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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좋은 선생님이 승진하는 제도, 수석교사제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8. 07:00


 승진, 그리고 좋은 선생님
 

“The quality of education can't go beyond the quality of teacher".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명언입니다. 참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질부터 보장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지요. 너무나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저 역시 교육자의 길을 걸어가는 입장에서는 참 무섭고도 무거운 책임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사가 된지20년이 흐른 지금도 교실 문을 활짝 열고 수업하시는 선배 선생님들, 교재교구와 포트폴리오 자료로 집 안이 발 디딜 곳이 없다는 열혈 선생님들,연애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학교에 나가신다는 신규 선생님들.. 대한민국에는 양질의 교육을 일궈내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게 어느 날 슬픈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말하는 교사의 질은, 교육의 질을 보장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요.. 저에게 무명으로 제보를 주신 한 학부모님의 하소연이었습니다. 얼마 전 한 초등학교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합니다.

 

오늘도 어머니A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아침이 무겁다. 이번에 교감으로 승진한다는 담임선생님은 이미 연수를 떠난 지 1주째이다. 고학년이면 그래도 아이들 알아서 하겠거니, 하지만 A씨의 딸은 이제 겨우 8살이다.

 

3학년부터는 교육과정이 달라지고 국어 수업 시수는 오히려 4학년보다도 많다. 어서 빨리 학교에서 생활규칙도 습관화하고 본격적으로 공부도 해야 할 텐데. 하지만 이런 걱정을 들어줄 담임선생님은 얼굴 보기가 너무나 힘들다. 학급 게시판도, 전화도, 이제는 직접 찾아가도 선생님과 만날 수 없다.  

 

아이가 학교에서 무얼 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중간고사를 치고 점수를 받아도, 무엇을 틀렸으며 왜 틀렸는지 알 방법이 없다. 아이 말로는 숙제 검사도, 알림장 검사도 안 한다고 한다. 사전에도 없던 견학이 비오는 날 갑자기 잡히고도, 이유는 단 하나였다.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 아닌 변명만 들을 수 있었다.


“승진.”

 

무엇이 그리 바쁜가 했더니 아이들이 아닌 자신의 점수를 위해 교사의 길을 걷고 있는 선생님이었다. 곧 교감으로 승진될 아이 담임 선생님을 보고 다른 젊은 선생님도 똑같이 변해갈까 걱정이 태산이다. A씨는 매일 아침 아이를 인질로 학교에 보내는 기분이다.


동일한 상황에서도 부모님들과 의사소통하고, 시간을 지혜롭게 활용하시면서 
물론 승진을 꿈꾸는 모든 교사가 아이들과 멀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지고 있는 교육관을 실현해보고자 노력하는 훌륭한 선생님들도 참 많습니다. 교육의 첫 마음을 잃은 특정 선생님들을 욕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어떤 아이들을 가르치는 어떤 선생님이, 어떤 교육관을 가지고 가르치시는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승진을 통한 자아실현의 욕구를 무시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승진을 꿈꾸는 교사가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쏟을 수 없다는 것은  절대적 시간확보와 관련된 일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요,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아이들이 하나 둘 사라져야 승진이 가능한, 교직사회의 승진체계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방법이 있다, 수석교사제!
 
 
혹시 수석교사제(Advanced Skills Teacher)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수석교사는 수업을 잘 하는 교사가 관리직인 '교장' 대신 ‘수석교사’라는 명예를 안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많은 선생님들은 이 제도를 '교사들의 숙원' 이라고 불러왔습니다. 1982년 논의가 시작되어 30년동안의 법제화 공방 끝에 2011년 7월 25일 공포되었으니 그렇게 불릴 만 하지요.
 
수석교사는 학교의 여건에 따라 조정될 수는 있으나, 원칙적으로 일반적 수업시수의 약 50%를 차감받아, 주당 초등학교는 12~14시간, 중학교는 10~12시간, 고등학교는 8~10시간정도의 수업을 맡게 됩니다. 이들은 동료교사의 수업 컨설팅을 실시하고, 교수 학습 방법을 연구합니다. 교재교구를 직접 제작, 보급하기도 합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수업 전문성을 가진 교사가 우대받고, 승진체제의 문제점도 보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교감'과 '교장'이라는 행정직이 아닌, 교육에 있어서의 전문가를 우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랑과 관심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사들의 사기충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교육비리 근절에도 큰 도움을 주며, 교육의 질 자체도 증가시켜줄 것입니다.
 
물론 절차는 쉽지 않습니다. 추천서, 면접, 공개수업 영상, 자체 제작된 수업자료 및 교안, 그동안의 교육실적 등 다양한 면을 복합적으로 평가해, 학생, 교사로부터 존경 받고 수업 잘하는 교사를 뽑는 것이 바로 수석교사제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수석교사와 비슷한 제도로는 미국의 NBCT(National Board Certified Teacher)이 있습니다. 
NBPTS(National Board Professional Teaching Standards)라는 비영리단체에서 주는 이 자격은 3시간 분의 시험, 수업 영상, 수업 결과물 및 교수학습과정안, 전공분야 및 지역사회와의 교류 등을 평가하며 평가 시간만 약 1~3년이 걸린다고 하니 대단한 자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매년 5~10%씩 오르는 월급, 몇천불의 월급 및 장학금 등 혜택도 교사들에게 큰 응원이지만, 대부분의 NBCT교사는 이를 '명예직'으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학교에 있어서도 명예이기에, 합격자를 위한 플랜카드를 크게 걸어놓기도 한다고 하네요. 교사가 되면 될수록 전문가로 인정받는 이러한 제도는, 미국 교육의 질을 향상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가르칠 교, 기를 육
 

교사는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직업이라고 합니다. 과정도 결과도 결국은 매해 다시 시작하게 되고, 어찌되었든 안정성이 보장되며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권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다양한 복지 혜택 및 방학, 해외연수, 연금까지. 일명 철밥통 이라고도 불리는 것이 바로 ‘교사’입니다.
 
또한 교사는, 참 지치기 쉬운 직업이기도 합니다. 교사1인당 학생수와 같은 물리적 조건을 넘어, 누군가를,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매해 바뀌는 아이들, 각양각색의 다양한 아이들. 아직은 여러 면에서 미성숙한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을 알고 사랑한다는 것은, 또 나아가 그 아이들에게 맞춰 가르치고 기르는 것은,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게 만들지요.
 
하지만 먼저 사랑할 때에 참 교육이 이루어 집니다. 
헬렌켈러는 선천적으로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습니다. 구체적 사물인 'WATER'를 통해 언어의 존재를 깨닫고, 빠른 속도로 세상의 지식들을 배워나갔지만 분명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개념을 배우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말하기도 표현하기도 힘든, 바로 그 ‘사랑’을 안다고 했습니다.
 
“..설리번 선생님이 처음 우리 집에 오셨을 때 저를 꼭 안아 주신 것, 그게 사랑이에요.”
 
이 땅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을 마음에 품고 한 명 한 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며 차가운 머리와 따스한 가슴으로 가르치고 기를 선생님들이 수석교사제의 도입을 통해 힘을 얻고 더욱 신나게 교육하시기를, 그렇게 좋은 교사가 존경받는, 우리나라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이 기사를 쓰는 데 협조해 주신 무명의 제보자님, 이숙향 교수님, 김남희 선생님, 최선영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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