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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원리가 살아있는 '속담'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과학 원리가 살아있는 '속담'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15. 11:35
과학 원리가 살아있는 '속담'

과학 원리가 살아있는 '속담'
생활 속 경험과 자연관찰의 결정체

글|정창훈 과학저술가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는 말이 있다.‘작은 쇠붙이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 사자성어의 목적이 살인 방법을 알려주려는 것은 아니다. 촌철살인의 속뜻은 짧은 말로 사람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속담은 그 촌 철살인의 가장 구체적인 예의 하나이다.

 

속담은 오랜 세월 민간에 구전되면서 만들어진 짧은 말이다. 속담이 숱한 세월 끈질기 게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속담 속에 감동과 지혜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속담은 서민들이 경험으로 터득한 지식 체계라고 할 수 있다.‘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는 속담은 오랜 세월 꾸준히 노력하면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다는 뜻이지만 무엇보다 자연 현상을 꼼꼼하게 관찰하지 않고는 만들어질 수 없는 속담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도덕, 윤리 등 여러 분야의 핵심을 서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풀어 쓴 그런 종합 지식 체 계가 바로 속담이다. 따라서 속담이라는 그 지식 체계 속에는 당연히 과학도 숨어 있다.

날씨에 관한 속담은 대부분 삶의 지혜이자 실용 과학 지식인 경우가 많다.
사진은 조선시대에 천문을 관측하기 위해 만든 관천대



날씨에 관한 속담, 과학적 예측 돋보여

속담의 소재가 과학이더라도 속담의 주제는 과학이 아니다. 속담의 목적은 과학 지식이 아니라 삶의 지혜의 전승이기 때 문이다. 하지만 날씨에 관한 속담은 대부분 삶의 지혜이자 실용 과학 지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달무리한 지 사흘이면 비가 온다.’는 말은 옛 사람들이 경험 으로 얻어낸 강수 예측 속담이다. 과연 이 속담이 과학적으로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달무리는 대기의 작은 얼음 알갱이, 즉 빙정에 달빛이 굴절하 여 만들어진 빛의 고리이다. 빙정은 다름 아닌 구름을 만드는 재료이기도 하다. 높이 5~13킬로미터의 높은 하늘에 옅은 새털 모양으로 떠 있는 구름을 권운이라고 한다. 햇무리나 달 무리는 이 권운에서 많이 생기기 때문에 권운을 햇무리구름 이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달무리란 바로 권운이 넓게 깔려 있 음을 알려 주는 지표인 셈이다. 권운은 날씨가 흐려지고 태풍 이 올 징조라고도 한다.

달무리가 졌다는 것은 권운이 깔려 있다는 것이고, 권운이 깔려 있다는 것은 대기에 빙정이 많다는 뜻이다. 그런 달무리가 사흘이나 계속 된다면 당연히 강수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 을 것이다.

 

번개 치면 ‘자연비료’도 늘어난다?

‘뇌우 많은 해는 풍년’이라는 속담 또한 날씨에 관한 과학을 소재로 한 속담이다.

농작물이 잘 자라려면 흙 속에 여러 가지 양분이 많아야 한 다. 질소는 인이나 칼륨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양분의 하나이 다. 질소는 대기에 가장 많은 기체이다. 하지만 식물은 이 질 소를 이용할 수 없다. 식물은 물에 녹은 질소 성분만을 뿌리 로 빨아들일 수 있는데 질소 자체는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 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농작물이 공기 중의 질소를 이용할 수 있을까? 단단하게 달라붙어 있는 질소 원자를 떼어 낸 후 물 에 녹기 쉬운 질소 화합물로 바꾸어야 한다. 번개는 그처럼 단단한 질소 분자를 쪼갤 수 있다. 번개는 아주 강력한 전기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번개가 치면 그 주변의 질소 기체들이 쪼개져 질소 원자들이 떨어져 나온다. 이 질소 원자들이 산소나 수소의 원자와 결합 하여 여러 가지 질소 화합물들이 만들어진다. 공기 중의 질소 화합물은 빗물에 녹아 흙에 스며든다. 식물이 그것을 흡수하 여 양분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하늘에서 질소 비료를 뿌려 주는 셈이니, 뇌우가 많은 해는 당연히 풍년이 들지 않겠는가?

예로부터 짐수레 역할을 해온 달구지는 짐을 싣지 않을 때 더 많이 진동하고
큰 소리를 낸다. 이러한 원리가 속담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빈 수레가 요란? 진동 폭 크면 소리도 커

옛날 사람들의 지혜가 단연 돋보이는 건 생활 속 경험과 관 찰에서 나온 속담들이다.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사용하는‘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라는 속담에서 빈 수레가 짐이 가득한 수레보다 더 요란한 이유는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빈 수레가 더 심하게 덜컹거린다는 것이다.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지나는 수레를 생각해 보자. 수레는 위아래로 진동한다. 그때 진동 폭은 수레의 질량에 따라 달라진다. 짐을 가득 실어 무거운 수레의 관성력은 크고, 빈 수레의 관성력은 작다. 따라서 빈 수 레가 더 크게 진동하는 것이다. 비포장도로에서 큰 차보다 작은 차가 더 덜컹거리는 것 처럼 말이다. 소리는 물체의 진동이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현상이다. 이때 물체의 진동 폭이 크면 소리도 커진다. 충격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 진동 폭이 더 큰 빈 수 레가 더 시끄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둘째, 빈 수레 자체가 공명통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공명통은 빈 상자인데 소리를 크게 만든다. 매미는 배에 있는 얇은 막을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그런데 매미소리가 유난히 큰 이유도 매미의 배가 거의 비어 있어 공명통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거문고의 나무판 이 두 겹의 기다란 공명통 구조를 이루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에 비해 수레에 가득한 짐은 소리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정확한 한 달은 29.5일… 29·30일 번갈아 사용

소재는 과학이지만 주제는 실용이 아니라 교훈인 속담도 꽤 많다.‘ 한 달이 크면 한 달 이 작다.’는 속담은 바로 그런 속담의 좋은 예이다.

초승달에서 보름달과 그믐달을 거쳐 다시 초승달로…. 달의 모양은 일정한 주기로 변한다. 달이 태양과 같은 방향에 놓여 보이지 않을 때를‘삭’이라고 하는데, 옛날 사람들은 삭에서 다음 삭의 주기를 한 달로 정했다. 이것이 바로 음력 한 달이다. 그런데 삭에서 다음 삭의 주기는 정수로 딱 떨어지질 않는다. 그 주기는 약 29.5일이기 때문이다. 그래 서 옛날 사람들은 한 달의 날짜를 29일과 30일로 번갈아 가며 정했다. 속담에서 말하는 것처럼 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작은 것이다.

물론 이 속담의 목적이 한 달의 날짜가 왜 다른지 알려주려는 것은 아니다. 이 속담의 속뜻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번갈아 생긴다는 것이다. 좋은 일이 생겼다고 너무 자만하지 말고, 나쁜 일이 생겼다고 너무 상심하지 말라는 교훈 말이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속담도 이와 비슷한 뜻을 지니고 있다.

흔히 식자들은 이와 같은 상황을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유식한 사자성어로 표현한다. 그에 비하면‘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작다.’는 얼마나 쉽고 친근한 서민적 표현인가? 속담의 질긴 생명력은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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