 전, 이 아이들이 제 피를 거꾸로 솟구치게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내용에 앞서 저희 유치원에서 자유활동 시간에 지켜야 할 가장 큰 규칙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것부터 아셔야 이야기가 수훨해 집니다.

▶ 옥상에 선생님 없이 올라가지 않는다
▶ 유치원 밖에는 선생님과 함께 나간다.
▶ 계단에서 위험하게 놀지 않는다.

모두 안전에 관한 규칙이지요.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입니다. 이 규칙안에서의 행동이라면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자기 반이 아닌 어느 반에 놀러 가도 되고, 마음껏 뛰어 다녀도 됩니다. 

이 사건의 주인공들은 세명입니다. 생일이 빨라 4살에 유치원을 입학한 아이 두 명과 자기만의 색이 강한 여섯살 아이 입니다. 시작은 종일반 요리수업 시간에 있었습니다.

새학기가 시작 되고 처음으로 불을 사용한 요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야채튀김이었지요. 아이들이 채소를 자르고 튀김 옷을 입혀 튀겨내고 있었습니다. 겁도 없는 아이들이 아무리 주의를 줘도 먹고 싶은 마음에 점점 다가 와 혹시나 아이들이 데이지 않을까 온 정신을 집중하며 요리를 해 먹고 있었지요. 한 숨 덜었다 생각하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유치원을 찾아 오셨습니다.

할머니는 엄청 화나고, 놀라신 모습이셨습니다. 할머니를 보는 순간 저는 직감했습니다. '앗불싸! 아이들이 사고 쳤구나 큰일났다!' 반사적으로 생각이 들더군요.

할머니: 도데체 어떤 애들이 돌멩이를 던진거야! 당장 나와!
허은미: 할머니 왜 그러세요? 아이들이 돌멩이를 던지다니요?
할머니: 선생들은 뭐하길래 애들이 돌멩이를 던지는 지도 모르노! 빨리 옥상으로 가보세요!
허은미: 예? 옥상이요?!

번개 같이 옥상으로 올라 갔습니다. 우리 유치원은 2층 건물, 옥상은 아이들이 나가지 못하도록 닫혀 있는데 사실 그게 소방법상 자물쇠나 열쇠로 잠그지는 못해 줄을 손잡이로 묶어 놓았거든요. 세상에 그것을 아이들이 풀고 나갔던 겁니다.그걸 어찌 풀었을까! 그것도 의문인데 돌멩이는 또 어디서 찾았는지... 

옥상에는 아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수 있도록 골프장 그물망이 하늘까지 쳐져 있습니다. 근데 또 그것이 벽과 그물의 사이가 살짝 있는 곳이 있는데 그 사이를 아이들 세명이 비집고 들어 갔던 모양입니다. 어른들이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저희들에게도 꼭 겨우 맞게 들어가는데 그곳에 들어가 벽 쪽으로 쭉쭉쭉 한바퀴 돌았던 겁니다. 

아이들이기에 들어 갈 수 있었던 그 곳 구석, 공사하고 남은 시멘트 돌멩이들이 있었는가 봅니다. 그 것을 주워 재밌다고 밖으로 던졌던 거지요.

옥상에 올라 간 순간! 옷 앞 뒤가 시멘트 햐얀 가루도 뒤덥힌 세명의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는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나있었습니다. 이성을 반쯤 잃은 수준이라 해야할까요. 요리 수업에 진땀을 빼다 겨우 끝났는데 아이들이 사고를 쳤고, 더욱이 옥상으로 올라가는 실내 계단에서 노는 모습이 몇 번 발견 되어 그 곳에서 놀지 않겠다 약속을 수도 없이 했던 그! 아이들이었던 겁니다. 

"너희들 여기서 뭐하는 거야! 당장 따라와!"

큰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그리곤 1층 할머니 앞에 데리고 갔지요. 사태 파악이 된 아이들, 항상 말해도 무조건 싫다 그러고 도망 가고, 드러 누워 버리던 아이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할머니 이야기를 듣더군요.

할머니: 내가 도둑이 왔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랬는지 아나! 
허은미: 할머니가 얼마나 놀래셨겠어! 돌멩이를 어디다 던져 위험하게! 
           밑에 사람이 있어어봐! 다쳤겠어 안다쳤겠어!
아이들: 다쳤겠어요
허은미: 문은 어떻게 열고 들어갔어! 선생님이랑 약속을 몇 번이나 했는데 또 그럴꺼야!
아이들: 아니요...
허은미: 빨리 할머니께 '죄송합니다' 사과 드려 
아이들: 죄송합니다...

제가 야단 아이들을 야단 치는 동안에도 할머니는 놀라고 화난 것을 계속 말씀 하시더군요. 일부러 할머니 앞에서 더 많이 야단 치고 있는데 세상에...'죄송합니다' 말하며 녀석들이 키득키득 웃는 겁니다. "지금 웃음이 나와!" 소리를 질렀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4살짜리 아이들이 뭘 알았겠습니까? 그저 재밌어서 그랬을 뿐이고 상황판단이 되었으면 돌멩이를 던졌겠냐구요. 뭐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있었던 겁니다. 

할머니: 다시는 그러지 마라 알겠나! 그리고 선생들은 애들이 옥상에 올라 갔는지도 모르고 도대체 애들을 어떻게 관리 하는 겁니까? 애들이 올라 가서 다치면 어쩔건데? 아니라도 맨날 애들 소리 시끄러워 죽겠는데 잘하세요.
 
선생님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이 녀석들 아는지 모르는지... 
할머니께서도 조금 진정이 되셨는지 돌멩이 때문에 할머니집 장독대도 깨지고 유치원 1층 담 밑 화분들이 깨져 난장판이 되었다고 하시더군요.

사태 수습을 하기 위해 바구니 하나 가지고는 아이들 손잡고 할머니 집으로 따라 갔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집 마당에 떨어진 돌멩이들도 주웠습니다. 항아리는 배상해 드리겠다 해도 급구 사양하시더군요. 끝에는 자신도 너무 놀래서 그랬다며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데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사태 수습이 끝나고 과일 조금 사들고 갔었지요. 

유치원 뒷 마당은 더 했습니다. 뒷 마당에 떨어진 시멘트 돌덩이들은 제법 크더라구요. 저 작은 아이들이 어찌 들어 밖으로 던졌는지 깨진 화분을 보는 순간 아찔 했습니다. 정말 사람이라도 밑에 있었다면! 정말 생각하기도 싫더군요. 

아이들은 유치원으로 들어가라 그러고는 치우고 있는데 1층 교실 안에 있던 아이들 창문 밖으로 내다 보며 제 모습을 지켜 보더군요. 그러면서 금방 들어간 그 사건의 주인공 중 한명이 "선생님 힘들어요?" 하는 겁니다. "당연하지!" 소리를 지그르고 분이 안풀려 아이들이 집으로 가고서도 몇 시간을 씩씩 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아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하더군요. 아이들만의 잘못도 아닌데 말입니다. 아무리 바빴을 지언정 옥상에 올라 간 줄도 몰랐던 허술했던 우리들이었습니다. 아이도 많이 놀랬을 텐데 저 뿐만이 아닌 많은 선생님들께도 이중 삼중으로 야단을 듣게 된 아이들에게 미안하더군요.

남자아이들은 보통 오르고, 뛰어 내리고, 구르는 모험적인 놀이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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